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웠던 기억

81 0 0 2025-11-24 20:4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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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 넘은 기억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어릴 적 국민학교 다닐적에 제가 사는 시골은 포장도로가 없었죠.


시멘트 포장 같은걸 하기 앞서서 지반 강화하려는건지 큰 돌멩이나 자갈 같은 것만 길에 깔아둔 상태였고요.


어느날엔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누가 부르는 거에요.


누구지? 하면서 봤더니 몸 절반이 없는 어떤 아저씨인지 할아버지인지 모를 분이 바퀴 네개 달린 판때기 같은데 엎드려서 부르는 거였어요.


영화나 드라마 보면 큰 타이어 튜브 같은거 허리 아래에 끼우고 장애인 흉내내면서 구걸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 분은 실제로 몸 절반이 없더라고요.


아마 포장 도로가 아니다보니 움푹 패인 데에 바퀴가 끼어서 못 움직이니까 저를 불러서 도와 달라고 한거 같은데 너무 무서워서 못 본척도 아니고 그냥 냅다 달려서 도망쳤어요.


힘들 때는 그 기억이 나요.


한번 도와주는게 뭐가 힘들다고, 그 아저씨가 뭐가 무섭다고 그렇게 도망을 쳤는지 부끄럽고요.


기억이란 이상하게도 힘들면 나쁜 기억만 떠오르고 좋았더 기억은 사라지는 거 같아요.


너 때문에! 라고 하던 아버지 호통도 기억이 나는데 그건 분명히 제가 잘못해서 아버지가 큰 피해를 본건데 그 순간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아버지가 저한테 잘못했다고 기억했었죠.


오십 넘게 살다보니 인생 전체가 부끄럽네요.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굳세게 마음 먹고 실행해서 성공하면 모두가 편해질텐데 왜 이런 헛소리나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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