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이 전격 경질되면서 모그룹인 SSG의 개입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처음부터 끝까지 선두를 지킴)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안겨준 김원형 감독이었기에 야구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SSG 랜더스는 31일 오후 1시 20분께 김원형 감독과 계약 해지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SSG 구단은 "팀 운영 전반과 선수 세대교체 등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김원형 감독과 계약 해지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SSG는 "전날(30일)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오늘(31일) 오전에 최종 결정했다. 김성용 단장이 오늘 오후 12시 30분 쯤에 직접 김원형 감독을 만나서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계속해서 SSG는 "팀을 쇄신하고 더욱 사랑받는 강한 팀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이에 구단은 당초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한 변화 범위를 뛰어넘어 현장 리더십 교체까지 단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SSG는 "다양한 후보군을 선정해 감독 인선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더욱더 재밌는 야구를 선보일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SG 구단은 김원형 감독의 경질 사유에 관해 "먼저 지난 3년간 팀에 공헌해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스럽다.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단언컨대 성적으로 인한 계약 해지는 절대 아니다. 포스트시즌 종료 후 내부적으로 냉정한 리뷰를 치열하게 진행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팀을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늦는 것보다는 좀 더 빠르게 결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단행했다. 처음에는 선수단 구성, 세대교체, 팀 운영 및 경기 운영 전반에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감독 교체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주중앙초-전주동중-전주고를 졸업한 김원형은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고졸 신인으로 입단, KBO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선수 시절에는 어려 보이는 외모 덕분에 '어린 왕자'라는 별명으로 많은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1시즌부터 2010시즌까지 20년간 현역으로 뛰면서 KBO 리그 545경기에 출장해 134승 144패 26세이브 12홀도 평균자책점 3.92(2171이닝 946자책)의 성적을 올렸다.
김원형 감독은 SK의 창단 멤버였다. 2000년 SK 와이번스로 팀의 간판이 바뀌었지만, 이적하지 않은 채 2010년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한 팀에서 뛰었다. 특히 SK가 2007년과 2008년 그리고 2010년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을 당시, 베테랑이자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김원형 감독은 2010시즌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이어 SK 와이번스에서 2016년까지 플레잉 코치와 투수 모치, 수석코치 등을 역임하며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17년과 2018시즌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1군 투수 코치와 수석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두산 베어스의 1군 투수코치로 당시 김태형 두산 감독을 보좌했다. 2019년에는 투수 코치로 두산의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이런 코치 경험은 향후 그가 사령탑으로 팀을 이끄는 데 있어서 매우 큰 도움이 됐다. 두산 코치 시절에는 젊은 투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실력 있는 투수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다.
김원형 감독은 2021시즌을 앞두고 SSG 랜더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는 2020시즌 9위(51승 1무 92패·승률 0.357)로 시즌을 마감했고, 김원형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계약기간 2년,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5000만원 등 총액 7억원의 조건이었다. 이후 2021년 3월 SK 와이번스가 신세계 이마트 그룹에 인수되면서 김원형 감독은 SSG 랜더스의 초대 감독이 됐다. 김원형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21시즌 비록 가을야구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6위 자리에 팀을 올려놓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원형 감독은 부임 2년 만인 2022시즌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개막 10연승을 질주하는 등 시즌 초반부터 엄청난 상승세를 탔다.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성공했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는 키움 히어로즈를 만났다. 당시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준PO)와 플레이오프(PO)에서 KT 위즈와 LG 트윈스를 각각 제압하고 기세 좋게 올라온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키움을 제압하고 감격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김원형 감독이 선수와 코치, 그리고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맛본 순간이기도 했다.김원형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냉철하게 평가한 뒤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용병술을 보여줬다. '베테랑 불펜' 고효준이 은퇴 위기를 딛고 부활할 수 있도록 믿음을 보였으며, 오원석과 서진용 등 젊은 투수들도 김 감독의 지도하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또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던 박성한을 끝까지 주전으로 기용하는 '뚝심'을 발휘한 끝에 국가대표로 만들기도 했다. 부드러운 성격을 바탕으로 때로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선수단을 장악했다. 추신수와 김강민, 김광현 등 베테랑 선수들이 후배들을 잘 이끌 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줬다.
결국 SSG는 계약기간 마지막 해였던 2021년, 그것도 한국시리즈가 한창인 가운데 이례적으로 재계약을 발표하며 힘을 실어줬다. 당시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 시작 약 1시간을 앞둔 상황에서 SSG는 김원형 감독과 재계약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김원형 감독과 총액 22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5억원)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김원형 감독은 2021시즌 66승 14무 64패(승률 0.508)의 성적을 거둔 뒤 2022시즌에는 88승 4무 52패(승률 0.629)로 구단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올 시즌에는 76승 3무 65패(승률 0.539)로 3위에 랭크되며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재임 기간 3년 중 2차례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으며, 한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구단에 안겼다. 재임 기간 3년 성적은 230승 21무 181패. 승률은 560.올 시즌에도 SSG는 하위권으로 떨어진 팀이 결코 아니었다. 주요 불펜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전열에서 제외된 적도 많았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덕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개막 초반부터 큰 악재가 닥쳤다. 1선발 역할을 기대했던 외국인 투수 에니 로메로는 어깨 통증을 호소한 채 결국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짐을 쌌다. 여기에 김광현마저 개막 후 4월에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래도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커크 맥카티가 분전했고, 오원석과 송영진 등의 젊은 선발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팀을 이끌었다. 그렇게 SSG는 전반기를 2위로 마치며 선두 경쟁을 계속 펼쳐 나갔다. 비록 후반기에 '선두' LG와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했지만, 누구도 얕볼 수 있는 팀은 아니었다. 더욱이 지난 5월에는 에니 로메로를 대신해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새롭게 영입했다. 다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맥카티도 준플레이오프 1경기에 등판했을 뿐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다소 무기력하게 패한 것도 사실이었다.
