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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花樣年華)
그와의 만남에 그녀는 수줍어 고개 숙였고,
그의 소심함에 그녀는 떠나가 버렸다.
1962년 홍콩
나도 처음엔 당신처럼 생각했죠.
우린 그들과 다르다고.
근데 틀렸소
당신을 위해서라도,
내가 떠나야 해요.
날 사랑했다는 말인가요?
나도 모르게.
처음엔 그런 감정이 아니었소.
하지만, 조금씩 바뀌어 갔소.
미리 이별연습을 해봅시다.
울지 말아요.
연습인데.
오늘은 안 들어갈래요.
‘첸’선생도 이 노래를 청했군요.
아내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뜻하는
‘화양연화 (花樣年華)’ 입니다.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나와 같이 가겠소?
내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로 올 건가요?
1963년 싱가폴
옛날엔 뭐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산에 가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 구멍을 파고는 자기 비밀을 속삭이곤
진흙으로 봉했다 하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 것도 없다.
1966년 캄보디아
그는 지나간 날들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하여 과거를 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게만 보였다.
사라져 버린 세월은 한 무더기 벽과 같다.
먼지 쌓인 유리벽처럼...
볼 수는 있어도 만질 수는 없다.
만약 그가 먼지 쌓인 벽을 깨뜨릴 수만 있다면,
그는 이미 사라진 세월로 되돌아갈 수 있으리라.
영화 화양연화 중에서 -
시간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있다가,
무심하게 책장을 넘기다가,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다가,
혹은 멍하니 시계를 보고 있다가
그들은 짧게는 십 분에서 두세 시간을,
길게는 며칠에서 몇 년에 이르는
시간을 한꺼번에 잃어버린다.
자신은 불과 몇 초가 지났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이 지나가버리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다.
“저의 사라진 시간들은
지금 어디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는 걸까요.
그걸 생각하면 참 가슴이 아파요.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누군가를 위해 아름다운 일을 할 수도 있는 시간이잖아요.
사라진 시간 속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낭비도, 폐허도, 후회도, 상처도,
그리고 그 시절을 살았다는 느낌도 없죠.”
김언수 / 캐비닛 중에서
살다 보면 그런 날 있지 않은가
문득 떠나고 싶고 문득 만나고 싶은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 오래 그리워했다
순간 / 문정희
다 잊고 산다
그러려고 노력하며 산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가슴이 저려올 때가 있다
그 무언가 잊은 줄 알고 있던 기억을
간간히 건드리면
멍하니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그 무엇이 너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못다한 내 사랑이라고는 한다
원태연 / 다 잊고 사는데도
그렇게 살고 있을꺼야 다들
사연마저 없는 이가 있을까
저마다 가슴속에 사연 하나씩은 심고 살겠지
때로는 울 수 없어서 가슴만 젖고
때로는 숨고싶어 가슴만 태우는
그런 속앓이 하나쯤 가슴 한켠에 품고 살겠지
산다는 게 녹녹치 않아
쉽게 쉽게 살 수도 없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허망해서
애탈때가 한두번 아닐테지
그렇게 살다보면 세월은 어느새 서리내리고
문득 어느날
'회심곡'이 맘에 와 닿는날
그날은 저무는 저녁놀조차
예사롭지가 않을꺼야
살다살다 그렇게 혼자 지쳐서
술 한잔 놓고 넋두리만 웅얼거릴 때
사연들은 더 깊이 깊이 속으로만 숨고
살면서 사연없이 사는 이가 누구 있을려구
누구든 저마다 말못할 사연 하나쯤
깊은 속에 묻어두고 웅웅거리며
그렇게들 아마 살고 있을꺼야
어디 나만 그렇겠어
다들 그렇겠지
김낙필 / 그렇게 살고 있을꺼야 다들
여름이 온다. 이제 여름이 시작된다.
반드시 한 번은 지나쳐야 하고,
그러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여름.
그런 것을 잘 알면서도
평소처럼 흘러가 버릴 시간은
여느 때보다 조금은 팽팽하고 서글프다.
그때 그 저녁. 방에 앉아 있는 우리들
모두는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음 아프도록 잘 아는데.
그런데도 행복한 기분이었다.
티티새 / 요시모토 바나나
떨림과 어긋남과 차이...
그 속에서 우리의 생은
LP판 속의 가수처럼 노래한다.
정밀한 트랙 위에 금을 그으며
실제로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봉인된 지도 같은 손금 속에서
스스로를 감거나 푸는 것이다.
서서히, 혹은 갑작스럽게.
정신적으로, 신경증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낡아가며...
시간과 기억의 불협화음과
망각과 허방 사이에서
간혹 날카로운 스크래치를 일으키며...
그러니 삶이란
우리를 어느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퇴적층의 무늬를 만들며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운반하는것이 아닐까 .
전경린 / 검은 설탕이 녹는동안 中
음악 : 화양연화 OST - In the Mood for Love
영상 : 화양연화 (花樣年華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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