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주의] 맹호류

289 0 0 2020-02-05 19:5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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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맹호류 황금권의 18대 계승자입니다.
입대하기 전에는 낙성대에서 대학생들에게 건강을 지키는 맹호류 기본형을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훈련소 생활이 시작됐는데 조교들 중에서 사사건건 저한테 시비를 거는 악질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막사 뒤에서 나오는데 그 조교가 저한테 담배피다 왔다면서
시비를 거는 겁니다. 저는 권법가이기 때문에 담배를 피지 않습니다.
피지 않았다고 하니까 조교가 제 가슴을 양손으로 확 밀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이 반응해서 반격기가 나왔습니다.

" 후앗 투아! 반격기! "

저도 모르게 맹호 18장에 나오는 반동 초식 " 쌍금타 " 로 반격을 하고 말았습니다.
조교의 밀치는 양손을 좌우로 흘리면서 오른 손바닥으로 조교의 턱을 올려 쳤습니다.
저를 밀치던 기세 + 쌍금타의 크로스 카운터의 위력이 합쳐졌으니 그야말로 일격필살의
반격기지요.
그 자리에서 조교는 턱과 목뼈가 나가 태아처럼 팔다리가 쪼그라들며 주저 앉았습니다.
뒤늦게 달려온 조교들과 훈련소 동기들은 현장을 보고도 쓰러진 조교를 내려다보는
저의 호랑이 같은 살기에 눌려 꼼짝도 못했습니다.
저는 결국 출동한 헌병대에 체포되었습니다.


저는 사단 영창에 수감되었습니다.
훈련병이 영창에 수감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특히 조교를 쓰러트리고 수감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저는 요주의 인물이었습니다.
저는 하루종일 영창에서 정좌를 하고 앉아 맹호류의 명상수련법 중 하나인 호법경을
외우며 정신을 단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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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법경을 외우자 저의 살기는 가라앉고 정신은 명경지수처럼 맑아져 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강호의 흉행이 있었습니다.
제가 쓰러트린 조교의 훈련소 동기가 영창을 관리하는 헌병이었습니다.
그는 말은 안했지만 저를 볼 때마다 증오에 불타는 눈을 번득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드디어 일이 터졌습니다.
영창에서는 하루를 마감할 때 반성문을 쓰고 잡니다.
그날 하필이면 그 시간대 근무자가 저한테 원한을 가진 헌병이었습니다.
반성문을 쓰고 취침하게 됐는데 영창에서는 잘 때 반드시 모포 위로 양손을 보이도록
드러내고 자야합니다. 자해와 자위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런데 갑자기 등짝이 가려워서 손을 모포 속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그 헌병이 벼락같이 저를 불렀습니다.
그리곤 절더러 잠도 안 자고 딸딸이를 치려했다면서 비웃는 겁니다.
저는 권법가이기 때문에 절대로 자위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제가 부정하자 헌병은 저를 영창에서 꺼내더니 갈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덤비면 그걸 빌미로 더 엄한 형벌을 씌우려는 의도가 분명했습니다.
헌병은 제 앞머리를 쥐더니 마구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권법가였던 모태병법자입니다. 제가 아무리 반항하지 않으려
해도 저의 육체가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 후리얏 호랴! 반격기! "

저는 왼손으로 제 앞머리를 잡은 헌병의 손을 감아쥐고 뿌리치며
몸을 반바퀴 돌려 맹호류 기본기 고양이손으로 헌병의 뒷통수를 후려쳤습니다.
이 기술은 천지의 갑룡과 을룡이 여의주를 두고 싸우던 모습에서 본딴 기술로
' 을룡타 ' 라고 부릅니다. 고양이 손으로 뒷통수를 치면 그 충격파가 머리 내부에서 폭발하며
뇌에 충격을 주는 살법에 가까운 반격기입니다.
제가 숫자 삼을 해아리자 헌병은 마치 쥐고 흔든 콜라가 폭발하듯 눈코입에서 푸쉬식 피를
뱉으며 주저 앉았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근무자는 저의 호랑이 같은 살기에 눌려
5분 대기조가 출동할 때까지 꼼짝도 못했습니다.




