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을 마친 뒤 FA(프리에이전트) 잭폿을 터트린 LG 트윈스 좌완 불펜 투수 함덕주(29)가 이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함덕주는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재활에 전념할 계획이다. 사실상 2024시즌 전반기는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 '우승팀' LG 트윈스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LG 트윈스는 16일 "함덕주가 이날 좌측 팔꿈치 주두골 미세골절로 인해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좌측 주관절 핀 고정 수술을 실시했다. 재활 기간으로는 6개월 정도를 예상한다"면서 "6월 ~7월경 복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 후 메디컬 체크 과정에서 부상이 발견됐다. 약 3주 정도 상태를 지켜보면서 재활과 수술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수술을 받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함덕주는 2023시즌 LG 트윈스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한 함덕주는 지난달 24일 LG 트윈스와 계약기간 4년 총액 38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14억원, 인센티브 18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당시 LG 구단은 함덕주와 FA 계약 배경에 관해 "국가대표 경력을 포함해 많은 경험을 가진 투수"라면서 "2023시즌에는 건강함을 되찾으면서 가장 좋았을 때 모습을 보여줬다. 또 팀의 필승조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팀을 위해 던져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단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함덕주는 부상이라는 숙제를 늘 안고 있는 투수였다. 일산초-원주중-원주고를 졸업한 함덕주는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함덕주는 2015시즌부터 68경기(7승 2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65)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1군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후 함덕주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두산의 왕조 건설에 힘을 보탰다.
그런 함덕주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 건 2021시즌을 앞둔 3월. 당시 LG가 '옆집' 두산으로부터 함덕주와 우완 투수 채지선을 받는 대신, 내야수 거포 양석환과 투수 남호를 두산으로 보내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입단 후 신인 시절부터 꾸준하게 활약하며 정들었던 팀을 떠난 순간이기도 했다.그리고 2021시즌 종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함덕주는 2022시즌에도 재활에 거의 전념했다. 그리고 2023년, 함덕주는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4승 무패 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62를 마크했다. 세부 성적은 55⅔이닝 동안 32피안타(1피홈런) 22볼넷 59탈삼진 12실점(10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7, 피안타율은 0.165.
함덕주는 무엇보다 시즌 초반 기존 LG의 필승조였던 이정용-정우영-고우석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흔들린 상황에서 '플랜 B'로서 불펜의 중심을 잡아줬다. 시즌 막판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우승의 영광을 함께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에 등판, 3⅓이닝 동안 1승 평균자책점 2.70의 성적을 올리며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두산에서 활약했던 2015년과 2016년, 2019년에 이어 개인적으로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함덕주의 해피 엔딩이었다.
함덕주(오른쪽)와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이 계약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당시 FA 계약을 마친 함덕주는 구단을 통해 "올해가 가기 전에 계약을 마칠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 이번 시즌 팀이 최고의 성적을 냈다. 나도 부상 없이 던지면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기쁘다. 다시 한번 건강하게 던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꾸준한 모습으로 팀이 계속 강팀이 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FA 계약 소감에서도 말했듯이 함덕주는 누구보다 건강하게 2024시즌 공을 뿌리고 싶었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함덕주는 "2022시즌을 앞두고 LG 소속으로는 처음 스프링캠프를 갔다. 당시 수술도 했고, 잘 던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무리했고, 정규 시즌까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면서 "2023년에는 스스로 불안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몸을 끌어 올렸는데 이게 통했다. 올해도 정규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 것이다. 현재는 공은 만지고 있지 않다. 재활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덕주의 계약이 발표되면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바로 인센티브였다. 38억원 중 절반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인 18억원이 옵션이었던 것이다. 옵션은 말 그대로 보장된 금액이 아니다. 선수가 옵션에 걸려 있는 조건만큼 더 활약을 펼쳐야 손에 넣을 수 있는 금액이다. 어떻게 보면 구단 입장에서는 '먹튀' 등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과거에는 선수의 향후 활약 여부와 관계없이 예전 활약을 바탕으로, 또는 이름값만 믿고 큰 금액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FA 선수를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함덕주는 "지난해 워낙 성적이 좋았는데, 그렇게까지 안 해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옵션이다. 건강하게 1군에서 던질 수만 있다면 충분히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성적과 같은 부분에 대한 건 크게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함덕주는 그러면서 "인센티브가 내게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부상 리스크가 계속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부분을 없애는 데 있어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이런 부분이 있어야 FA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좋은 마음으로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부상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 프로에서 10년 넘게 뛰었는데, 사실상 부상으로 2년을 쉬었지만 FA 자격을 취득했다. 부상 위험을 안고 있는 선수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토록 건강한 모습으로 인센티브에 관한 욕심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2024시즌을 준비했던 함덕주.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이러한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함덕주가 계약 첫해부터 인센티브를 모두 가져가는 건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LG는 클로저였던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진출한 상황. 클로저로 유영찬이 낙점된 가운데, 상황에 따라서는 경험 많은 함덕주가 나설 수도 있었다. 함덕주는 마무리 투수 보직에 관해 "그 부분은 감독님께서 정해주시는 부분이다. 서운한 건 없다. 제가 서운하다고 해서 바뀔 것 같다면 서운하다고 했을 것"이라며 웃은 뒤 "제가 할 일만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렇지만 일단 전반기 아웃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LG 불펜도 또 하나의 고민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