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아직 사라지지 않은 숨

208 0 0 2025-05-03 20:3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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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멈춘 건 봄이었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그해 봄은 짧았다. 열은 빠르게 번졌고, 숨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창문을 열고 오래된 공원을 내려다보았다. 그 아래에서 아이 하나가 혼자 뛰놀고 있었다. 바람은 불지 않았고, 잎은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창틀에 손을 얹은 채, 자신이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려는 것처럼,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뉴스는 더 이상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병원은 닫혔고, 약국 앞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사라졌고, 남은 이들은 말이 줄어들었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은 열흘 전에 떠났다. 떠난다는 말조차 남기지 못한 채. 그의 옷이 아직 침대 옆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떤 감정도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세상이었다. 기쁨도 슬픔도, 모두 증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점점 말을 잃어갔고, 그보다 먼저 기억이 사라졌다.



하루는 노인이 집 앞에 앉아 있었다. 말없이, 그저 앉아 있었다. 나는 물을 건넸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이 병도 끝나겠지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다시 깨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몸을 담요로 덮었다. 하늘이 조금 흐려졌다. 사람을 덮는 일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아무도 울지 않았고,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지나간 자국처럼 조용히 흩어졌다.



나는 지금도 살아 있다. 아직은. 방 안엔 식물이 한 그루 있고, 창밖에선 까치가 울기도 한다. 가끔, 누군가가 멀리서 노래를 부른다. 들리지 않는 듯 들리는 그 목소리는 언젠가 내가 알았던 사람의 음색을 닮았다. 세상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라지지 않은 숨을 나는 들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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