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으로 글쓰기는 참 창피한 주제이긴 합니다.
80년대 초반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 어머니와 여탕에 갔습니다. 아버지가 중동 건설현장에 가 계셔서 아버지랑 목욕탕에 가는 건 아예 선택지에 없었으니 어쩔 수 없던 일이긴 했죠. 어릴 때 일이 잘 기억이 나는 편이라 지금도 여탕의 기억이 생생하게 납니다. 목욕탕의 구조라거나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듯 기억에 남네요.
꼬마였으니 아줌마들과 비교해도 절반 정도의 키 정도였습니다. 눈 높이가 아줌마들 엉덩이 높이였는데 아줌마들 엉덩이가 너무 커서 어린 마음에도 약간의 위압감 내지 이질감이 느껴졌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예외 없이 몸 가운데 털이 많이 나 있구나... 어른이 되면 털이 나는 건가.. 이런 생각도 하고 그것도 참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 나름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처럼 느껴지는 것 중에 하나가, 어떤 아줌마 엉덩이가 보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약간의 치질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꼬맹이 눈에는 저게 응을 하다가 끊고 와서 박혀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미지가 몇 년 동안이나 기억에 남아서 트라우마 같이 느껴졌던 기억도 나네요.
그렇게 여탕을 자주 드나들다가 어느 날 어머니가 저한테 혼자 목욕탕에 가라고 하신 날이 있는데, 매번 여탕을 갔으니 혼자서도 그냥 여탕에 들어가서 혼자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 옆에서 여고생 (아니면 여중생?) 누나들 세 명이 비어있는 때밀이 테이블에 앉아서 저를 부르더군요. 쪼르르 갔더니 너 여기 혼자왔냐, 엄마는 안왔냐, 엄마랑 같이 오면 그렇다고 해도 너는 남자인데 혼자 오는데 여탕에 오면 되냐... 이런 훈계를 하더라구요. 듣고 보니 다 맞는 말이라 너무 창피해서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한테 막 화를 내며 다시는 여탕에 안 간다고 펄펄 뛰었습니다. 그게 마지막 여탕 출입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여탕에 갔던 기억들 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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