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원주DB 시즌 결산](하·完)에이스 의존도 심각
◇원주DB 선수들이 지난 21일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4강 플레이오프에서 나타난 원주DB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에이스 의존도’였다.
각각 국내·외국선수 MVP를 차지한 이선 알바노와 디드릭 로슨이 막히면 DB의 공격은 위협적이지 못했다. 특히, DB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알바노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4강 PO에서 가장 중요했던 1차전에서 부산KCC는 수비력이 좋은 에피스톨라를 알바노의 매치업 상대로 출전시켰는데 알바노가 에피스톨라의 수비에 고전하면서 DB는 1차전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알바노가 어려움을 겪자 DB의 공격은 로슨의 아이솔레이션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리그 최고의 스코어러 중 한 명인 로슨은 3차전까지 평균 28.0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해냈지만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길었던 탓에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4차전에서는 야투 성공률 19.0%(4/21)에 그치며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
이들이 막히자 DB는 정규리그 우승팀다운 힘을 보여줄 수 없었다. 사실상 3옵션 역할을 해줘야 했던 강상재는 4강 PO 평균 7.0점에 그치며 정규시즌 때 활약을 재연하지 못했다. 김종규 역시 4차전 무득점에 그치는 등 평균 5.0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핵심 식스맨 박인웅이 10.8점으로 분전하긴 했지만 식스맨의 힘으론 챔피언 결정전 진출은 무리였다. 전창진 KCC 감독이 시리즈 내내 “알바노와 로슨을 막으면 이길 수 있다”고 말한대로 결과가 나왔다.
물론 KCC의 전력이 워낙 강했던 영향일 수도 있다. KCC는 허웅, 송교창, 최준용, 이승현, 라건아 등 국가대표 라인업을 앞세워 ‘슈퍼팀’으로 불리는 팀이다. 정규리그 5위에 그쳤지만 이는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이 원인이었을 뿐 정상 전력을 가동했다면 선두권 경쟁을 펼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DB의 현재 전력이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알바노와 로슨이 막히더라도 상대 수비진을 허물 수 있는 다양한 공격 전술이 필요하다.
당장 DB는 큰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강상재, 김종규 등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고 알바노와 로슨의 잔류도 불투명하다. 강상재와 김종규가 4강 PO에서 한계를 보인 만큼 국내선수진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결국 라인업에서 제외된 두경민도 변수다.
김주성 감독은 4강 PO 탈락 후 “구체적으로 논의한 내용은 아니지만 리빌딩을 계획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을 키울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변화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