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호날두 세리머니를! 이래서 스타성, 스타성 하는구나

834 0 0 2020-06-25 17:19: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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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학주, 24일 한화전서 끝내기 안타
'날강두 세리머니'로 승리 자축
화려한 수비에 뛰어난 클러치 능력,
쇼맨십까지 겸비한 스타 유격수

24일 한화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고 호날두 세리머니를 하는 이학주. / 연합뉴스

24일 삼성과 한화의 프로야구 시즌 2차전. 2-2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삼성 이학주(30)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학주는 한화 윤대경의 6구를 받아쳐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갈랐다. 3대2 승리를 이끄는 짜릿한 끝내기 안타였다.

이학주는 역시 남달랐다. 물 세례를 맞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보는 보통의 끝내기 순간. 하지만 부지런히 내달린 그는 2루를 지나 살짝 점프한 뒤 두 팔을 벌리고 섰다. 그런 이학주에게 원태인을 비롯한 삼성 동료들이 로진백을 던지며 축하했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하얀 로진백 사이로 당당히 선 이학주의 모습은 마치 포탄이 오가는 전쟁터 한복판의 영웅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세리머니는 이제 국내 팬들에겐 영원히 ‘날강두’로 남은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시그니처 동작을 흉내 낸 것이었다. 이학주는 경기가 끝나고 김상헌 응원단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엔 호날두를 한 번 따라 해봤다”며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 호날두”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삼성 팬들은 우리 팀에 메시에 이어 호날두도 나왔다며 웃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한 방송사에서 두산의 한 선수에게 경기 예상을 물은 적이 있다. 그 선수는 너무나 솔직하게 “아르헨티나가 3대1로 이긴다. 메시 파이팅”이라고 해 국내 축구 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그 선수가 바로 이원석. 그때부터 이원석은 메시란 별명으로 불린다.

여하튼 이학주의 끝내기 안타에 삼성 팬들은 “역시 스타성이 있다” “타고난 스타성” 등의 반응을 보였다. 스타성이란 말을 그대로 영어 스펠링으로 바꾼 ‘STS’란 단어도 등장했다. 눈을 즐겁게 하는 화려한 수비, 뛰어난 클러치 능력에 10개 구단 팬들이 모두 따라부르는 응원가까지 보유한 이학주에겐 스타성이란 단어가 곧잘 따라붙는다.

작년 올스타전 때 이학주의 모습. / 삼성 라이온즈

이학주 하면 가장 떠오르는 장면이 작년 올스타전이다. 10개 구단 팬들이 이학주 응원가를 합창하며 ‘연합 부흥회’를 열었고, ‘교주님’ 이학주는 팬들과 응원 동작을 함께하며 그날의 주인공이 됐다.

‘이학주 워어어어어 워어어어어 삼성의 이학주~’를 반복하는 이학주 응원가는 지난 4월 본지가 10개 구단 응원단장을 대상으로 뽑은 최고의 현역 선수 응원가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메가 히트곡이다. 응원가가 뜨면서 이학주의 주가도 올라갔다.

작년 9월 28일엔 두산 팬들이 잠실구장에서 이학주 응원가를 열창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당시 같은 날 이학주는 두산과 선두 경쟁을 벌이던 SK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쳤다. 이에 두산 팬들이 SK에 패배를 안긴 이학주가 고마워 노래를 불러준 것이다. 몇몇 두산 팬들은 10월 1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을 때도 이학주 응원가를 불렀다.

이학주에게 작년은 KBO리그 데뷔 시즌이었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 독립 리그 등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한국 프로야구에서 첫 시즌을 맞이한 그는 타율 0.262, 7홈런 36타점 101안타를 기록했다. 잘했다고 하기엔 애매한 성적이었다.

더구나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 화려한 수비로 주목을 받았던 그는 작년 실책을 19개나 저질렀다. 유격수 중에선 SK 김성현(26개) 다음으로 많았다. 수비율이 0.958에 그치며 ‘겉멋 들린 수비’란 비판을 받았다.

또한 올해는 연봉 협상이 너무 늦게 마무리됐다. 뒤늦게 일본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이학주는 왼쪽 무릎 통증으로 조기 귀국했다. 삼성 팬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그런 가운데 이학주는 체중을 감량하면서 착실히 시즌을 준비했다. 컨디션 조절 등의 이유로 올 시즌을 2군에서 시작한 그는 개막 후 1주일 만인 지난달 12일 1군에 합류해 지금까지 모든 경기에 나섰다.

이학주의 현재 기록은 타율 0.274, 4홈런 23타점, OPS 0.792. 리그 최정상급 유격수로는 나쁘지 않은 타격이다. 일단 타점이 눈에 띈다. 작년 118경기에서 36타점을 기록한 이학주는 올해는 38경기만 뛰고도 23타점을 적립했다.

득점권 타율이 0.333으로 작년(0.232)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팀이 꼭 점수가 필요할 땐 희생플라이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이학주는 올 시즌 희생플라이 5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엔 멀티히트 경기가 많아지며 타율도 수직 상승했다. 이학주는 최근 10경기에서 4안타 한 경기를 포함해 6번이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의 레그킥을 버리고, 타격 자세를 낮추면서 앞발을 살짝만 들었다 치는 토탭 스타일로 바꾼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이학주는 “타격 폼이 많이 바뀌었다”며 “시즌 초반 헛스윙 비율이 너무 높아서 컨택트 위주로 폼을 바꿨다. 중심을 뒤에 두고 간결한 스윙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학주는 수비에선 특유의 화려한 동작을 유지하면서도 작년에 비해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실책 2개. 가끔 창조적인 플레이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지난달 KT전에선 1루 쪽으로 달려가면서 공을 잡은 뒤 1루로 송구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몸을 돌려 기습적으로 3루에 공을 던져 주자를 아웃시키는 진기명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작년 후반기부터 올해 개막 전까지 이학주를 트레이드하자는 의견이 삼성 팬들 사이에서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 이학주가 삼성의 주전 유격수로 눈부신 활약을 하면서 그런 얘기는 쏙 들어간 지 오래다. 2루수 김상수 역시 타율 0.318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은 키스톤 콤비에선 어떤 구단도 부러워하지 않는 팀이 됐다. 이학주는 24일 경기 후 “올해는 정말 야구할 맛이 난다”며 “이기니까 좋다. 앞으로 쭉 이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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