( 3 ) 명예와 영혼

영창수감자에서 헌병을 쓰러트린 저는 미결수가 되어 미결수 감방으로 옳겨졌습니다.
그들은 저를 더 이상 다른 죄수들과 두지 않고 방 하나의 수감자들을 모두 한방에서
이감시키고 빈방에 저를 수감시켰습니다.
저는 큰 영창 안에 혼자 앉아 정좌를 취하고 밤낮으로 호법경을 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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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호법경을 외워도 제 마음은 조금도 맑아지지 않았습니다.
맹호류의 유일한 전승자인 제가 천하의 대의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겨우
죄인들이 갇히는 감옥에 갇혀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맹호류의 사조이신 맹호대사님은 청나라 군대에 잡혔을 때 맹호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스스로 주먹으로 자신의 꼴통을 후려쳐 깨시고 자결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게는 사조님처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결할 이유마저 없었습니다.
더구나 유일한 전승자인 제가 여기서 자결하면 1만년을 전해내려온
맹호류는 여기서 끊어지고 맙니다.

헌병이 다가와 2시에 군 법무관과 면담이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저는 점심도 거른 채 더욱 열심히 호법경을 외워 마음을 안정시켰습니다.

저는 수갑이 채워지고 포승줄에 꽁꽁 묶여 군법무관 사무실로 갔습니다.
대기실에는 저와 같은 미결수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몇사람은 울고 몇사람은 될대로
되라는 듯한 체념한 표정이었습니다.
저를 호명하자 저는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들어가자 마자 관등성명도 안 댄다며 법무관이 갈궜습니다.

" 영창 근무자를 왜 팼어? 게 지금 의병전역하게 생겼어 알아? "

" 그가 먼저 제 머리를 쥐고 흔들었습니다. "

" 너 그 때 딸딸이 쳤다며? 영창에서 자위행위는 금지인거 모르나? "

" 저는 권법가이기 때문에 절대로 자위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

" 뭐 권법가? 이거 완전 꼴통이구만. 그래서 전역 일주일 남은 애를 줘패서 의병전역시키냐? "

" 맹호류는 절대로 먼저 때리지 않습니다. 맹호류는 활인의 권이지 절대 살인의 권이 아닙니다. "

" 어 이 새x 말대답하는 거 봐라? 좋아. 어디 두고 보자. 넌 내가 법무관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징역 먹인다. 꺼져. "

꺼지라는 말에 저는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나가려고 하는 데 갑자기
법무관이 화를 내며 이러는 겁니다.

" 이 새x가 경례도 안하고 나가? "

돌아서는 순간 법무관이 던진 볼펜이 얼굴로 날아왔습니다.
세게 던진 것도 아니고 그냥 획 던진 볼펜을 그냥 맞아도 될텐데.

하지만 계란을 바위에 던지면 계란이 다치지 바위가 다치진 않습니다.
저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했습니다.
병자호란 때 맹호대사님이 적병의 화살을 피하고 반격하기 위해
창시하신 맹호류 황금권 18장 반동초식 ' 가악퇴 '가 튀어나왔습니다.

" 퉤메! 반격기! "

저는 볼펜을 슬쩍 피하며 법무관의 면상에 가래침을 쏘았습니다.
맹호의 살기가 담긴 가래침은 화살이 되어 법무관의 맞빡을 ㄸㅡㅀ었습니다.

" 으악~ "

가래침에 맞빡이 ㄸㅡㅀ린 법무관은 눈알이 튀어나온 채 나뒹굴었습니다.
밖에서 소란을 듣고 헌병 두명이 경봉을 들고 뛰쳐 들었습니다.
맞빡에서 침과 피를 질질 흘리며 신음하는 법무관을 보자마자 그들은 전후사정도
듣지 않고 불문곡직 꽁꽁 묶여 있는 저한테 달려들었습니다.
상,하단으로 동시에 경봉이 날아왔습니다.
저는 그냥 맞고 쓰러지기 위해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모태병법자의 육체가
가만 있을 리가 없지요.

