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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고 싶을 거는 같애?”
아버지는 엄마를 더 이상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여주었다.
엄마가 또 묻는다.
“언제? 어느 때?”
“… 다.”
“다 언제?”
“아침에 출근하려고 넥타이 맬 때.”
“… 또?”
“맛없는 된장국 먹을 때.”
“또?”
“맛있는 된장국 먹을 때.”
“또?”
묻는 엄마도, 대답하는 아버지도 점차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아버지는 엄마를 보지 않은 채 마음속에 빗장처럼 걸려 있던 말들을
하나씩 하나씩 뱉어냈다.
“술 먹을 때, 술 깰 때, 잠자리 볼 때,
잔소리 듣고 싶을 때, 어머니 망령 부릴 때,
연수 시집갈 때, 정수 대학 갈 때,
그놈 졸업할 때, 설날 지짐이 부칠 때,
추석날 송편 빚을 때, 아플 때, 외로울 때….”
노희경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중에서
어느덧 아내와도 헤어지는 연습을 한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마음에서 등을 떼면
척추골 사이로 허전히 빠져나가는 애증의 물 잦는 소리
아내여 병 깊은 아내여
우리에게 지난 시간은 무엇이었는가
혹은 칠월 하늘 구름섬에 한눈 팔고
혹은 쓰린 상처 입고 서로 식은 혀로 핥아주기
아니다 야윈 등 긁고 이빨로 새치 끊어주기
그렇게 삶의 질퍽이는 갯고랑에서
긴긴 해를 인내하며 키워온
가을 푸른 햇볕 속 담홍의 핵과들로 매달린
그 지난 시간들은 도대체 이름이 무엇이었는가
성긴 빗발 뿌리다 마는 어느 두 갈래 외진 길에서
정체 모를 흉한처럼 불쑥 나타날 죽음에게
그대와 내가 겸허하게 수락해야 하는 것
그 이름은 사랑인가
어두운 성운 너머 세간 옮긴 삼십 년 긴 사글세방
또 다른 해후의 시작인가
홍신선 / 어느덧 아내와도 헤어지는 연습을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내리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 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 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끌려 어디론가 가 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 뿐이어도 좋은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허연 / 칠월
함께 지내고 함께 웃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아프게 헤어지는 것도 사랑이다.
잠들지 못하고 혼자 맞는 푸른 새벽.
창밖을 내다보며 흘리는 눈물까지도 사랑이다.
얼굴을 떠올리면 가슴에서 들리는 바람소리도,
사랑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건 분명한데,
그런데도 가까이 가지 못하는 사랑....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고,
내려놓으면 마음이 아픈 사랑...
그러니 사랑은 슬픔과 이음동의어다.
명작에게 길을 묻다 /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을 이야기 하면서...
이 우주 어딘가에 어떤 블랙홀이 있어서 그곳에 가면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바쳐졌던 나의 사랑이
한때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내게 주었던 사랑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된다.
지금은 모두 잊혀진 한 순간의 사랑들
그들이 이 우주에서 완전하게 사라져서
결국은 無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앞으로도 사랑같은 건 할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황경신 / 사랑에 관한 짧은 감상
황가람 - 미치게 그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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