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지나간 시간들이 너무 빨리 옛날이 된다.

107 0 0 2025-11-16 22:12: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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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도 가속이 붙는걸까. 

스쳐지나간 시간들이 너무 빨리 옛날이 된다.


박완서 / 소설 전집 중




조급해하지 마라,

늦은 나이란 없다.

나이 마흔을 '불혹'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게는 불혹이 아니라 '미혹'이었다.

마음도 조급해졌다. 

말로만 듣던 중년.

아! 지금까지 내가 이뤄놓은 게 뭐가 있지?

나는 지금 잘 사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새벽잠이 많은 편인데도

새벽에 자꾸 깨기 시작했다.


이주형 / 그래도 당신이 맞다 중에서 




이렇듯 흐린 날엔 누가 문 앞에 와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보고 싶다고 꽃나무 아래라고

술 마시다가 목소리 보내오면 좋겠다
​
난리 난 듯 온 천지가 꽃이라도

아직은 니가 더 이쁘다고

거짓말도 해 주면 좋겠다


구양숙 / 봄날은 간다




아직은 꽃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깊은 밤 빗소리에 흐느끼는 가슴으로 살고 싶다

귀뚜라미 찾아오는 달밤이면 

한 권의 시집을 들고

달빛 아래 녹아드는 촉촉한 그리움에 젖고

가끔은 잊혀진 사랑을 기억해내는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다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저무는 중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내 이름을 불러다오

사랑스런 그대라고 불러다오

가끔은 소주 한 잔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이지만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가슴이 아름다운 중년의 멋진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아직은 부드러운 남자를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나이

세월의 강을 소리없이 건너고 있지만

꽃잎같은 입술이 달싹이면

사루비아 향기가 쏟아지는 나이

이제는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고

사랑하고 싶은 여인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다


아줌마라고 부르지마라 / 김경훈




40대는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불면 가슴이 시려오고

비라도 내릴라 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 오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 온몸은 소름으로 퍼져가고

푸른빛 하늘에 솜털 구름 떠다니는 날엔

하던 일 접어두고 

홀연히 어디엔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무심히 밟고 지나던 길도

노점상의 골패인 할머니 얼굴도

이젠 예사롭지가 않다

사십대를 불혹의 나이라 하기에

그 나이 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젊은 날의 내 안의 파도

그 출렁거림을 잠 재우고 싶었기에...

사십만 되면 더 이상 감정의 소모 따위에

휘청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기에

하루 빨리 사십이 되기를

무턱대고 기다려 왔었다

진정 불혹임을 철석같이 믿었었다

이제 세월을 맞이 하여 사십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이 불혹인지

무엇에 대한 불혹인지 도무지 모르며

갈수록 내 안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위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한데

그래도 굳이 불혹을 믿으라 한다면

아마도 그건 잘 훈련 되어진 삶의 자세일 뿐일 것 같다

마흔이 되어서야

어떤 유혹에든 가장 약한 나이가

사십대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추적 추적 내리는 비도,

더없이 푸른 하늘도,

회색 빛 낮은 구름도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코 끝의 후리지아 향기도

그 모두가 다 유혹 임을...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어설프지도 곰삭이지도 않은

적당히 잘 성숙된 그런 나이이기에...

어쩌면 한껏 멋스러울 수 있는

멋을 낼 수 있는 나이가 진정 사십대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인지 사십대란 불혹이 아니라

흔들리는 바람인가 보다




음악 : 최성수 - 위스키 온 더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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