" 도리얏 흐럇! 어리야~ "

순식간에 제 몸의 관절은 3단 분리되어 S자로 휘어졌습니다.
이는 맹호낙지세라는 회피기로 호랑이 줄무늬 낙지처럼 온몸의 관절을 빼어
적의 공격을 피하는 초식입니다.
헌병들의 몽둥이는 저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자신들의 꼴통을 후려쳐 깨고 말았습니다.
관절이 빠진 저는 그 자리에 무너져 누웠습니다.
다른 헌병들이 달려왔지만 누워 있는 저의 호랑이 같은 살기에 눌려 꼼짝도 못했습니다.
저는 전 사단의 5분 대기조가 달려올 때까지 그 자리에 누워 호법경을 외웠습니다.

" 임병투자열개제전 반야바라밀 "



맹호류 ( 4 ) : 아홉구멍의 눈물


저는 운좋게도 조교와 헌병을 폭행한 혐의만 인정되어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육군 교도소에
수감되었습니다. 법무관과 헌병들을 쓰러트린 일은 상식적으로 납득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무혐의 처리되었습니다.
1년간 복역하고 난 저는 후방의 어느 기계화사단으로 자대배치를 받았습니다.
입대하고 1년만에 자대배치를 받은 것입니다.
제가 전입된 중대의 행보관님은 좋은 분이셨습니다.
30사단에서 전출왔다는 행보관님은 풍성한 덩치답게 마음도 후덕했습니다.
행보관님은 호탕하게 웃고는 자신의 푸짐한 배를 두들기며 말했습니다.

" 갑자기 애들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들면 꾹 참고 BEQ로 와서 이 행보관을 패거라 "

내무반 생활도 편했습니다. 성질이 까다로운 사람도 없었고 고참들 가운데 두명이나
훈련소 동기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상병 계급장을 달고 있었습니다.
순조로운 군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주말이면 교회에 가서 초코파이를 씹으며 성경 대신 호법경을 외우고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설사 누군가 제 등짝이 보고 싶다고 해도 꾹 참고 보여주리라 결심을
굳혔고 제대하는 날까지 저의 권을 봉인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습니다.
결국은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까요.
더 이상 파란을 일으키지 않고 평범하게 생활하다 제대하겠다는 저의 결심은
운명이란 폭풍 속에서 흩날리는 한낱 가랑잎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중대 전역병 환송식이 있기 전날 밤이었습니다.
점호준비를 하고 막사 현관에서 전투화를 손질하고 있는 데 내일 전역할 옆 소대
말년병장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를 본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말년병장은 사회 있을 때 저의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갑환이었습니다.
갑환이는 타키온 태권도의 달인이었는데 군대 간 뒤로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를 알아보고도 갑환이는 시큰둥했습니다.
그동안 소식을 이것저것 물었지만 갑환이는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권법가 시절에는 그렇게 쾌활하던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9시가 다 되어 가길래 저는 마지막으로 갑환이에게 부탁했습니다.

" 부탁 하나만 할께. 낙성대학교 영문학과 최호식이한테 이 편지 좀 전해줄래.
내가 그동안 교도소 있어서 개네들한테 전화 한번 못했거든. "

" 애가 뭔데? "

" 심신단련차 나한테 맹호류를 배우던 애들인데 애말고 낙성대 학생이 스무명 더 있어. "

갑환이는 갑자기 피식피식 웃다가 급기야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 하하하 이 멍청한 자식 같으니 "

" 뭐라고?! "

갑환이는 손가락으로 제 눈을 찌를 듯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 이 어리석은 놈아. 이 세상물정 모르는 금치산자. 천덕꾸러기야! "

갑환이는 다시 한바탕 크게 웃고 나더니 말했습니다.

" 니가 가르친 놈들이 진짜 대학생인 줄 알어? 이 병x아! 세상에 낙성대학교가 어딨어? "

" 뭐. 뭣이?

