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세종대왕님 시절에 만들어진 측우기입니다.
교과서에서 보통 이렇게 설명합니다.
1441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강우량 측정도구다
장영실이 만들었다고 다들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세종의 아들인 문종이 세자 시절에 만들었습니다
이 측우기가 만들어진 1441년 5월 19일을 기념하여
대한민국에서는 이날을 "발명의 날"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걸 보며 의문이 들죠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냥 빗물받는 통이잖아...
실제 생긴 것도 간단하고 별 기능도 없죠
그닥 대단한 발명품? 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
"예조에서 정부로 누런 비(黃雨)가 내렸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정부는 이에 근거하여 국왕에게 아뢰었다."
-1441년(세종 23) 4월 26일
---
과거 전 근대 왕조시절에는 자연재해나 기상의 변고가 있다면
이는 모두 국왕의 정치에 문제가 있기에 하늘이 내린 경고라 생각했습니다
이때 황우가 내렸다는 보고 또한 이런 재이와 관련된 문제였고
신하들은 이런 재이를 물리치기 위한 대책으로 국왕의 도덕적인 수양을 요청해야 했죠
왕이 식사에서 반찬을 줄이거나, 죄수를 방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이때 세종의 또 다른 아들 안평대군이 이런 관행에 의문을 품고
당시 내리는 "황우" 노란색 비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조사 결과를 올리게 됩니다.
---
밤사이 비가 내린 후 궁궐 물웅덩이가 노랗게 변해 사람들이 "황우(黃雨)가 내렸다"며 소동이 일어났으나,
조사 결과 순수한 노란색이 아니라 송화가루가 섞인 것이었습니다.
---
해당 빗물을 직접 조사하여 그 성분이 흙이 아닌 송화 가루와 유사함을 발견하고
그 맛을 보아 송화가 맞는지 여부, 송화를 다른 물에 타서 빗물과 비슷한 현상이 나왔는지 여부
해당 황우가 내린 지역에 송화가루가 평소 보다 많이 날렸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여
황우의 정체는 송화 가루가 빗물에 스며든 단순 자연현상이란 것을 밝혔습니다
기상현상을 하늘의 뜻이라고 여기던 관행을 탈피하여
과학적인 사고로 기상을 관측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이죠
당시 안평대군이 이런 주장을 하였고 기상현상을 대하는 이런 방식은
이어 형인 문종이 그 비를 관측하기 위한 도구로 측우기를 발명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잠깐 삼천포로 빠지면
새종대왕은 스스로 각종 업적을 세운 명군이었지만
사실 자식 농사도 매우 잘 지은 왕이었습니다
세종의 적통 대군들은 하나 같이 매우 총명했고 뛰었났습니다
세자인 문종은 세종 못지 않은 천재에 군사 전문가였고
풍채도 뛰어나서 만약 장수했다면 세종대왕과 같은 치세를 이뤘을 인물입니다
실제 세종 후반기는 문종이 대리청정을 하였음으로 대부분 문종의 업적이었죠
안평대군의 경우 천재로 예술과 미술에 조예가 깊어서 각종 명사들이 따랐죠
그의 집에 소장한 예술품이 만점이 넘었고 중국에도 없는 왕희지, 조맹부, 소식 등
각종 귀중한 서화가 보관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것들 중에 하나라로 지금 남아있다면 엄청난 보물이 되었겠지만
계유정난 때 세조가 전부 불태워 버렸습니다.
금성대군과 영웅대군은 세종의 한글 창제에 깊게 관여하여
훈민정음을 완성하고 보급하는데 큰 기여를 했으며
임영대군의 경우 각종 화기와 군사 장비를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조선은 원래 왕실의 종친이 정치에 관여를 할 수가 없는 나라입니다
근데 세종의 아들들은 하나 같이 모두 천재였기 때문에 그 재능을 아껴서
세종대왕은 각종 직무과 직위를 주어 이들이 활약하게 허락했죠
수양대군이 정치에 관여 할 수 있었던 원인이이었고
그 덕분에 세종, 문종이 죽자 수양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


세자시절 문종은 당시 호조의 요청을 받아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측우기를 완성하게 됩니다.
생긴 것은 매우 단순하고 별거 없는 모양이지만
저 모양으로 만들어 진 것에도 다 복잡한 이유가 있습니다.