10월 22일 치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외국인 에이스 엘리아스를 앞세우고도 3-4, 한 점 차로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NC는 KBO 리그를 평정한 외국인 투수 페디가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영건' 신민혁을 선발로 내세웠는데, 결과적으로 1차전 승리에 성공했다. 이어 23일에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SSG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살아있는 레전드' 김광현이 선발 등판했으나, 3이닝밖에 채우지 못한 채 5피안타 4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반면 NC는 송명기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팀이 7-3으로 승리하면서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2차전 도중에는 정용진 구단주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뜬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하루 휴식 후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3차전에서는 6-7, 한 점 차로 패하며 시리즈 스윕패와 함께 쓸쓸한 가을을 경험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에 성공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그것도 3연패로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SSG 랜더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SSG는 이번 계약 해지 과정을 설명하면서 특히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SSG는 베테랑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운드에서는 노경은과 고효준이 불펜에서 버티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또 타선에서는 추신수와 한유섬 등 베테랑들이 주요 자리에 포진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최근 2년을 돌아봐도 포스트시즌 야수 라인업에서 SSG는 큰 변화를 가져가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를 제외하고 주전 9명이 거의 동일했다. 그렇다고 해서 뚜렷하게 유망주 육성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야수진에서는 3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20대 선수들 중에서 기대를 모았던 전의산도 콘택트 문제로 엔트리에 아예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김원형 감독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예상하지 못했다"며 쉽게 말을 잇지 못한 뒤 SSG와 이별에 대해 "아직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마음을 조금 추슬러야 할 것 같다. (계약 해지) 통보를 오늘 받았으니까, 당분간 머리도 식히고, 마음 정리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번 김원형 감독의 경질로 야구계에서는 SSG 모그룹의 직접 개입이 더욱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 SK 색깔 지우기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부터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 와이번스에 몸담았던 주요 인사들이 서서히 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SSG 랜더스의 통합 우승에 공을 세운 류선규 단장이 돌연 사퇴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류 전 단장은 1997년 LG 트윈스에 입사해 프런트 생활을 시작한 뒤 2001년 SK 와이번스에 입사, 마케팅팀 기획파트장, 홍보팀장, 육성팀장, 전략기획팀장, 운영그룹장, 데이터분석 그룹장, 단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친 인물. 그런 류 전 단장이 시즌 종료 후 시상식까지 다 참석했는데, 자진 사퇴 형식으로 갑자기 팀을 떠난 것이다.
특히 당시에는 구단이 부인하기는 했지만,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신세계 부회장)와 가까운 '비선 실세'가 구단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리고 단장에 이어 이번에는 SK의 레전드인 김원형 감독이 팀을 떠나고 말았다. 단장과 감독 교체로 인해 정용진 구단주가 더욱 적극적으로 SSG 랜더스의 색깔을 진하게 입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용진 구단주는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9월 한 팬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김원형 감독에 대한 비난 글을 올리자 "그냥 기다려봐. 너만 아는 거 아니야. 기다려봐"라는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용진 구단주는 평소에도 자신의 SNS 공간을 통해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구단주로 유명하다. 그런 정용진 구단주가 현장 사령탑에 관해 쓴 글에 대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남긴 것. 당시 야구계 관계자들은 그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SSG는 향후 사령탑 인선 작업에 대해 "감독 거취가 이제 결정됐다. 팀 상황과 운영 방향성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신속하게 인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용 SSG 단장은 스타뉴스에 "NC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때문에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NC와 시리즈를 치르면서 상대 팀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고 우리는 노장 선수들이 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당연히 그 베테랑들이 지금껏 잘해줬지만, 앞으로의 미래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즌 종료 후 내년 구상을 위한 내부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세대교체와 변화, 혁신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성용 단장은 "고참 선수들도 뛰어야 하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세대교체 면에서 그런 것도 중요하다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구단의 향후 방향성을 공개한 뒤 "정용진 구단주님께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기 전에 최종적으로 사장님을 통해 보고를 드렸다. 결정은 우리가 내부적으로 다 했다"고 답했다. 이제 새로운 사령탑 선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단의 방향성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내부 인사보다는 외부에서 영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산 베어스가 코치 경험이 없었던 이승엽 감독을 영입한 것처럼 파격적인 인사의 사령탑 선임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SSG는 다른 구단과 비교해 특히 구단주가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야구단이기도 하다. 이에 정용진 구단주의 선택이 최종 감독 선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해서 김 단장은 새로운 감독 후보에 대해 "이제 최우선 과제는 감독 선임이다. 코치진 구성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 새로운 감독과 협의를 통해 조정할 계획이다. 다양한 후보군을 추리는 중인데, 내부 승진은 사실 이야기로 나온 것이 없다. 내부 승진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을 외부에서 찾아볼 계획"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