" 그 놈들은 말이야....이 병x아! 낙성대 역전파 깡패들이라구! 조폭이란 말야.
넌 조폭들한테 권법을 가르친 거야 이 병x아! "

" 뭐., 뭐야? "

" 난 진작에 알고 있었지. 니가 언제까지 속나 보려구 가만 보고 있었다. 그랬더니
끝까지 속고 있네. 이 병x! "

저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자인 김호식이가 이번 학기에는 오십 학점이나 신청했다면서
빡시게 공부해야 겠다며 천진하게 웃던 모습이 아직도 제 뇌리에는 선명했습니다.

" 거짓말이다. 다 거짓말이다! "

" 이 병x. 천하의 대의를 지키겠다면서 조폭한테 무술이나 가르친 병x아!

" 그 입 다물라! 닥치라! "

" 이 씨a라마. 병x아아아! "

번쩍! 번쩍!! 번쩍!!!

" 아호라!! "

순간 제 눈앞은 온통 뻘겋게 변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맹호류의 기본 타격기
맹호 고양이손 후리기로 갑환이를 후렸습니다.
짝!! 하고 채찍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고양이손 후리기는 맹호류의 기본기였지만 맹호류의 기본기는
다른 무술의 필살기와 같은 위력이 있습니다.
맹호류의 타격기는 1번을 치든 100번을 치든 타격음은 1번 밖에 안 납니다.
왜냐. 너무나 빨리 치기 때문입니다.

멍하니 있던 갑환이는 서서히 한손을 쳐들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습니다.
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감돌았습니다.

" 역시 너의 권은 천국의 권. 비룡의 권이다. 너의 주먹. 보이지 않았다....으악~ "

말을 마치는 순간 갑환이의 전투복이 사방팔방으로 찢겨나가며 피를 뿌렸습니다.
온몸에 백개의 고양이 할퀸 자국이 난 갑환이는 피보라를 뿌리며 땅바닥에 뒹굴었습니다.
뒤늦게 정신이 든 저는 절규하며 갑환이를 안아 들었습니다.

" 갑환아. 왜 피하지 않은 거냐? 너라면 피할 수 있잖아! "

" .......무릎에 물이 차서 피할 수가 없었다. "

갑환이는 피비린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 나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병법자였다. 그런데 죽음도 같은 병법자 손으로
맞이하는구나. 맹호야. 이 시대에 우린 쓰레기야.....으하하하하~ "

갑환이는 다시 한번 크게 웃더니 울컥 아홉구멍에서 피를 쏟고는 그대로
숨이 끊어졌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갑환이의 시신을 붙들고 엉엉 울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슬퍼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 멀리서 5분 대기조의 비상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맹호류 ( 5 ) : 호랑이처럼.

전 대대에 비상사이렌이 울려퍼졌습니다.
저는 갑환이의 시신을 내려놓고 어둠 속으로 내달렸습니다.
살법을 저지르고 도망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속이고 무술을 전수받은 낙성대학생 아니. 깡패 최호식이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습니다.
1만년 역사의 맹호류가 사악한 자의 손에 악용된다면 저는 구천에 가서도
맹호류 사조님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김호식이를 찾아서 그의 무공을 폐하고 자수할 결심으로
저는 담을 뛰어 넘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맹렬히 굉음을 내며 달려온 육공트럭이 제 앞길을 막아섰습니다.
5분 대기조가 출동한 것이었습니다.

5분 대기 소대가 육공트럭에서 우르르 쏟아져내렸습니다.
소총에 착검한 소대원들은 저를 에워싸고 포위했습니다.
그리고 트럭에서 한 장교가 크게 웃으며 뛰어 내렸습니다.
화이바에는 아직 접착제도 안 마른 소위 계급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는 저를 노려보며 윽박질렀습니다.

" 최맹호! 나를 알아보겠느냐?! "

" 잘 모르지 말입니다. "

" 1년 전. 나는 네가 있던 신교대의 대대장이었다! "

그제서야 나는 그가 누군지 기억해냈습니다. 신교대 대대장 전소령.
그런데 소령이었던 그가 왜 소위 계급장을 달고 여기 있는 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 그 때 네놈이 저지른 폭행사건 때문에 나는 단박에 소령에서 소위로 강등됐다.
최맹호! 그런데도 내가 옷을 벗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아느냐?!
언젠가는 또다시 이런 날이 올 줄 알았기 때문이지.
이번에야 말로 내 손으로 직접 잡아 준엄한 군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 "

" 저는 아직 잡힐 수 없지 말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지 말입니다.
이틀 후에 돌아오지 말입니다 "

하지만 전소위는 비웃으며 외쳤습니다.

