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다 인근 -전쟁단편소설

31 0 0 2025-05-13 14:14: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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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는 무덤 속 흙처럼 곱게 내려앉아 망루의 거친 석회암, 난간의 갈라진 나무, 마르쿠스 목덜미 뒤편에 얇게 맺힌 땀을 덮었다. 그의 닳은 가죽 샌들과 갑옷의 철제 못 위에도 내려앉았다. 파리들은 열기 무거운 공기 속에서 집요하고 느릿하게 윙윙거리며 아래 좁은 골목의 쓰레기 위에 앉았다가 다시 게으른 나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도시 아래에서는 소리들이 잦아들고 있었다. 행상인의 외침, 당나귀의 울음소리가 어둠이 완전히 내리기 전에 집으로 서둘러 돌아가는 발들의 스치는 소리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황혼은 서쪽 하늘 너머로 보랏빛과 멍든 빛으로 스며들며 키드론 계곡 너머의 톱니 같은 언덕들의 윤곽을 드러냈다. 마르쿠스는 태양에 달궈진 난간에 기댔다. 팔뚝 아래 돌의 까끌까끌한 감촉을 느끼며 빛이 스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또 하루가 불타 재로 변하고 있었다.



비투스라고 했던가, 젊은 군단병 하나가 마르쿠스의 발치 근처 돌 위에 먼지와 가래 섞인 덩어리를 뱉었다. 오늘 그 설교자를 마침내 매달았다더군. 나자렛 목수 말이야. 셋 아니었나. 게나트 문 밖에 발가벗긴 닭처럼 매달아 놨다지. 그는 이 빠진 자리가 보이는 입으로 히죽거렸다. 여기 사람들한텐 좀 구경거리였겠지, 안 그래. 한 주 정도는 조용히 지내게 할지도 모르고. 그는 검을 고쳐 찼고, 칼집이 돌에 희미하게 긁히는 소리가 났다.



마르쿠스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성전 산 위 높은 곳에서 원을 그리며 도는 매를 쫓았다. 하늘의 광대하고 무심한 배경 위에 찍힌 끈기 있는 허기의 작은 점. 또 하나로군. 이 메마른 땅에서는 구원자니 왕이니 기름 부음 받은 자니 하는 자들이 잡초처럼 돋아나 저잣거리에서 예언을 외치고 바보들과 불평분자들을 모아들였다. 그는 지난 원정들과 세월의 안개 속에서 다른 자들을 희미하게 기억했다.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열심당원. 갈릴리 근처에서 돌에 맞아 썩은 조롱박처럼 두개골이 깨져나가던 광기 어린 눈의 사내. 이름들은 흐릿해졌다. 끝은 언제나 같았다. 먼지는 먼지로. 군단은 못 박힌 군화 아래로 그들을 납작하게 짓밟아 뭉갰고, 무심한 태양은 그들의 뼈를 하얗게 구웠으며, 바람은 그 먼지를 실어 날랐다. 그것이 그들이 얻을 유일한 부활이었다. 세상의 기반암 속에 새겨진 이치였다. 이곳에는 신들이 걷지 않았다. 오직 인간들뿐이었고, 인간들은 죽어서 그들이 왔던 흙으로 돌아갔다.



그는 굳은살 박인 손으로 난간의 돌을 쓸었다. 그와 같은 손들이 기대어 지켜보고 기다렸던 수 세기 동안 어떤 곳은 매끄러웠다. 바람과 비, 그리고 산맥과 제국을 똑같이 닳아 없어지게 하는 느리고 가차 없는 마모에 닳아 있었다. 그는 손바닥 아래에서 그것의 미세한 떨림, 극미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제국은 멀리서 보면 견고해 보였다. 온통 독수리 문양과 빛나는 철기와 지평선까지 행진하는 직선 도로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부패가 보였다. 돌 사이의 회반죽이 부스러지고, 경첩을 녹이 슬어 먹고, 관리들이 제 몫을 빼돌리고, 보조군들은 시무룩하고 불만 가득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총독들의 행렬은 하나같이 이전 총독보다 탐욕스러웠다. 이런 작은 예언자들, 이런 반란들, 이런 십자가형들. 그저 돌들이 자리를 잡는 것뿐이었다. 이 빌어먹을 구조물 전체가 속으로부터 좀먹고 곪아서 마지막 붕괴를 향해 삐걱거리고 있었다. 그의 생애에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가 아들을 가진다면, 그 아들의 생애에도 아닐지도. 하지만 그것은 오고 있었다. 매일 밤 태양이 어둠 속으로 떨어지듯 확실하게. 향과 고기 굽는 냄새 아래서 그 희미하고 달콤한 부패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명령과 규율 아래 도사린 병균의 냄새.



젊은 군단병 비투스가 다시 몸을 뒤척였다. 침묵 때문인지, 아니면 마침내 뒤돌아본 마르쿠스의 얼굴 표정 때문인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헛기침을 했다. 여기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걸 좀 들었어. 사흘 뒤인가 뭐 그쯤에 돌아온다는 둥 그런 헛소리 말이야. 죽은 자들이 그런 짓을 하나, 안 그래. 그냥 소문이겠지. 마르쿠스가 그제야 그를 보았다. 그의 눈은 마지막 빛을 받아 창백한 돌 조각 같았다. 천 번의 파도에 씻겨 매끄러워진 조약돌처럼 생명이 없었다. 죽은 고기를 파먹는 새들이 돌아오지. 그의 목소리는 먼지 자체처럼 메말랐다. 그들은 언제나 돌아온다. 남은 찌꺼기를 위해. 그는 어두워지는 도시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들 사이에 무덤의 수의처럼 무겁게 침묵이 내려앉도록 내버려 두었다.



태양이 메마른 유대 언덕들 아래로 완전히 잠기며 높은 먼지 구름을 묽은 피 같은 색으로 칠했다가 재빨리 잿빛으로 스러졌다. 아래쪽 거리의 미로 속 어딘가에서 개가 짖었고, 더 멀리서 다른 개가 응답했다. 마르쿠스는 난간에서 몸을 일으켰다. 관절의 움직임이 뻣뻣했다. 그는 그의 투창(pilum)을 집어 들었다. 익숙한 무게가 그의 손안에 자리 잡았다. 그 균형을 시험했다. 물푸레나무 창대는 매끄러웠고, 철제 창끝은 어두워지는 하늘에 희미하게 별빛이 박히기 시작하는 것을 둔하게 반사했다. 그는 허리띠 주머니에서 기름 먹인 천 조각을 꺼내 느리고 규칙적인 움직임으로 창대에서 먼지를 닦아냈다. 위아래로. 그가 천 번, 만 번은 했을 똑같은 동작. 또 하루가 피를 흘리며 끝났다. 또 하나의 모래알이 시간이라는 거대하고 무심한 바다 속 하수구로 씻겨 내려갔다. 그는 움직이지 않고 서서 야간 근무를 알리는 종이 식어가는 돌들 위와 다가오는 침묵 너머로 공허하게 울리기를 기다렸다. 세상이 서서히 어둠과 먼지 속으로 스스로를 갈아 넣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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