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93년 간 정든 하이버리와의 이별

1,044 0 0 2020-05-07 18:19: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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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박병규 기자 = 14년 전 오늘, 아스널이 홈구장 하이버리(Highbury)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티에리 앙리는 득점 후 잔디에 키스하며 작별을 고했다. 현재는 고급 주택단지로 바뀌었다.

2006년 5월 7일 아스널이 위건 애슬레틱과의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4-2로 승리했다. 아스널은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연거푸 2실점하며 끌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스널의 ‘킹’ 앙리가 해트트릭으로 흐름을 바꾸며 재역전승을 거두었다. 후반 31분 페널티킥으로 팀의 4번째 골을 기록한 앙리는 무릎을 꿇고 잔디에 키스했다. 이날은 아스널이 93년간 정들었던 경기장에서 마지막으로 치르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아스널과 하이버리 스타디움의 동행은 1913년부터 시작되었다. 1913년 9월 6일 레스터 포세와의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기념비적인 승리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경기장 건설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숱한 역사와 함께하였는데 1920년에는 첫 국제 경기를 개최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북쪽 지붕 일부가 파괴되는 아픔도 겪었다. 전쟁 중에는 영국의 응급처치소 역할로 사용되었으며 종전 후 제14회 런던 올림픽(1948년)의 축구 경기를 치르며 평화와 화합의 장소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점차 경기장의 모습을 갖춰갔지만 1989년 힐스버러 참사(96명의 관람객이 압사한 사고)로 하이버리도 재보수에 들어갔다. 이후 스탠딩 좌석을 없애고 전면 좌석제로 전환하였으며 1993년 2층 북쪽에 12,000여개의 좌석이 들어섰다. 그리하여 총 약 38,000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오래된 시설과 증축 불가한 구조로 아스널은 새 경기장으로 이전해야 했고 도보로 10분 남짓한 곳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Emirates Stadium)을 건설했다. 당시 경기장 건설 비용이 천문학적인 탓에 네이밍 스폰서를 통해 현재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명칭을 얻었다. 수용인원은 60,260명이다.

그리고 2006년 5월 7일을 마지막으로 하이버리는 축구 팬들의 기억속으로 사라졌다. 93년의 세월 동안 런던의 강자 혹은 터줏대감 타이틀을 지켜온 아스널이었기에 하이버리와의 이별은 무엇보다 아쉬웠다. 특히 1996년 아르센 벵거 감독 부임 후 EPL에서만 3번 정상에 오르는 황금기를 누렸다. 아스널은 2005/06시즌 하이버리와의 마지막을 기억하기 위해 전통을 살린 특별 유니폼을 제작하여 그라운드를 누볐다.

현재는 하이버리 스퀘어(Highbury Square)라는 주거단지가 들어섰다. 런던 중심을 가로지르는 지하철(영국에서는 ‘언더그라운드 Underground’라 부른다) 피카딜리 라인(Piccadilly line)을 타고 아스널(Arsenal)역에 내리면 하이버리의 흔적을 감상할 수 있다.

 



더욱 특이한 점은 주거단지임에도 예전 하이버리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재건축한 것이다. 필자가 과거에 방문하였을 때, 동쪽 스탠드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옛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내부는 감상하기 힘들지만 주민의 배려로 짧게나마 엿볼 수 있었다.

경기장 스탠드였던 4면을 활용하여 빌라 형식의 구조로 재건축되었으며 그라운드가 있던 곳은 거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뀌었다. 수많은 축구 선수와 팬들의 숨결과 역사가 묻어 있던 곳이기에 기존 구조를 최대한 살렸다.

사실 영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전통을 지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급격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성향일 수 있지만 무조건 부수기보다 옛 것을 최대한 지키고 보존하려는 문화가 존재한다. 이는 축구에도 나타나는데 풀럼FC의 크레이븐 코티지의 일부 스탠드 구역은 기존의 나무 의자를 보존하고 있으며 리모델링 전 리버풀 안필드의 라커룸은 과거 모습을 그대로 보존했다.

 



하이버리도 마찬가지였다. 동쪽 스탠드를 보존하여 이곳이 하이버리 스타디움이었음을 알리고 있으며 당시 오랜 시간 경기장을 지켜온 시계는 장장 9시간의 작업 끝에 새 구장으로 옮겨졌다. 현재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외곽 높은 곳에 보관되고 있다.

하이버리 스타디움에 관한 더 많은 사진과 스토리는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역사관을 통해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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