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마쓰이 히데키./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친 첫 홈런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보안 요원들의 강압적인 태도에 의해 의도치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오타니 쇼헤이. 이번에는 역사적인 홈런볼을 회수하지 못했다.
오타니는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홈 맞대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지난해 겨울 10년 7억 달러(약 9660억원)이라는 전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전례가 없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는 지난해 오른쪽 팔꿈치 인대 파열 수술을 받으면서 올해 마운드에는 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타석에만 전념하는 오타니가 과연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매우 컸다. 투·타 겸업을 하면서도 타석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어마어마했던 까닭이다.
일단 '서울시리즈'를 치르기 전까지 시범경기에서 모습만 보면 타자에만 전념하는 오타니는 엄청났다. 8경기에서 11안타 2홈런 타율 0.500 OPS 1.486으로 폭주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서울시리즈에 앞서 진행된 키움 히어로즈, 팀 코리아와 맞대결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서울시리즈 개막전에서 2안타 1타점 1도루, 두 번째 경기에서도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두드러진 존재감을 뽐냈다.
그런데 오타니에게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바로 좀처럼 홈런이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올 시즌 전까지 오타니가 개막 이후 가장 오랜기간 홈런을 터뜨리 못했던 것은 38타석이었다. 그런데 38타석을 넘어 40번째 타석까지 아치를 그려내지 못하던 중 드디어 고대하던 한 방이 터졌다. 지난 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맞대결에서 테일러 로저스를 상대로 고대하던 첫 홈런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때부터 오타니의 타격감이 제대로 눈을 떴다.
오타니는 이튿날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두 경기 연속 홈런, 9일 미네소타 트윈스, 1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에서 차곡차곡 홈런을 쌓아나갔다. 특히 샌디에이고전에서 쏘아올린 홈런은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가 빅리그 커리어 10시즌 동안 기록한 역대 일본인 메이저리거 최다 홈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홈런이었다. 이후 오타니는 7경기 연속으로 홈런을 생산하지 못했는데, 22일 경기에서 마쓰이의 기록을 넘어서는 홈런을 뽑아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마쓰이 히데키./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는 이날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말 1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 뉴욕 메츠 선발 아드리안 하우저의 2구째 81.7마일(약 131.5km)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로 연결되자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이 타구는 무려 110마일(약 177km)의 속도로 뻗어나가더니 423피트(약 128.9m)를 비행한 뒤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이자 시즌 5호, 마쓰이를 넘어서는 개인 통산 176번째 홈런으로 이어졌다. 이제 오타니가 치는 홈런은 매 순간이 새로운 역사로 이어지게 됐다.
오타니의 다음 목표는 아시아 최다홈런 기록이다. 현재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로 가장 많은 홈런을 터뜨린 선수는 추신수(SSG 랜더스)의 218홈런이다. 아직까지 42개의 격차가 있는 상황. 오타니가 추신수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추신수는 빅리그 커리어를 매듭지었고, 현재 SSG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기록을 목표로 삼았다.
로버츠 감독은 현역 시절 다저스에서 7개의 홈런을 쳐냈는데, 이 기록이 일본인 출신 다저스 소속 최다 홈런 기록이기 때문. 오타니는 22일 다저스 입단 이후 5번째 홈런을 터뜨리며 일단 노모 히데오(4홈런)의 기록은 넘어섰다. 오타니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마쓰이 선배 기록을 최근에 알게 된 후 목표로 삼았고, 빨리 치고 싶었다. 지난 홈런을 친 이후에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오늘 홈런을 칠 수 있어서 안심이 되면서 기쁘다"며 "이제 (데이브 로버츠) 감독님의 기록을 넘기고 싶다"고 웃었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는 홈런볼 회수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이 질문이 나온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첫 홈런을 터뜨렸을 때 오타니는 홈런볼 회수에 대해 "구단에서 팬분들과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하더라. 내게는 굉장히 특별한 공이다.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라며 '무엇과 바꿨느냐'는 질문에 "야구공 2개와 방망이였다. 사인까지 했다"고 답했다. 오타니의 홈런볼을 손에 넣은 이는 '로만'이라는 한 여성. 그런데 홈런볼을 돌려받는 과정이 썩 매끄럽지는 못했다.
당시 '디 애슬레틱'은 "로만에게는 이 모든 일이 너무나 빨리 일어났다. 평생 다저스 팬이었던 그는 남편이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공을 찾아 뛰어드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로만은 발 근처의 땅을 바라봤는데, 그곳에 공이 있었다. 그녀는 오타니가 다저스에서 역사적으로 처음 친 기념적인 야구공을 집어 들고 주먹을 허공에 날렸다. 그런데 몇 분 만에 이 이야기는 스트레스를 받고,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바뀌었다. 로만과 그의 남편은 다저스 직원에게 압박감을 느끼고,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 쇼헤이의 176번째 홈런볼을 잡은 제이슨 파티노씨./일본 데일리스포츠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다저스 구단 관계자들은 오타니의 첫 홈런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로만 부부에게 매우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홈런볼을 집으로 가져가기로 결정한다면 '인증'을 거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로만은 "그들이 한 좋지 않은 제안에 야구공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보도는 큰 화제가 됐고, 결국 오타니는 로만 부부를 다저스타디움으로 초청해 직접 만남을 갖는 등 후속 조치를 가진 후에야 논란이 잠잠해졌다. 이때문에 이번에도 홈런볼 회수에 대한 질문이 나왔던 것이다.
오타니는 당시의 논란을 의식한 듯 '홈런볼은 받았냐'는 질문에 "경기를 하느라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답한 뒤 "얼마 전 (첫 홈런볼은)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받았는데, 조금 (구단과 팬 사이에서) 엇박자가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이야기를 들어 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타니가 홈런볼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오타니의 통산 176번째 홈런볼을 주은 제이슨 파티노가 공을 개인적으로 보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까닭이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파티노는 이날이 생애 첫 야구 관람이었는데 오타니의 176번째 홈런볼을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매체에 따르면 파티노는 "위에서 공이 굴러와서 잡았다. 모두가 뛰어들었고, 서로 머리가 부딪히는 등 힘들었다"고 웃었다. 파티노는 공을 잡은 직후 다저스 보안 요원들과 '협상'을 시작, 다저스 측은 오타니의 사인볼과 교환으로 176번째 홈런볼을 박물관에 전시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런데 대가가 약했던 것일까, 파티노가 이를 거부했다.
첫 홈런볼에 대해서는 인증도 해주지 않겠다고 했던 강압적인 모습을 되풀하지도 않았다. '데일리 스포츠'는 "다저스 홍보팀은 취재진에게 오타니의 볼은 팬이 보관한다. 공은 다저스에 의해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파티노는 "오타니가 이 공에 사인을 해주면 좋겠다. 그러면 이 공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일단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