" 어쨌든 넌 여기서 도망칠 수 없다. 보라! "

전 소위는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 하늘로 튀려고 하면 공창진! "

그러자 소대원들이 일제히 저의 머리 윗쪽을 총검으로 찔렀습니다.

" 땅 속으로 튀려고 하면 지창진! "

이번에는 소대원들이 일제히 땅속을 총검으로 찔렀습니다.
도저히 빈틈이 보이지 않는 진법이었지만 한가지 약점이 보였습니다.

" 가만 있으면 어떻게 됩니까?! "

" ......... "

전소위는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 지 입을 다물었습니다.
5분 대기 실탄 분배는 뻘로 하냐고 병사들이 소근대며 투덜거렸습니다.
상황을 보니 전소위는 5분 대기조 교육할 때마다 총검술만 연습했던 것 같았습니다.

" 어쨌든 전 탈영해야지 말입니다.!! "

저는 불끈 외치며 제 몸의 비공을 접혈했습니다.

" 아럇! 아윽~ "

저는 엄지손가락으로 귓구멍과 회음을 점혈했습니다.
이는 맹호류 호기공이란 기공법으로 온몸에 맹호의 기, 즉 호기공(호랑이의 에너지)을
채워 금강불괴지신의 육체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부르르르르~ 점혈을 당한 저의 몸은 바람을 넣는 풍선처럼 호기공으로 가득차
점점 부풀어올랐습니다.
옷이 찢어지며 제 몸은 순식간에 코디악 섬에 사는 코디악 곰처럼 커다랗게
부풀었습니다. 등짝에는 무시무시한 맹호의 얼굴이 생겨났습니다.
소대원들 모두 공포에 질려 총을 버리고 주저 앉았습니다.
심지어 한 병사는 저를 보고는 머리를 감싸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 맙소사 부랄 한쪽이 내 머리통만해 "

소대원들은 전부 전의를 상실했고 저는 유유히 걸어서 대대 정문으로 향했습니다.
전소위가 소대원들을 윽박질렀지만 몇달째 신병을 받지 못한 소대라
대부분 말년병장들이라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이를 갈던 전소위는 갑자기 트럭 위로 뛰어 올라 실탄박스를 찢고 자신의 소총에
탄환을 장전했습니다.

" 이 새x 죽인다! "

저는 그 소리를 듣고 획 돌아섰습니다.
전소위가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고 저는 맹호류의 보법에 따라 스탭을 밟으며
움직였습니다. 마치 그 모습은 곰돌이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익크 엑크 오라도라 "

제가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자 전소위는 격분해서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 익크! "

저는 슬쩍 몸을 틀었습니다. 총알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전소위는 잘못 쏜 줄 알고 제대로 견착해서 다시 총을 쐈습니다.
하지만 총알이 마치 저를 피해 날아가듯 한방도 안 맞았습니다.

지금 맹호류 맹보법을 밟는 저의 귀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소위가 방아쇠를 당길 때 손가락 힘줄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발사되기 직전
몸을 틀어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마치 제가 총알을 보고
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총알을 피하며 조금씩 전소위에게 다가갔습니다.

" 몬스터~ "

소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팔방으로 달아났습니다.
총알이 떨어진 전소위는 급히 재장전했지만 저는 이미 그의 코앞에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가슴을 향해 호랑이 같은 손바닥을 날렸습니다.

" 탄창 막기! "

전소위는 총검술 중 하나인 탄창 막기로 방어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의 에너지가 실린 저의 손바닥을 막자 탄창 속의 탄환들이 일제히 폭발했습니다.

푸펑!!!

" 으악~! "

폭발한 탄환은 크레이모어처럼 사방으로 튀어나가서 트럭까지 폭발시켰습니다.
불길 속에서 전소위가 광소하며 외쳤습니다.

