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로 자니올로가 19일(한국시간) 유로 2020 예선에서 아르메니아를 상대로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주리 군단, 오렌지 군단, 전차 군단.’
세계 축구의 강자로 군림해왔던 유럽 축구의 거인들이 침체기를 극복하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은 나란히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예선을 통과하며 찬란했던 옛 위용을 되찾고 있다.
‘빗장수비’의 대명사였던 이탈리아의 침체는 국제축구연맹(FIFA) 2006 독일월드컵 우승 뒤 찾아왔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역대 최초로 조별리그에서 승리 없이(2무 1패) 탈락했고,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1승 2패로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다. 2018년엔 지역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에 패해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 이탈리아가 달라졌다. 이탈리아는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열린 유로 2020 예선에서 아르메니아에 9대 1 대승을 거두고 10전 전승으로 본선에 합류했다. 이탈리아가 1경기 9득점을 올린 건 1948년 런던올림픽 미국전(9대 0) 이후 71년 만이다. 게다가 A매치에선 지난해 11월 미국과의 친선경기부터 11연승 째다. 1938-1939년 작성된 9연승을 넘은 최다 연승 행진이다.
지난해 5월 부임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세대교체와 공격적 전술이 성공 요인이다. 이날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니콜로 자니올로(20·AS 로마)가 2골, 리카르도 오르솔리니(22·볼로냐)와 페데리코 키에사(22·피오렌티나)가 각 1골씩 거들면서 어린 선수들이 대승을 이끌었다. 지역예선 최근 5경기에서 11명이 골을 신고할 정도로 득점 루트가 다변화된 이탈리아는 10경기 37득점 4실점으로 매 경기 2골 이상 넣는 공격적인 팀으로 변모했다.
네덜란드의 버질 반 다이크가 17일(한국시간) 유로 2020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도 유로 2020 C조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2014 브라질월드컵 3위 이후 완전히 추락했다. 지역예선부터 고전하며 유로 2016과 2018 러시아월드컵 두 번의 메이저 대회 본선 무대도 밟지 못했다.
로날드 쿠만 감독은 네덜란드를 많은 활동량과 강한 압박을 지닌 팀으로 변모시켰다. 프랭키 데 용(22·바르셀로나), 마타이스 데 리흐트(20·유벤투스) 등 지난 시즌 아약스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돌풍을 이끈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버질 반 다이크(28), 조르지뇨 바이날둠(29·이상 리버풀) 등 기존 선수들도 수비와 중원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6월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는 다시 한 번 메이저 대회 우승의 영광에 도전한다.
독일의 세르주 그나브리가 17일(한국시간) 유로 2020 예선 벨라루스전에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은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에 0대 2로 패해 14년 만에 메이저대회 조별리그 탈락 수모를 겪었다. 네이션스리그 1조에서도 네덜란드와 프랑스에 2무 2패로 최하위(3위)를 기록하며 요하임 뢰브 감독의 사퇴 여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다시금 분위기를 끌어올린 독일이다. 17일 벨라루스를 4대 0으로 이기며 13회 연속 유로 본선 진출 기록을 작성했다. 토마스 뮐러(30·바이에른 뮌헨), 마츠 훔멜스(31·도르트문트) 등 기존에 팀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은퇴했지만 마티아스 긴터(25·묀헨글라트바흐), 레온 고레츠카(24), 세르주 그나브리(24·이상 바이에른 뮌헨) 등 영건들이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