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교차로, 벌벌 떨며 통과하는 주민=7일 오후 1시 충남 홍성군 광천읍 오거리 회전 교차로에는 농촌인데도 1분에 족히 30여대가 지나갈 정도로 교통량이 많았다. 일부 차량은 회전하는 차량이 있는데도 급하게 교차로에 진입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교차로 가운데 동그란 형태의 교통섬 면적이 좁아 한눈에 봐도 도로 곡선이 심했다. 해당 오거리는 2015년 회전 교차로가 세워진 이후 한때 ‘하루에 한건 이상 사고가 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보시다시피 오거리인 데다 교통섬도 작잖아요. 차량도 많지, 핸들도 많이 꺾어야지, 막무가내로 진입하는 차량도 피해야지…. 매일 이곳을 운전하며 지나는데도 사고 날까봐 겁난다니깐요.”
회전 교차로 근처에 잠시 차를 세워둔 이은미씨(69)는 고개를 여러차례 흔들며 이렇게 어려움을 호소했다. 옆을 지나던 주민 역시 “회전 교차로가 생긴 이후 하루에 몇건씩 사고가 나는 것도 봤다”며 “버스 같은 큰 차가 내 승용차에 접근하기라도 하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촌과 중소도시에 회전 교차로 숫자가 눈에 띄게 늘면서 통행에 불편을 느끼는 주민도 갈수록 많아진다. 회전 교차로가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다. 광천읍도 한때 2만명이 넘었다가 지금은 7000명으로 인구가 3분의 1가량 줄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교통량이 적은 곳은 일반 교차로보다 회전 교차로가 통행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탁월하다”면서 “농촌의 인구 감소가 회전 교차로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회전 교차로 사고 건수 오히려 늘 가능성 있어=실제 전국 회전 교차로에서 나는 교통사고수는 꾸준히 우상향을 나타내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 자료를 살펴보면 세자릿수에 머물던 사고 건수는 2018년을 기점으로 1000건을 넘어서며 1051건을 기록했다. 이후 2020년 1453건으로 늘더니 2021년엔 1521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같은 결과를 놓고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2010년 회전 교차로를 처음으로 도입한 후 숫자가 느는 것에 비례해 교통사고도 늘고 있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교차로당 사고 건수와 인명 피해 규모는 줄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회전 교차로 내 대형 사고는 줄더라도 접촉사고 같은 경미한 사고는 오히려 오름세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북 김제에서 인삼농사를 짓는 김태영씨(43)는 “시내에 있는 회전 교차로에 얼마나 사고가 빈번하면 견인차가 상시 대기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가벼운 사고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한 연구원 역시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사고 건수 탓에 통계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고자 손해보험사로부터 교통사고 통계를 제공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고령자가 회전 교차로 사고에 특히 취약하다는 도로교통공단 통계도 주목할 만하다.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일반 교차로의 50대 이상 사고 비중은 전체 대비 약 50%에 그쳤지만 회전교차로에서는 58%를 상회했다.
◆회전 교차로, 직관적으로 설계해야=이처럼 회전 교차로 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은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회전 교차로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는 운전자 실책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홍성경찰서의 한 교통 민원 담당자는 “회전 교차로상 6시 방향에서 진입해 12시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운전자는 자신이 직진 차량이라고 여겨 회전 차량에 양보하지 않는 일이 다반사”라면서 “경찰서 차원에서 ‘회전 차량이 우선, 진입 차량은 일단 멈춤’ 원칙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차로 설계상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회전 교차로가 많은 한 군단위 지방자치단체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2010년 초반에 지어진 회전 교차로 가운데 교통섬이 좁아 차량이 뒤엉키기 쉬운 구조가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교통량이 적다고 무작정 회전 교차로를 세울 것이 아니라 주민 의견을 수렴한 후 지역에 맞는 형태로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운전자 안전을 고려해 회전 교차로의 직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령 우회전 전용도로를 따로 설치하거나 색깔 유도선을 그려주는 식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전국에 사고가 많은 회전 교차로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해 개선점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진입 차량의 속도를 줄여주는 고원식 횡단보도나 운전자의 진입 방향을 안내하는 색깔유도선을 점진적으로 회전 교차로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