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은 정말 ’희관존‘ 덕에 잘했던 걸까?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876 0 0 2020-11-30 09:02:44 신고
※ 5회 신고 누적시 자동 게시물이 블라인드 처리됩니다. 단 허위 신고시 신고자는 경고 또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희관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30km를 넘기지 못하는 투수다. 그런 그가 8년 연속 1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칼날 같은 제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제구가 가능했기 때문에 느린 구속으로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엔 대단히 고전했다. 두 차례나 엔트리서 제외되는 등 수모를 겪었다. 천신만고 끝에 10승을 채우기는 했지만 벤치의 믿음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다.유희관은 2020년 KBO리그에서 27경기(136⅓이닝)에 등판해 10승 11패 평균자책점 5.02 56탈삼진을 기록했다. 두산의 포스트시즌 12경기 중에 딱 한 번만 출전했다. 사진=MK스포츠 DB

평균자책점 5.02는 그가 10승 이상을 거둔 2013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결국 한국시리즈서는 공을 던질 수 있는 날 임에도 미출장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팀에서 활용도가 완전히 떨어졌음을 뜻하는 결정이었다.

유희관의 제구력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희관존’이다. 살짝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을 던져 주심의 눈을 속이고 이 공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것이 유희관의 성적을 높여준다는 가설이다.

유희관의 장기는 체인지업이다. 우타자의 바깥쪽을 체인지업으로 공략한 뒤 몸쪽 살짝 빠지는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던져 삼진을 유도하는 것이 주요 패턴으로 꼽혔다.

그렇다면 올 시즌 유희관의 부진은 바로 이 ‘희관존’이 흔들렸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희관존이 살아나지 않으며 유희관이 부진을 겪었다는 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희관은 올 시즌엔 희관 존에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으며 손해를 보게 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과 다르다.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유희관은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을 때 오히려 삼진 비율이 높아지는 투구를 했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집어넣는 비율은 떨어졌지만 삼진 비율은 오히려 높았다.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워낙 삼진 잡는 비율이 떨어지는 투수지만 어찌 됐건 평균자책점 7점대 이상 경기서 삼진/볼넷 비율이 0.9에서 1.6으로 높아졌다.

7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경기서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넣은 공의 비율은 38.7%에서 40.5%로 높아졌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1개 정도 빠진 공의 비율은 16.4%에서 12.7%로 낮아졌다.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유희관이 자신의 희관 존을 활용했다면 공이 하나 빠진 공을 던졌을 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비율이 높았어야 한다.

실제는 달랐다. 유희관이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경기서 공 1개 빠진 존의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비율은 25.9%였다. 하지만 7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경기서는 26.5%로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공 1개 차로 희비가 엇갈리는 비율이 눈에 띌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인 이미지대로라면 공 1개가 빠진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콜이 특별히 높아야 한다. 하지만 유희관은 이미지와 달리 제구로 크게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일명 희관 존은 몇 차례 인상적인 기억이 일반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은 “유희관은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에 걸치는 제구를 통해 심판의 스트라이크콜을 받아내는 역량이 탁월한 이른바 ‘희관존’을 잘 활용하는 투수다. 하지만 호투한 경기와 부진한 경기 모두 공 1개 빠진 코스의 판정 스트라이크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희관존'이 호투의 요인이 된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구속과 구위 문제 역시 호투와 부진의 이유가 되기에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유희관의 평균구속은 129km로 호투를 펼친 7경기와 부진했던 8경기의 패스트볼 평균구속 차이는 1km가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유희관의 올 시즌 부진은 전체적인 제구력 난조가 가져온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몰리는 공이 많아지며 구위가 좋지 못한 유희관이 난타를 허용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7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경기서 뚜렷하게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강한 타구를 허용하는 비율도 몰린 공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유희관의 ’희관존‘이 가동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몰린 공이 많아진 것이 부진의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유희관도 다른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허용했을 때 안타가 되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특히 7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경기서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2점대에 비해 8%나 높았다.

유희관의 부진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투수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올 시즌 제구가 크게 흔들리며 안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두산 코칭스태프도 이런 약점이 보였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서 유희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에게 정말 ’희관존‘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다른 결론과 선택도 가능했을 것이다.

