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최창환 기자] 3쿼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갑자기 늘어났지만 선수, 코칭스태프, 심판 등 경기의 구성원 가운데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희대의 사태가 벌어졌다.
LA 레이커스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페덱스 포럼에서 열린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2023-2024 NBA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123-120 신승을 거뒀다. 레이커스는 2연패에서 벗어나 서부 컨퍼런스 8위를 자력으로 차지할 수 있는 위치를 유지했다.
총 16번의 역전, 11번의 동점이 나온 접전이었지만 계시기 오류 사태도 있었다. 상황은 3쿼터 종료 1분 14초 전 일어났다. 멤피스가 샷클락 바이얼레이션에 걸려 잠시 볼데드가 됐고, 레이커스 선수들은 인바운드 패스를 준비했다. 이때 3쿼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갑자기 1분 6초 늘어난 2분 20초로 바뀌었다.
코트에 있었던 그 누구도 오류를 알아채지 못했고, 경기는 3쿼터 종료 2분 20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재개됐다. 48분으로 구성된 NBA 경기가 사실상 총 49분 6초 동안 진행된 것이다.
NBA 대변인 팀 프랭크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레이커스와 멤피스의 경기에서 3쿼터 도중 계시기에 오류가 일어났지만 양 팀, 심판, 기록원 등 누구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경기 내에서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KBL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대구 동양과 원주 TG(현 DB)가 2승 2패로 맞선 상황서 치러진 2002-2003 챔피언결정전 5차전. 동양이 76-70으로 앞선 4쿼터 종료 1분 16초 전부터 계시기가 15초나 흘러가지 않았다. 당시 동양의 사령탑이었던 김진 감독이 항의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이미 동양의 승리로 끝났어야 할 경기는 15초 더 치러졌고, 동양은 4쿼터 종료 직전 데이비드 잭슨에게 동점 3점슛을 허용했다. 동양은 3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97-98로 패해 2승 3패에 몰렸고, 6차전에서도 63-67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계시기 오류만 탓할 순 없겠지만, 동양으로선 찝찝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시리즈였다.
당시와 달리 레이커스와 멤피스의 경기에서 계시기 오류가 일어난 시점은 승부처가 아니었다. 이로 인해 늘어난 1분 6초가 적어도 3쿼터에서는 특정 팀에 유리하게 작용하진 않았다는 게 ‘클러치 포인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의 시선이다.
문제는 4쿼터 막판에 일어났다. NBA는 리뷰를 통해 4쿼터 종료 2분 전부터 오심이 몇 차례 있었다고 인정했다. 종료 1분 42초 전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의 트래블링을 잡지 못했고, 12.2초 전에는 GG 잭슨(멤피스)이 3점슛을 시도할 때 다리가 부딪힌 하치무라 루이(LA 레이커스)의 디펜스 파울이 선언되지 않았다.
타일러 젠킨스 멤피스 감독은 경기 종료 5초 전 작전타임 요청 후 하치무라의 디펜스 파울에 대해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테크니컬파울을 받았다. 제임스가 테크니컬파울로 얻은 자유투를 넣지 못했지만, 멤피스로선 4쿼터 막판 일어난 상황들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한편, 레이커스는 오는 15일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를 상대로 정규리그 최종전을 갖는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서부 8위를 차지, 7번 시드를 노릴 수 있는 7-8위 플레이 인 토너먼트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