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네가 할 역할은 딱 그거 하나야.”
문경은 SK 감독은 지난 12일 오전 외인 애런 헤인즈와 면담을 했다. 헤인즈는 줄어든 출전 시간과 역할이 문제였다. 문 감독은 헤인즈의 경기력에 아쉬움이 남던 참이다. 외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당근을 꺼낼 수도 있지만 문 감독은 채찍을 들었다. “네게 10분 이상 출전 시간을 보장할 수 없다. 대신 20~30분 뛸 때의 경기력을 모아서 10분 안에 터뜨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헤인즈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지난 2008~2009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한국프로농구 경험만 12년이다. 완숙한 경험은 물론 체력 면에서도 20대 중후반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다. 시간만 보장되면 특유의 득점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팀에는 자밀 워니가 있다. 리그 전체 평균 득점 부문 리그 전체 2위(20.59득점), 리바운드(9.94개)는 3위다. 기록 면에서 월등한 워니를 두고 헤인즈를 활용하기도 난감하다. 애초에 SK가 올해 헤인즈와 재계약을 한 것도 10분을 맡기기 위함이었다.
문 감독은 이른바 ‘문에런’이라 불릴 정도로 헤인즈 활용을 즐겼다. 문 감독이 승부처마다 헤인즈에게 득점을 맡기자 생겨난 별칭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하는 행동만 봐도 헤인즈는 피부색만 다를 뿐 모든 면에서 한국인이나 다름없다. 다만 신분은 외국인 선수다. 문 감독은 혹여나 선수가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하도록 출전 시간까지 설명했다. 냉정해 보일지 몰라도 감독으로서 가장 탈이 없는 선택을 했다. 헤인즈는 그때서야 수긍했다.
왕년의 별이었던 문 감독의 스타 조련법은 모두에게 적용된다. SK를 넘어 국가대표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도맡는 김선형(32)도 예외가 아니다. 문 감독은 최근 김선형에게 “뛰지 않는 김선형은 필요 없다. 세트로 갈 바에는 김선형이 아닌 전태풍이나 최성원을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민수와 안영준에게도 “너희들을 향한 평가가 이런데 자존심 상하지 않니?”라고 전했다. 냉정한 한 마디에 선수들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불이 타올랐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 감독의 리더십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친근하고 푸근한 ‘형님’부터 강압적이고 터프한 ‘감독’까지 경우도 다양하다. 문 감독은 극과 극에서 줄을 탄다. 선수들에게 누구보다 다정하게 다가가면서도 필요할 땐 자존심을 긁는다. 지난 시즌 꼴찌에 그쳤던 SK가 선두 경쟁을 하는 데에는 문 감독의 줄타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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