측우기의 원통형 구조는 그냥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각종 실험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원리로 구현된 형태입니다.
통의 크기가 좁거나 크면 바람의 영향으로 빗물의 오차가 발생하고
통의 크기가 낮으면 주변 간섭으로 넘치거나 오차가 발생합니다
문종이 만드는 과정을 밝힌 바 다양한 그릇으로 실험을 해본 결과
가장 이상적인 크기인 지름 0.7촌 14~15cm 높이 1.5촌 (31cm)로
측우기의 형태를 규격화 시킨 것이죠.

받침대인 측우대 역시 물이 튀는 것을 막는 받침대의 역할인 동시에
측정하는 장소마다 전부 다른 지형적 변수를 없애고자
화강암으로 측정지의 토대를 통일하는 규격 역할을 합니다

측우기가 3 등분으로 되어 있는 것은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강우량에 따라 측정을 쉽게 하기 위해 .05촌 단위로 분해하여
보다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죠
이렇게 1441년 만들어진 측우기의 형태와 규격은
놀랍게도 현대에 지금도 사용하는 강우량 측정기와 동일합니다.


현대 전 세계 기상청에서 사용하는 강수량 측정기도
그 형태를 원통으로 하고 지름을 13cm~16cm로 규격화 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측우기기 지름이 14cm~15cm인 것은
사실상 현대의 강우량 측정 도구와 오차가 없습니다.
모두 과학적 원리에 따른 것으로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럼 이걸 왜 만들게 된 것일까요?
문종이 측우기를 생각한 것은 안평대군의 영향도 있었지만
조선의 관청인 호조에서 공식 요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은 농업국가인 동시에 중앙집권 체제 국가로
전국에 관리를 보내 치밀한 행정 시스템을 만들었던
매우 특이한 왕조국가입니다.
조선에서의 세금은 단순히 정해진 세율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해의 기상을 조사하여 각 지역의 풍년, 흉년 자료를 토대로
매년 다르게 세율을 매겨서 세금을 걷었습니다.
교과서에서 이 내용을 배울 때에는
보통 어쩌라고 그냥 긍가부다~ 외우고 넘어 가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세계사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매우 독특한 세율 산정방식을 운용한 나라입니다
비슷한 농경국가 중국의 경우 이런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걷다
흉년이 심각하다 싶으면 조세를 감면하는 조치를 했고
일본의 경우는 영주들이 굶어 죽기 직전까지 수탈했기 때문에
애초에 이런 관념 자체를 가진바가 없습니다.
호조에서 매년 풍년,흉년에 따른 세율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의 방식이 부정확하고 어렵기 때문에 요청한 것입니다
이전에 하던 조사 방식은 "입토심 조사" 입니다.

각 관아의 수령들은 매번 비가 올 때마다 땅을 파서
빗물이 땅속으로 얼마나 스며들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이게 지방 관아 수령의 매우 중요한 업무중에 하나였습니다.
이를 "우택보고" 라고 합니다.
각 지역의 관찰사들은 허위보고나 나태함을 경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각 관할 현장을 감찰하고 현장 검증을 했습니다
그 방식도 규정으로 정해져서 땅의 물기가 어느정도인지
나름의 규격을 정하여 보고체계를 갖췄죠
각 관아의 수령들은 이 조사를 통해 8도 지역별로
1리(一犁: 쟁기 하나) / 1서(一鋤: 호미 하나) 등
쟁기 날이 들어간 정도에 구분한 정해진 규격으로
비가 내린 정도를 파악하였고
이를 다시 9단계로 읍진(먼지가 가려진 정도의 강수량)에서
가장 높은 강천범란(홍수 수준의 강수량)으로 등급을 정해
모두 중앙 조정에 보고했습니다
문제는 그 방식에 오차가 너무 크고
자의적인 변수가 들어갈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측우기가 발명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측우기의 발명으로
이제 각 지방 관아는 두가지 형태의 공문을 올리게 됩니다
기존의 우택보고와 함께 측우기를 통해 측정 된 빗물의 양을 알게되죠
그럼 조선의 중앙 조정인 호조에서는 이 자료들을 토대로
우택보고에서 얼마였던 등급이 측정된 강우량 수치로 얼마였다는
자료의 교차, 비교 검토가 가능해 집니다.
이를 통해서 조선의 중앙 조정은 보다 과학적으로 정확해진
강우량과 농사에 관한 평균 통계를 산출할 수가 있게 됩니다

