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왕립축구연맹(RFEF) 회장이 자국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춰 엄청난 지탄을 받자 끝내 고개를 숙였다.
미국 매체 'ESPN'은 22일(한국시간) "루비알레스 회장은 여자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후, 축하 행사에서 스페인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 입을 맞춘 것에 대해 사과했다"라고 보도했다.
사건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결승전이 끝나고 발생했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월드컵 챔피언이 된 스페인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곧바로 시상식을 진행했는데, 이때 단상 위에 있던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입을 맞췄다면 엄연한 성추행이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당시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 웃으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밝히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처음에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람들의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를 통해 "에르모소와 키스?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라며 별다른 뜻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건 당사자인 에르모소도 이후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월드컵 우승으로 엄청난 기쁨이 몰려왔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회장과의 관계엔 문제가 없다"라며 루비알레스 회장을 두둔했지만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많은 인사들과 언론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을 비난했으며,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도 "내겐 받아들일 수 없는 거 같다. 우린 평등, 권리, 여성 존중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라며 "우리 모두 태도와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비난 여론이 점점 거세지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끝내 고개를 숙였다. 'ESPN' 등이 공개한 사과 영상 속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은 "확실히 내가 실수를 했다. 순간적임 감정으로 어떠한 악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났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당연한 일이라고 봤지만 밖에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상처받은 사람이 있기에 사과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배워야 하고, 중요한 기관의 회장인 만큼 더욱 조심할 것"이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또 "여자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이자 우리 스페인이 두 번째로 우승한 월드컵인데, 이 사건이 축하 행사에 영향을 미쳤기에 슬프다"라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스페인은 남자대표팀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13년이 지나 여자대표팀도 호주·뉴질랜드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남자와 여자대표팀 모두 월드컵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한편,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대표팀도 2023 여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승점 1점(1무2패)만 얻으면서 16강에 진출에 실패했다.
독일, 콜롬비아, 모로코와 함께 H조에 편성된 한국은 콜롬비아와 모로코와의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각각 0-2, 0-1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심지어 3차전 상대가 FIFA 여자축구 랭킹 2위에 빛나는 독일이기에 한국의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3일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여자축구 최강팀 중 하나인 독일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두는 기염을 토해냈다. 당시 전반 4분에 터진 조소현(무소속)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전반 44분 동점골을 내주면서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비록 목표로 삼던 16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여자대표팀은 2015 캐나다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조별리그서 승점 사냥에 성공했다. 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고, 이전까지 월드컵 최소 성적이 8강인 독일에 승점 3점을 내주지 않아 16강 진출을 저지하면서 축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