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39)은 요즘 수비에서만큼은 '내가 최고다'라는 자신감을 갖고 그라운드를 밟는다.
2009년 LG 1차지명으로 입단한 오지환은 수비 실책이 많아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통하는 불명예 별명도 갖고 있다. 큰 부상 없이 오랫동안 주전으로 뛰면서 그런 임팩트를 남긴 영향도 있지만, 본인도 일부 쉬운 타구를 자주 놓쳐서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비에 안정감이 많이 좋아졌다. 원래 수비 범위는 굉장히 넓고, 어깨가 강하다. 요즘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캐치도 자주 선보인다.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이번 시즌 호수비 중 한 차례를 연출했다. 2-0으로 아슬하게 앞선 6회 1사 후 정은원의 타구를 역동작으로 슬라이딩 캐치해 1루로 던져 아웃 처리했다. 정원원의 빠른 발을 고려하면, 수비와 송구로 안타성 타구를 지워낸 것이다. 오지환은 "정은원이 발이 빨라 타구를 정면에서 잡았으면 스텝을 밟고 던져야 해 아마 안타가 됐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역동작 캐치를 하고자 이를 계산해 한 박자 천천히 움직여 잡아 스텝 없이 던졌다"고 했다. 이날 선발투수였던 KBO리그 3년 차 LG 타일러 윌슨은 "오지환은 내가 생각하는 KBO 최고 수비수다. 오지환이 있어 나도 편하게 던진다"고 평가했다. 오지환은 평소에도 상대 타자의 특성, 볼카운트에 따라 수비 위치를 스스로 계산하고 결정해 움직인다.
'완벽주의자'라고 소개한 오지환은 스스로에게 '최고'라는 주문을 건다. 그는 "두산 (김)재호 형이나 키움 (김)하성처럼 리그에 수비력이 좋은 유격수가 많지만 '내가 제일 잘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자부심이라기보다 자신감을 갖고가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웃었다.
LG에 입단해 꾸준한 기회를 얻은 덕분이다. 2009년 입단한 오지환은 이듬해부터 주전 유격수로 발탁, 120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10개 구단 유격수 가운데 김재호에 이어 두 번째로 경험이 많다. 오지환은 "류중일 감독님과 유지현 수석코치님 모두 유격수 수비로는 최고였기 때문에 눈높이가 높다"고 웃으며 "어릴 때부터 유지현 코치님께 이론적으로 많이 배운 것이 좋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도 경험에서 비롯된 조언을 해준다. 오지환은 "후배 내야수들이 실수하면 '다른 사람은 이해 못 해도 나는 이해한다. 내가 너보다 훨씬 많이 했다. 그러니 너무 자괴감이 빠지지 마라'고 조언한다"며 "그동안 많은 실수를 하다 보니 타구 처리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포지션과 비교해 타석보다 수비의 비중이 커야 한다"고 말한다. 타격에 대한 부담은 수비만큼은 아니지만 2할5푼은 기록하고 싶다. 장타력과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춘 내야수라 팀에 기대하는 바도 그 정도다. 다행히도 1할 중반대였던 타율이 이제는 2할 초반으로 올라왔다. 오지환은 "타율 맨 앞자리를 1에서 2로 바꿨다. 중간 숫자 역시 5(2할5푼)로 빨리 바꾸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