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는 한국에서 상용화한 지 13년차에 접어든 '해묵은 통신기술'이다. 한때는 3G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지만, 차세대 통신기술 5G가 2019년 4월 등장하면서 LTE도 옛것이 됐다.
흥미로운 건 5G가 상용화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LTE를 쓴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LTE 회선 수는 2228만1960개로, 5G를 포함한 전체 회선 수(5674만6792개)의 39.2%를 차지한다. 한국인 10명 중 4명은 LTE 이용자인 셈이다.
[※참고: 이 기사에서 다루려는 부분은 알뜰폰 업체를 제외한 이동통신 3사의 LTE 요금제다. 이통3사 LTE 회선 수는 전체 LTE 회선 수의 61.0%인 1361만3990개다. 왜 알뜰폰을 제외하는지는 후술했다.]
5G 대신 LTE를 고른 소비자가 적지 않은 건 무엇보다 5G 서비스가 소비자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어서다. 상용화 당시 정부와 이동통신3사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5G 홍보 문구로 내걸었지만, 현재 5G 전송속도는 이통3사 평균 939.14Mbps로 LTE(178.93Mbps)의 5배 빠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과기부·2023년 12월). 더구나 툭하면 통신이 끊겨 LTE로 전환되는 문제는 이제 고질병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5G를 향한 소비자의 불만이 적지 않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의 5G 만족도는 23.0%에 그쳤다. 응답자는 5G에 불만족을 느끼는 이유로 'LTE와 비슷한 속도(55.0%)'를 꼽았다. 이는 문제투성이인 5G보다 LTE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5G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LTE 통신비가 5G보다 몇배는 더 비싸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알뜰폰 요금제를 제외한 '이통3사의 LTE 요금제'가 그렇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이 지난해 9월 과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통3사가 판매 중인 LTE 요금제의 1GB당 단가는 평균 2만2500원으로 5G 단가(7800원)보다 3배가량 비쌌다.
박 의원은 "이통3사가 5G 요금제 혜택은 꾸준히 확대한 반면, 기존 LTE 요금제는 감가상각이 끝났음에도 거의 손을 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지국 설치 등 이통3사의 LTE 시설투자는 2011~2013년에 완료돼 현재는 유지·보수 외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김주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LTE는 기지국 투자비·개발비가 들지 않아 요금을 더 낮출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통3사는 아직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더스쿠프는 통권 586호(2024년 2월) '"5G도 바뀌는데…" 이통사 LTE 요금은 왜 그대로일까'란 기사에서 요지부동인 이통3사의 LTE 요금제를 들춰보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통3사의 LTE 요금제와 5G 요금제를 비교해 보니, 고가 요금제의 경우 LTE와 5G 가격에 별반 차이가 없었다. 저가 LTE 요금제 중에선 5G 요금제보다 데이터 제공량이 적으면서 가격이 비싼 경우도 있었다.
요금제에 '중간'이 없는 것도 LTE 요금제의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이통3사의 알뜰폰 요금제 1200개를 분석한 결과, 이통3사는 LTE 요금제를 30GB 이하와 100GB 이상으로만 구성해 판매하고 있었다. 고가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의 1GB당 가격도 최대 159배까지 차이가 났다. 그만큼 소비자는 선택권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다. 적지 않은 소비자가 5G보다 비싼 LTE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도, 어째서인지 이들 사이에선 큰 불만이 나오지 않는 걸까. 이들 소비자가 멤버십 서비스나 결합 할인 등 LTE의 부가 혜택에 만족해서일까.
소비자 왜 불만 표출 안할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통3사의 멤버십 서비스 혜택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기존 할인 품목의 할인율을 낮추거나, 고가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식으로 조금씩 바뀌는 추세다.[※참고: 이통3사 멤버십은 더스쿠프 통권 593호 '"당신의 혜택이 사라진다" 이통3사 꼼수와 탐욕'에서 자세히 다뤘다.]
가족 구성원이 같은 통신사를 쓰거나 유선 인터넷을 쓰면 할인해주는 결합 할인도 마찬가지다. 인원 수와 사용하는 요금제 가격에 따라 할인폭이 크게 달라져서 만족스러운 할인을 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LTE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별다른 불만을 내비치지 않는 건 혜택이 좋아서라기보단 'LTE를 잘 모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올해 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빵값'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빵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누리꾼 사이에서 확산하면서 빵값을 인하하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빗발쳤다.
이 때문인지 몇몇 제빵 업체가 제품 가격을 낮췄다. SPC는 지난 6월 자사 브랜드인 파리바게뜨와 SPC삼립의 빵 가격을 평균 5.0% 인하했고, CJ푸드빌도 지난 7월 6일 뚜레쥬르의 15종 제품 가격을 평균 5.2% 내렸다.
소비자가 빵값이 비싸다며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었던 건 빵의 원가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다. 밀가룻값·우윳값 등 공개된 빵의 원재료 가격을 따져보면 빵 하나를 만들 때 드는 비용이 얼마쯤 되는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제품 원가를 알면, 기업이 제품에 적절한 수수료를 부과하는지, 아니면 폭리를 취하는지를 소비자가 직접 판별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통신 서비스는 베일에 싸여 있다. 통신 서비스의 원가가 얼마인지, 이통3사가 어떤 방식으로 수수료를 매기는지 알 방법이 없다. 이통3사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관련 정보를 꽁꽁 숨기고 있어서다.
그러니 소비자로선 요금제 가격을 내리라고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수년째 바뀌지 않는 LTE 요금제 가격이 타당한지도 가늠하기가 어렵다. 소비자와 기업 사이에 정보 격차가 생기는 '정보 비대칭성(Inform ation asymmetry)'이 존재하는 거다. 이런 구조 아래서 통신사보다 아는 게 적은 소비자는 통신사와의 거래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사진=뉴시스]
그럼 이통3사는 LTE 요금제로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했을까. 시계추를 13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11년 LTE 서비스가 한창 인기를 끌 당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LTE의 원가 산정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통신사가 LTE 서비스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어 원가를 따져보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이를 두고 방통위가 원가 정보를 비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18년, 법원이 방통위에 'LTE 원가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국민의 '알권리'가 기업의 영업비밀보다 우선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셈이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의 판결로 공개된 LTE 원가자료를 분석했다. 이통3사가 과기부에 제출한 2012~2019년 영업통계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이통3사는 8년간 총 11조1566억원의 초과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2020년과 2021년 초과이익을 가입회선수에 비례해 추정해보면 7조4457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참여연대의 분석대로라면 2019년 5G가 나온 이후에도 이통3사는 LTE로 연평균 1조8602억원의 초과이익을 가져간 셈이다.
문제는 정보 불균등의 폐해가 LTE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LTE 원가는 공개됐지만, 5G 원가는 여전히 안개 속에 싸여 있어서다. 5G 요금제의 현실은 어떨까. '차세대 서비스'에서도 소비자는 여전히 봉일까. 이어지는 '베일 속 통신비 원가 논란' 2편에서 5G 요금제 원가 논란을 자세히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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