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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 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그것이 왜 보이지 않았을까
박경리 / 산다는 것 에서
중력도 마찰력도 없는 조건에서 굴린 구는
영원히 굴러간다.
언젠가 네가 한 말을 난 종종 떠올렸어.
영원히 천천히 굴러가는 공을 생각했어.
그 꾸준함을 상상했어.
이상하게도 눈을 감고
그 모습을 그려보면 쓸쓸해지더라.
데굴데굴 굴러가는 그 모습이
어쩐지 외로워 보여서.
그래도 우린 중력과 마찰력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구나.
가다가도 멈출 수 있고.
멈췄다가도 다시 갈 수 있는 거지.
영원할 순 없겠지만.
이게 더 나은 것 같아.
이렇게 사는 게.
그렇지만 마음이 아팠다.
삶이 자기가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말았을 때,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미움 뿐일 때,
자기 마음을 위로조차 하지 못할 때의 속수무책을
나도 알고 있어서.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
최은영 / 내게 무해한 사람 중에서
'살아야 했다구, 알아들었어?
물론 너나 나나
도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었겠니?
그래도 살아야 할걸 그랬다구.
뭣 때문이냐구?
아무것 때문에도 아니지.
그냥 여기 있기 위해서라도.
파도처럼,
자갈돌처럼.
파도와 함께.
자갈돌들과 함께.
빛과 함께.
모든 것과 다 함께.'
앙드레 도텔 / 인생의 어떤 노래 中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라.
아무리 건져도 건져지는 것은 없고
언제나 남는 것은 빈 손 뿐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득한 절벽,
어디로 가야할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나는 속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다시 겨울이 오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눈물겹다.
이외수 / 들개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애써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다
팩트따윈 모르겠다
그냥 그들을 느낀다
그들이 내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다
김영하 / 오직 두사람 중에서
어쩌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뒤로 가고있다는 기분이 들 때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삶이 자꾸만 나를 밀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
작은 희망조차도 품는 게 두려워지고
내게 더 이상 버틸 힘조차 남아있지 않을까봐
한없이 무력해지기만 할때
그래서 밥을 먹었는데
또 얼마후 배가 고프다는 게
자고 일어났는데
또 막막한 하루가 시작된다는 게
사소한 하나하나의 일상이
모두 숙제처럼만 느껴져
산다는 것이 그저 귀찮고 버겁게 느껴질 때,
어쩌면 지금의 나또한 그 버거움의 굴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강세형 / 희한한 위로 중에서
어딘가 어렵게 도착한 기분
중심은 아니나 그렇다고
원 바깥으로 밀려난 건 아니라는
안도가 한숨처럼 피로인 양 몰려왔다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해마다 아이 생일 초를 밝힐 때면
기쁘고 엄숙한 마음이 든다
긴하루가 모인 한 해
한 해가 쌓인 인생이 얼마나 귀한건지 알아서
제가 이해하는 삶이란 슬픔과 아름다움
사이의 모든 것이랍니다
김애란 / 바깥의 여름 중에서
내가 잃어버리고 살아온 것은 새벽이었다.
고요였다.
그지없이 맑은 별빛이었다.
우리가 새벽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기다림과 간구를 잃어버리고
찰나적인 위안과
쾌락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뜻도 된다.
침묵보다는 소음 속에,
별빛 보다는 네온사인 속에,
거짓없는 눈물보다는 위장된 웃음 속에
우리 존재가 더 많이 놓여져 있음을 느끼곤 한다.
나희덕 / 내가 잃어버리고 살아온 것은
때로 삶이 힘겹고 지칠 때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걸어온 길을 한번 둘러보라
편히 쉬고만 있었다면
과연 이만큼 올 수 있었겠는지
힘겹고 지친 삶은
그 힘겹고 지친 것 때문에 더 풍요로울 수 있다.
가파른 길에서 한숨 쉬는 사람들이여
눈앞의 언덕만 보지 말고
그 뒤에 펼쳐질 평원을 생각해 보라.
외려 기뻐하고 감사할 일이 아닌지..
이정하 / 길을 가다가
앞으로 대단히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없어도
그럭저럭 무난하고 무탈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일었다.
물론 그런 기분은 잠시뿐이고,
나쁜 일은 계속 일어나며,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는 걸 알았지만.
김애란 / 이중 하나는 거짓말 중에서
음악 : 92년 장마, 종로에서 - 정태춘 박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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