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라는 낱말은 항상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조금씩 발전해서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 피겨 간판 차준환(22·고려대)은 27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입국장 앞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리던 팬 100여 명은 차준환이 모습을 드러내자 “왕자님, 멋있다”고 외쳤다.
일본 사이타마에서 막을 내린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 시상대에 오른 차준환은 이날 여자 싱글 은메달리스트 이해인(18·세화여고) 등 대표 선수단과 함께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 남녀 선수가 피겨 세계선수권에서 동반으로 메달을 획득한 건 이 둘이 처음이다.
차준환은 “출국 전날 스케이트 부츠가 무너져 교체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훈련을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올 시즌 내내 실수가 나왔던 프리스케이팅 연기 후반부 트리플 악셀 시퀀스 점프를 성공시킬 수 있도록 체력 훈련을 중점적으로 한 게 좋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4대륙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제 차준환에게는 올림픽 메달만이 과제로 남았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고 성적인 5위를 차지했던 차준환은 “새로운 4회전 점프가 필요하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제 속도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겨울 올림픽은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다.
갑작스러운 컨디션 난조 탓에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던 이해인은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않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는 많은 팬들 앞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다음 시즌 프리스케이팅 때는 (세 바퀴 반을 회전하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한 개라도 넣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피겨 여자 싱글 선수가 셰계선수권 시상대를 차지한 건 2013년 김연아의 우승 이후 이해인이 처음이었다. 대회가 끝난 뒤 ‘피겨 여왕’ 김연아(33)로 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는 이해인은 “롤모델인 언니의 조언과 격려 덕에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