조선은 이 측우기를 각 지방관아에 제작하게 지시하여
전국의 도감영 14개소와 부, 군, 현 334소에 우량관측망을 구축합니다
이런식으로 전국적인 강수량 관측 시스템을 만든 국가는
역사상 존재한 바가 없고 1441년 당시 전 세계에 조선이 유일했습니다.
중앙집권 시스템과 전국 행정 시스템을 구축했으면서
농업 국가로 기후에 관심을 가졌던 왕조였기에 가능한 시스템이죠
이런 조선의 기상 관측 시스템은 한동안 지속되어 유지되었지만
임진왜란 시기를 거치면서 완전히 붕괴해 버립니다.

전국이 초토화 된 전란을 경험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기상 관측은 다시 과거의 땅을 파서 측정하는
원시적인 방식의 입토심 조사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를 다시 측우기를 통한 과학적인 관측으로 회복한 군주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영조 임금입니다.


각지의 우택보고를 받아 보다 이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옛 기록을 보니 세종대왕께서 이미 측우기를 만드셨는데
왜 활용하지 않느냐면서 문헌 기록을 토대로 이를 복원하고
다시 전국적인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때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세종 대왕께서는 한점 바람과 한점 빗물도 소중하게 여기셨다
나 또한 세종 대왕의 뜻을 이제 이어 가고자 하노라"
아들을 가지고 양자역학 실험을 진행하여 괴팍한 성정으로 유명하지만
역사에서 영조를 그냥 이유없이 성군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아들에게는 싸이코였지만 백성에겐 항상 자애로운 왕이었죠
영조, 정조 시절에 농업이 안정되고 세수가 증가했다 나오는데
그냥 만들어진 업적이 아니죠 이런 각종 조치들이 병행된 결과입니다
조선 왕조의 기상 관측은 다시 정확해 졌고
이런 강수량 기록은 이후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기록되며
나중에 왕이 쓴 일기인 일성록에도 모두 기록이 됩니다.
1770년 영조가 측우기를 제작하라 지시한 이후
12일만에 조선의 모든 기록에서 바로 강우량 측정이 시작됩니다
역사학자가 전수 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대략 8천800여건 이상의
기상 관측 기록이 그대로 전해져서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일성록에도 6600건의 강우기록이 있어 교차 검증까지 가능하죠
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려 1770년 부터 시작한 250년 치 측정 기록을 가진 국가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긴 강우량 연속 측정 기록을 가진 국가입니다.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기상 자료는 스케일이 200년 이상 단위가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종 지수를 만들고 각종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기상청에서는 무려 250년간의 강우량 기록을 통계로 낸
서울 우량표 (1770~2019)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장기간의 통계자료를 가진 국가는 지구상에 없기에 귀중한 자료죠

한편 이런 측우기는 전국의 모든 관아에 보내졌을 정도로
굉장히 많이 제작이 되었음에도 전해지는 실물이 거의 없습니다.
1945년 광복이 되었을 때 한반도에 측우기는 모두 사라져있었죠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조선왕조의 강우량 기록을 연구한 바 있고
일본인 학자 와다유지가 조선의 237년간의 우량표를 만든 바 있습니다.
그 일본인 와다 유지가 현존하는 측우기 실물을 일본으로 가져갔었고
한국의 학자들이 이들을 장기간 설득하여 반환 받는데 성공합니다.


원래는 공주 감영에 있었던 측우기였기 때문에
그 이름을 "금영(공주감영) 측우기"라고 합니다
국보 329호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측우기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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