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매매시장이 점차 위축되고 있다. 2030세대들이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몰렸던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이 대표적이다. 집값 상승세도 제자리 걸음 수준으로 둔화되면서 일각에서는 하락 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관악구 신림푸르지오1차 전용 84㎡는 지난 9월 11억6000만원(4층)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10월에는 이보다 낮은 10억3000만원(15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1개월 만에 1억3000만원가량이 빠진 것이다.
금천구 관악산벽산타운5단지 전용 84㎡도 지난 10월 7억800만원(7층)에서 11월 6억8000만원(13층)으로 하락했다. 구로구 고척동 대우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8월 7억9000만원(5, 9층)에 거래됐지만 11월에는 7억5000만원(12층)으로 낮아졌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서울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금관구에 그간 오른 집값에 피로가 커졌고 대출규제 직격탄도 맞았다고 평가했다. 한 때 서울에서 중저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지역으로 손꼽혔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중저가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금천구 한 공인중개사는 "올 6월만 하더라도 거래가 활발했지만 이후로는 매수 문의가 뜸해졌다"며 "이 지역 매수자는 대부분 주담대를 받고 나머지는 신용대출로 채워 사는데, 대출 규제가 강화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사도 "서울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이젠 중저가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도자가 가격을 낮춰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둔화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매매지수 통계에 따르면 8월 넷째주 0.26% 올랐던 관악구는 11월 다섯째주(11월 29일 기준) 0.01% 상승에 그치며 0%에 다가섰다. 9월 첫째주와 둘째주 0.22%를 기록했던 금천구도 0.04%로 5분의 1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0.10% 상승한 것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구로구는 서울 평균을 웃도는 0.11% 상승을 기록했다. GTX-B노선 등 개발 호재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구로구 한 공인중개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과 남부광역급행철도 연계, 온수역 일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며 "거래가 뜸하긴 하지만, 굳이 당장 집값을 낮춰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그럼에도 9월 첫째주 0.24%에 비하면 반토막이 난 상태다.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인 이들 지역의 매매가격도 1년 전에 비해 크게 오른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금천구와 관악구, 구로구 등이 포함된 서울 서남권 평균 주택 매매값은 지난해 10월 5억5396만원에서 지난 10월 7억798만원으로 1년 사이 약 28% 급등했다. 이 기간 금천구는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5억2652만원에서 6억5198만원으로, 관악구는 5억3166만원에서 7억6552만원으로 올랐다. 구로구도 5억7728만원에서 6억8317만원까지 상승했다. 세 지역 모두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의 집값 한도(디딤돌 5억원·보금자리론 6억원)를 뛰어넘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출규제와 고점 인식으로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향후 중저가 지역에서 매수세가 더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파트 가격의 선행 지수로 여겨지는 서울 매매수급지수도 98.0을 기록하며 3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기준선에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매도자가 사려는 매수자보다 많은 상황임을 의미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구로나 관악구는 올해 신고가 경신이 많았던 지역"이라며 "가격상승에 대한 피로감 누적과 금리인상, 정부의 여신규제가 더해지며 거래시장 전반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구로구는 최근 한달간 집계된 거래 64건 중 12건이 1개월 전 대비 하락 거래됐다"며 "내년 차주별 DSR적용 여신규제가 적용되고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어 하락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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