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평생 새 차와는 인연이 없었다. 남이 몇 번이고 손을 바꾼 중고차, 혹은 할아버지가 수십 년을 몰던 낡은 트럭. 시동을 걸 때마다 한숨처럼 떨리던 엔진 소리와,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스며들던 기름 냄새가 아빠의 차였다. 아빠는 늘 말했다.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되지.” 그 말이 진심이라 믿으면서도, 나는 가끔 아빠가 운전석에서 오래된 핸들을 꼭 쥔 채 창밖을 바라보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눈빛에는 늘 말하지 않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한 3~4년 전쯤이었을까. 오빠랑 나는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빠 차, 한번은 제대로 된 걸로 바꿔드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눈에 띄지 않게, 소리 나지 않게. 하고 싶은 걸 참고, 필요 없는 건 사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마음을 쌓아갔다.
엄마만 알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에게 티 나지 않게 슬쩍슬쩍 물었다. “요즘 차 많이 나오던데, 혹시 마음에 드는 거 있어?” “이런 디자인은 어때?” 처음엔 시큰둥하던 아빠도, 어느 순간부터는 말이 길어졌다. “이런 차는 승차감이 좋다더라.” “이건 연비가 괜찮다카더라.” 그럴 때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아빠도… 새 차를 타고 싶어 했다는 게, 그제야 마음 깊이 와닿았다.
계약을 하고, 기다림이 시작됐다. 요즘 차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더니 정말 그랬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더 조심스러워졌다. 아빠 앞에서는 아무 일 없는 척, 아무 변화 없는 척. 마침내 차를 받았을 때, 우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가장 구석 자리에 차를 세워두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아빠에게 들키지 않도록.
그리고 오늘. 온 가족이 함께 휴가를 떠나는 날. 바다에 가기로 한 아침은 유난히 맑았다.
“아빠, 오늘은 아빠가 운전해.”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차키를 던졌다. 아빠는 키를 받아 들고 한참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누구 차야?” “ㅇㅇ이 차키 아닌데?”
“무슨 소리야. 아빠 차잖아.” 그 말에 아빠의 얼굴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어어…? 아빠 차는 저기 있는데?”
아빠는 계속해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빠랑 나는 말 대신 행동을 택했다. 아빠의 팔을 붙잡고 지하주차장 안쪽으로 데려가 “저기 있네! 저기!!” 하면서 새 차를 가리켰다.
아빠는 한동안 차를 바라보기만 했다. 눈앞의 장면이 현실인지 아닌지 가늠하듯, 숨도 쉬지 않고.
그때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애들이 말이다, 아빠 고생한 거 다 봤다.” “그래서 차 사준 거다. 아빠 거.”
그 순간 아빠의 눈이 흔들렸다. “느이들이… 이 돈이 어딨어서…” 말끝은 흐려졌고, 눈물은 그보다 먼저 흘러내렸다.
우리는 웃으며 아빠를 재촉했다. “아빠 거야.” “아빠가 운전해야지.”
아빠는 몇 번이나 손등으로 눈을 훔치고서야 조심스럽게 운전석에 앉았다. 핸들을 만졌다 놓았다, 다시 쓰다듬었다. 마치 꿈에서 깰까 봐 조심하는 사람처럼.
시동이 걸리고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아빠의 얼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표정이 떠올랐다. 기쁨과 놀람, 고마움과 미안함이 한꺼번에 섞인 얼굴.
바다로 가는 길 내내 아빠는 울었다. 울면서도 운전했고, 운전하면서도 웃었다. 그날 아빠의 눈물은 슬픔이 아니었다. 오래 참아온 마음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아빠에게 차를 사드린 게 아니라, 아빠의 시간을, 아빠의 수고를, 아빠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안아드렸다는 것을.
참고: 챗 GTP로 수정
원본(?): https://etoland.co.kr/bbs/hit.php?bn_id=1128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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