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
1연에서는 일찍 저세상으로 간 신랑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돌아가신 분이 성격이 참 급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일찍 가시는 분들은 뭔지 모르게 급하게 서두르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
2연은 두 분이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얼마나 급했으면 뜨거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마시고 오토바이에 맞선녀를 번쩍 안아서 태웠을까요.
오토바이에 태웠으니 남정네의 등에 여자의 가슴이 스치면서 젊은 혈기에 확 불을 싸 지른 것 같습니다.
얼마나 참기 힘들었을까요.
그것도 바야흐로 봄날인데 말입니다.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
정말 한 순간에 모든 운명이 결정되고 마는 순간이 2연에서 펼쳐지는데 1연에서의 슬픔의 정조는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읽는 내내 웃음이 삐죽삐죽 새 나오게 만드는 서사입니다.
?
그런데 말이지요.
마지막 3연은 더 절창입니다.
?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
얼마나 빨리 끝났으면
일이 다 끝나고 난 다음에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었을까요?
그야말로 절묘한 묘사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가 나옵니다.
분명 슬픈 이야기인데 어쩜 이렇게 슬픔을 웃음으로 단박에 바꿔칠 수 있는 걸까요?
거의 마술처럼 슬픔과 웃음이 교차되고 있습니다.
웃음 마술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
워낙 첫 행사를 빨리 끝내신 양반이라서 바람 한 번 피울 여력이 없으셨겠지요.
그런데 가정용도 안되었으니, 어떻게 상업용이 되었겠냐는 말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집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정말 날랜 양반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빨리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힘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내공으로 가득찬 시인의 넉살 때문에 많이 웃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접한 최고의 詩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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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
외설과 예술에 대한 조정현의 정의(ㅎㆍㅎ)
?
예술:작품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 짐
?
외설:작품을 보면 육신이 뿌듯해짐
요즘 코로나로인해 세상이 어둡고 참담합니다 외설과 예술에 대한 조정현의 정의 (ㅎ, ㅎ)
~옮겨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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