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야구장 옆 활짝 핀 벚꽃이 봄을 알리고 있다. /사진=뉴스1 2020년 3월 28일. 예정대로였다면 개막 팡파르와 함께 '반갑다 야구야'를 외치고 있을 날. 그러나 잠실 야구장 전광판의 시계는 꺼져 있었다. 그저 두산과 LG 선수들이 각기 다른 시간에 훈련을 마친 채 경기장을 유유히 빠져나갔을 뿐이었다. 관중석에서 풍기는 맥주와 오징어 냄새도, 치어리더들의 응원 모습도, 외야 상단까지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 소리도 맡고, 보며, 들을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KBO 리그는 기약 없이 멈춰 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오후 2시 잠실야구장에서 두산과 롯데가, 고척스카이돔에서 LG와 키움이,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SK와 삼성이 맞붙었을 것이다. 또 KIA는 안방에서 NC를 상대하며, 한화는 무려 12년 만에 홈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각 팀 1선발들이 총출동하고, 최상의 타순을 갖춰서 나섰을 개막전.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은 4월 20일 이후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그래도 야구계 현장은 이날(3월 28일)이 개막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두산과 LG 선수단은 잠실야구장에서 청백전 없이 자체 훈련만 실시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훈련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최주환(32·두산)은 "오늘이 개막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모를 수가 없는 게 제 여동생 생일과 개막일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하고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안 그래도 어제 여동생과 개막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원래대로라면 개막전에 초대할 계획이었다. 그랬다면 오후 2시 경기였으니까, 끝나고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있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 23일 두산 베어스의 청백전이 무관중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진=뉴스1
최주환은 "자영업 하시는 분들을 비롯해 저희 선수들보다 훨씬 더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알고 있다. 서로 다 힘내서 빨리 이 위기를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다른 위기도 잘 극복해냈다. 또 지금 다른 나라들보다 대처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26)도 아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그 또한 개막일자를 잊지 않고 있었다. 플렉센은 "잠실야구장에서 청백전 두 경기를 치렀다. 굉장히 좋은 야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걸 즐기고 있다"면서 "만약 오늘 개막했다면 관중석이 팬들로 가득 차 있었을 텐데 아쉽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개막도 하지 못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류중일(57) LG 트윈스 감독도 개막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오후 3시를 향해가고 있을 즈음 진행된 인터뷰서 류 감독은 "아, 그렇죠. 지금쯤 시작했겠네. 몇 회고. 3회쯤 하고 있겠네. 참, 하…"라면서 아쉬워했다. 만약 개막전이 열렸다면 LG는 누가 선발로 나섰을까. 류 감독은 "윌슨이 선발? 그랬겠죠"라고 전했다.
잠실야구장 밖에는 팬들과 선수단의 안전 및 건강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경기장에서 마음껏 야구를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