" 최맹호~! 지옥에서 기다리겠다~! 으하하하~ "

저는 불길 속에서 미친 듯이 웃는 전소위를 뒤로 하고 부대 밖으로 내달렸습니다.
낙성대를 향해서. 저는 눈물을 흘리며 호랑이처럼 울부짖으며 달렸습니다.





맹호류 ( 6 ) : 내 이름은 맹호

낙성대역에 도착한 저는 서둘러 호식이의 아지트를 찾았습니다.
시간이 없었습니다. 곧 헌병들이 출동할 것입니다.
호기공 때문에 전투복이 전부 찢어진 저는 탈영할 때 가지고 온 떡볶이 빛깔의 츄리닝으로
갈아입었기 때문에 삼척동자가 봐도 ' 재는 탈영병 '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호식이는 서진 룸살롱에 있었습니다.
제가 그곳을 들이치자 호식이 졸개들이 저를 포위하고 호식이가 나왔습니다.
검정색 조폭 스타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코디하고 양옆에 냄비를 끼고 있는데도
호식이는 끝까지 거짓말을 하며 일하는 중이라고 둘러댔습니다.
제가 오십학점이나 신청하는 대학이 어딨냐고 따지자 결국 호식이는 순진한 말투를 버리고
조폭 특유의 ' 논단다 ' 말투를 쓰며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 하하하. 난 원래 이런 놈이駭幷? 내 정체가 탄로났으니 이젠 어쩔 수 없단다.
널 죽여야 한단다. "

호식이는 사시미를 뽑아 들더니 현란한 스탭으로 발을 구르며 칼춤을 추었습니다.

따단다 단단다 다단다단다단단다

" 하하하 이게 바로 너한테 배운 맹호류 보법과 전국구 스탭을 합친 마장조 스탭이란다.
그리고 내 사시미는 1초에 12번을 찌른단다. 넌 이제 죽는단다!! "

쉬시식!!

호식이는 인정사정없이 저한테 칼침을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호식이의 칼은 어찌나 빠른지 사시미든 천수관음보살이 현신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정확히 1분 12초 동안 막지 않고 칼침을 먹으며 버티었습니다.
864번의 칼침을 먹었습니다. 그 횟수만큼, 864일 동안 제가 호식이를 가르쳤기 때문이었습니다.
865번째의 칼침이 날아오는 순간, 저는 눈을 떴습니다.

번쩍!!

" 맹호류 칼날물기!! "

저는 이빨로 덥썩 호식이의 칼을 물었습니다.

" 헉?! "

호식이가 당황하자 저는 즉시 회피기 ' 가두갱술 ' 을 발동시켜 칼을 뿌리쳤습니다.
그리고 호식이의 왼쪽 콧구멍을 노렸습니다.
궁극필살의 반격기. 맹호류 제 18장 살인 반격기 ' 무뇟흉 '이었습니다.

" 끄리야~!! "

" 으악~!!!! "

제 주먹에 실린 엄청난 풍압이 홀 안을 폭풍처럼 휩쓸었고 호식이의 졸개들은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호식이는 그 자리에 얼어 붙은 듯이 멈춰섰습니다. 그의 손에서 칼이 떨어졌습니다.
저는 말없이 돌아서서 출입구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호식이의 왼쪽 콧구멍에서 코피가 흘러내렸지만 호식이는 자신을 살펴보고는 멀쩡한 것
같자 의기양양해서 비웃었습니다.

" 뭐야? 기합소리만 요란하지 암것도 아니잖아?! "

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 너는 이미 수저를 놨다. "

" 뭐 이 새x가 너 일루 안.....헉? "

호식이는 부들부들 떨며 돌아서서 졸개들에게 말했습니다.