유희관은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을 때나 나빴을 때나 존 하나 차이 정도 나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희관이 잘 던진 경기와 ’희관존‘은 큰 상관이 없었음을 뜻한다. 오히려 안 좋을 때 삼진을 많이 잡으며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더 많은 공을 던지려 했던 것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유희관이 부활하기 위해선 운이 아닌 실력이 따라줘야 한다. 스트라이크 존에 우겨넣는 내용의 투구로는 올 시즌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볼의 로케이션에 따른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희관존‘은 실제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었다. 막연하게 그렇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유희관은 실력으로 정면 돌파를 하는 수밖에 없다. 장점인 제구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따라 업그레이드가 돼야 한다. 모든 것은 유희관이 하기에 달렸다. 

▼ 댓글 더보기
※ 로그인 후 이용가능합니다.
0 / 300
번호 제목 작성자 시간
◈ 베픽 파워볼 & 파워사다리 픽등록 연승 이벤트 ◈ 낮지기3
24-10-02 16:24
◈ 베픽 커뮤니티 리뷰 홍보 이벤트 ◈ 낮지기3
24-10-02 16:24
8198
"최고 선수 SON과 유니폼 바꿨다" 첼시 마운트, 손흥민과 찐포옹 물음표
20-12-01 08:04
8197
즐거운 하루되세요~ 크롬
20-12-01 07:38
8196
'세리에 득점 1위' 즐라탄, 은퇴 고려하나..."계속 뛸지 고민하고 있다" 조현
20-12-01 06:01
8195
후니' 허승훈, 북미 명가 TSM 입단 앗살라
20-12-01 04:05
8194
'클롭,이러다 정말 울겠네' 티아고 2021년에야 복귀 찌끄레기
20-12-01 01:59
8193
성숙한 김소니아 "팀 케미스트리가 좋아진 게 기쁘다" 6시내고환
20-12-01 00:42
8192
SNS에 "고마워 흑인" 카바니, 인종차별로 3G 출장정지 위기 치타
20-11-30 23:22
8191
中 돈 벌러간 월드컵 FW "내 상상과 전혀 딴판..." 불쌍한영자
20-11-30 21:38
8190
최악 시즌’ 안치홍, +2년 31억 옵션 따려면 ‘건강’이 최우선 간빠이
20-11-30 20:27
8189
'1할타자가 신인왕?' 무기명 MVP 투표 속 '특이했던 표들' 불도저
20-11-30 19:27
8188
맨유 레전드가 어쩌다... 여친 폭행에 2억 6500만원 투자 손실까지 정해인
20-11-30 18:38
8187
오늘도 건승 순대국
20-11-30 17:22
8186
의식 잃었던 히메네스 상태 호전… "말도 해" 질주머신
20-11-30 16:19
8185
‘베일 딜레마’ 모리뉴 감독 ‘KBS라인’ 포기했나?...베일, 맨시티, 첼시전 벤치 신세 소주반샷
20-11-30 15:24
8184
금일 경기 철구
20-11-30 14:06
8183
콜롬 골취소인가요??? 애플
20-11-30 13:26
8182
[SC줌인]돈이 곧 희망인데. 외국인 투수 2명에 고작 75만달러 쓴 한화, FA시장 올인? 호랑이
20-11-30 12:34
8181
“SON 어딨어?”... 최근 평점 TOP10 제외에 팬들 한목소리 아이언맨
20-11-30 10:17
VIEW
유희관은 정말 ’희관존‘ 덕에 잘했던 걸까?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물음표
20-11-30 09:02
8179
즐거운 월요일입니다. 크롬
20-11-30 08:39
8178
울버햄튼, 혼란 속 2-1 승…아스널은 리그 홈 3연패 픽도리
20-11-30 06:34
8177
안된다 안된다 진짜 드럽게 안된다 해골
20-11-30 05:40
8176
솔샤르 감독 "이런 역전승은 구단의 전통...카바니가 차이를 만들었어" 소주반샷
20-11-30 03:35
8175
토트넘 애국 벳인데 와꾸대장봉준
20-11-30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