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리버풀의 부활을 이끈 위르겐 클롭 감독이 사임을 발표하면서 후임 감독 후보군도 빠르게 등장했다. 펜웨이스포츠그룹은 막후에서 벌써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리버풀이 26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클롭 감독이 2023-2024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25일 팀을 카라바오컵 결승으로 이끈 뒤, 클롭이 2023-2024시즌을 마저 이끌고 8년 반 동안 리버풀에서의 생활을 정리한다. 페핀, 라인데르스, 피터 크라비츠 코치, 그리고 엘리트 개발 코치 비토르 마토스도 클롭을 따라 팀을 떠날 예정이다. 라인데르스는 자신의 감독 커리어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클롭은 지난 2022년 재계약을 맺은 뒤, 2026년 여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계약 만료를 2년이나 앞두고 그는 번아웃을 밝히며 사임을 선언했다.
클롭은 구단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이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충격받을 거라는 걸 이해한다. 하지만 분명히, 적어도 나는 설명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라며 "난 이 구단, 도시, 서포터들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팀과 스태프도 사랑하고 모든 걸 사랑한다. 하지만 난 여전히 내가 내려야 하는 결정이라고 확신한다"라며 "그것은 내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유럽 무대에서도 클롭은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도르트문트를 2012-20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끌며 우승을 차지했던 1996-1997시즌 이후 16년 만에 결승으로 이끌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클롭 감독의 지도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 시즌이었다.
클롭은 2014-2015시즌, 도르트문트에서의 일곱 번째 시즌을 마친 뒤, 팀을 떠났다. 2015년 잠시 휴식을 취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 불의의 실수로 인해 우승을 놓친 리버풀이었다.
클롭은 지난 2015년 10월, 브랜던 로저스 전 감독의 후임으로 리버풀에 부임했다. 구단은 "그의 부임은 구단을 개혁하고 홈과 원정에서 이를 해결해 낼 수 있는 결정이었다"라며 "그의 지휘하에, 리버풀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FA컵, 리그컵, UEFA 슈퍼컵, FA 커뮤니티 실드를 들어 올렸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클롭은 리버풀과 함께 통산 6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구단에 징크스처럼 남아있던 숙원인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을 이끌었다. 2021-2022시즌엔 FA컵과 카라바오컵을 동시에 들어 올리며 미니 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 클롭은 강했다. 2017-2018시즌 리버풀을 이끌고 처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그는 2021-2022시즌도 결승전에 진출하며 그의 커리어 내내 리버풀을 유럽 최강팀 중 한 팀으로 자리 잡게 했다. 비록 모두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해 준우승을 두 번이나 했지만, 유럽 무대에서 리버풀의 위상을 다시 드높였다.
리버풀에서 클롭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성적은 현재까지 317경기 199승 74무 44패, 승점 671점을 쌓았고 경기당 평균 2.12점의 승점을 얻었다. 이는 마인츠, 도르트문트를 이끌고 분데스리가에서 거둔 340경기 162승 84무, 94패, 승점 570점, 경기당 평균 1.68점보다 뛰어난 기록이다.
시즌을 5개월이나 남겨두고 클롭이 사임을 발표한 가운데, 곧바로 리버풀의 차기 감독 후보군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번은 리버풀의 레전드이자 분데스리가에서 압도적인 선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바이엘 레버쿠젠 감독 사비 알론소다.
글로벌 축구 잡지 포포투 영국판은 클롭의 사임 발표 직후 "사비 알론소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레버쿠젠을 떠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전 리버풀 레전드 사비 알론소가 바이아웃 조항 덕분에 클롭의 대체자로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라며 "이미 리버풀은 알론소를 붙잡기 위한 작업을 착수했다"라고 전했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 빌트는 "알론소가 2026년 여름까지 계약했다. 그는 시즌 종료 후 그가 뛰었던 리버풀, 바이에른 뮌헨, 혹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제안이 오면 레버쿠젠이 보내준다는 조항이 있다"라며 "몇 주 전, 카를로 안첼로티가 레알 마드리드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알론소가 뮌헨의 타깃이 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알론소는 선수로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선수다. 1981년 스페인 톨로사에서 태어나 레알 소시에다드 아카데미에 들어간 그는 2000년 프로 계약을 맺고 2000-2001시즌부터 커리어를 쌓았다.
이후 2004년 리버풀로 이적한 알론소는 2004-2005시즌 리버풀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이스탄불의 기적'을 함께 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5년 뒤인 2009년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전성기를 보냈다.
레알에서 알론소는 조세 무리뉴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지도하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메수트 외질, 세르히오 라모스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활약했다. 그는 레알에서 리가 우승 1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UEFA 슈퍼컵 우승 1회를 기록했다.
2014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알론소는 뮌헨으로 이적했고 3년 간 펩 과르디올라, 안첼로티의 지도를 받으며 분데스리가 3연패를 이끌었다. 그리고 2017년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 코치로 들어가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사비가 본격적으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건 레버쿠젠이다. 지난 2022년 여름 레버쿠젠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18경기 15승 3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이 2위지만, 직전 18라운드 베르더 브레멘전에서 0-1로 패하면서 레버쿠젠과의 격차가 승점 4점 차로 벌어졌다.
두 번째 후보는 로베르토 데 체르비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 감독이다. 그의 루머는 그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풋볼 이탈리아는 이날 "데 체르비가 리버풀의 대체자가 될 수 있다"라며 "데 체르비는 대화를 할 수 있고 리버풀 팬들은 이미 클롭의 최우선 대체자가 누구일지 논쟁에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데 체르비는 주로 이탈리아 무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선수다. AC밀란 유스 출신인 그는 1998년 여름 파도바 이적 후 줄곧 세리에B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나폴리와 카타니아 경력이 있지만, 세리에A 경력보다 세리에B에서 더 많은 경기를 뛰었다. 세리에B에서만 132경기를 뛰었고 루마니아 명문 클루지 경력도 있다.
2013년 여름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은 데 체르비는 감독으로 더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는 점에서 위르겐 클롭과 비슷한 점이 있다.
데 체르비는 2013년 11월 다르포 보아리오(당시 4부리그)를 시작으로 포지아, US팔레르모, 베네벤토를 거쳐 지난 2018년 사수올로 지휘봉을 잡았다. 사수올로에서 그는 지도력을 폭발시켰고 2019-2020, 2020-2021시즌 연속해서 팀을 8위로 이끌며 주목을 받았다.
데 체르비는 2021년 여름, 시즌 종료 후 사수올로를 떠나 우크라이나 명문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맡았고 2021-2022시즌 팀을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가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진출로 이끌었다.
눈에 띄는 지도력과 전술로 빅리그의 주목을 받은 데 체르비는 2022년 9월, 돌연 첼시로 떠난 그레이엄 포터 감독의 대체자로 브라이턴에 입성했다.
부임 직후 첫 시즌인 2022-2023시즌 데 체르비는 브라이턴을 프리미어리그 6위로 이끌었다. 강팀 맨체스터 시티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리버풀,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여러 빅클럽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리그 32경기 14승 7무 11패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브라이턴은 2023-2024시즌 UEFA 유로파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창단 122년 만에 첫 유럽대항전 진출이었다.
일단 리버풀에게 시간은 많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 영국판 기자 폴 조이스는 "시즌이 5개월 남았고 펜웨이스포츠그룹도 클롭으로부터 지난 11월, 사임 이야기를 듣고 발 빠르게 공백을 메우기 위해 프로세스에 착수했다"라고 전했다. 누가 후임 감독이 될지, 다가올 여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