" 애.애들아. 숨.....숨 어떻게 쉬는 거냐? 숨쉬는 방법을 까먹었.....케악~!! "

숨쉬는 방법을 까먹은 호식이는 그 자리에서 숨이 막혀 죽었습니다.
저는 나가기 전에 콧구멍을 통해 끄집어낸 호식의 뇌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룸살롱 밖으로 나가니 이미 수방사 헌병대가 주위를 빈틈없이 포위하고 있었습니다.
수방사의 타이어 달린 장갑차까지 와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무릎을 끓고 양손을 모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수갑을 든 형사들이 미란다원칙을 중얼거리며 주춤거리며 다가왔습니다.
반격기를 당할까봐 무서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미 세 사람이나 죽인 저는 맹호류의 이름을 계승할 자격이 없는 한낱 죄인일 뿐이었습니다.
제 손목에 수갑을 채우자 겨우 안심이 됐는지 형사들은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저를 데리고 가려고 등 뒤에서 슬쩍 떠밀었습니다.

" 오라타!! 반격기!! "

저도 모르게 반격기 칠갑산이 튀어 나와 등짝으로 형사의 가슴을 받았습니다.
트럭에 치인 듯 형사님이 수십미터 밖으로 튕겨나갔습니다.
다른 형사분이 분노해서 제 머리에 권총을 겨누며 말했습니다.

" 이 새x야! 얌전히 굴어! 이젠 반항해도 소용 없어!! "

저는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외쳤습니다.

" 저를 터치하지 마십시오.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병법자였습니다. 태어났을 때
응애~ 대신 흐메~ 하고 울었던 접니다. 고교 때 여친과 키스를 하다가
반격기인 맹호 입술 찍기로 여친의 마빡을 찍었던 접니다. 제발 저를 터치하지 마십시오.
반격은 저의 숙명이자 본능입니다!! "

저의 비장한 말투에 압도당한 형사님은 저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가며
헌병순찰차 있는 데로 밀고 갔습니다.
하지만 순찰차에 태우기 직전, 형사님은 무심코 하던대로 제 머리를 차문에 부딪치지
않게 내리 눌렀습니다.

" 으르르 반격기!! "

제 몸은 마치 올챙이처럼 요동치며 형사의 손을 튕겨 냈습니다. 그 충격으로 그만
형사의 손목이 부러졌습니다. 형사님이 울부짖으며 나뒹굴자 헌병대원들이 K1소총을
일제히 겨누며 장전손잡이를 당겼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아....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때였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진리를 깨우친다고 할까요.
갑자기 벼락처럼 사부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맹호류는 한민족보다 먼저 시작된 무술입니다.
굴 속에서 곰과 호랑이가 함께 앉아 쑥과 마늘을 먹다가 곰은 곰순이가 되고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도망쳤을 때부터 맹호류의 숙명은 결정되어 있던 것입니다.
곰순이의 후손들이 사회를 이루고 법과 체제 속에서 살 때
호랑이는 산야를 뛰어다니며 우렁찬 포효소리를 내질렀습니다.
그 어떤 사회와 법에도 순응하지 않는 반항의 권법.
사랑과 우정마저도 거부하는 역습과 야성의 권법. 그것이 바로 맹호류인 것입니다.

" 맹호에게는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는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 "
( For Mangho Survival Was Not Enough! He Had To Be Free!!)

생전에 사부님이 말씀하시던 격언을 중얼거리며 저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는 덩실덩실 스탭을 밟았습니다.

" 오라도라 익크엑크 "

저는 총알을 피하기 위해 맹호류 회피기를 시전했습니다.
탈영할 때 전소위의 총알은 피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쏘는 총의 탄환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빠이어~!! "

명령이 떨어지자 일제히 사격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덩실덩실 총알을 피했지만 몇발은 결국 제 몸을 스치며 치명상을 입혔습니다.
총알이 떨어지자 1열은 탄창을 재교환하고 제 2열이 앞으로 나서며 사격을 재시작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회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 이오.......... "

저는 부들부들 떨며 기합소리를 냈습니다.
제 인생 후회는 없었습니다.
비록 고독했지만 맹호류와 함께 한 저의 삶 그 자체가 자유와 반항이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이만큼 하고 싶은 대로 자유를 누리다 죽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 으아라 어흥!! "

저는 땅을 박차고 뛰어 오르며 호랑이처럼 헌병대원들을 덮쳤습니다.
백개의 총구가 불을 뿜었습니다.

" 어흥~!! "

맹호의 포효소리는 수만발의 총성을 뒤덮고도 온 누리에 울려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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