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울산] 박병규 기자 = 벤투호에 깜짝 발탁된 만 22세 울산 현대 미드필더 이동경이 국가대표가 된 소감을 밝혔다. 청소년 시절에도 각급 대표팀과 거리가 멀었던 그에게 이번 태극마크는 더 의미가 컸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 26일 다음 달 5일과 10일에 열리는 친선경기 조지아전과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앞두고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벤투 감독은 A매치 경험이 전무한 1997년생 이동경을 뽑으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골닷컴은 지난 29일 울산 클럽하우스를 방문해 생애 첫 A대표팀에 오른 이동경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가 있던 26일 오전 11시, 이동경은 주말 K리그 경기 후 집에서 휴식 중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빗발친 전화에 그제야 대표팀 발탁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동경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당일 오후에 22세 이하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기에 그 소식만 기다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너무 놀랐다”고 했다.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던 이동경은 숨을 가다듬고 나서야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정신없이 축하 인사를 받고 난 후 ‘내 이름이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과 함께 눈앞이 컴컴해졌다”며 웃으며 회상했다. 이후에도 축하는 끊이지 않았다. 가족은 물론, 친구, 구단 동료 등에게 축하 인사를 받으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동경은 가장 먼저 소속팀 김도훈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김도훈 감독이 본인 일처럼 기뻐해 주었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함께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린 김보경, 김승규, 김태환 등에게도 열띤 축하 인사를 받았다. ‘막내’ 이동경을 향한 형들의 짓궂은 장난도 있었다. 인터뷰 사진을 찍는 이동경을 향해 ‘이제 스타 다 되었다’, ‘사인 받아야겠다’, ‘나보다 더 유명해졌다’며 장난쳤다. 이동경의 얼굴은 빨개졌다.
(국가대표에 발탁된 김태환, 김보경, 이동경, 김승규)
벤투호 사단은 시즌 초부터 울산을 자주 찾으며 선수들을 점검했다. 그런데 이동경은 그 관찰 타겟 중 한 명이 본인이 될 것이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가끔 대표팀 코치진들의 방문 소식을 들어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우리 팀에는 나보다 실력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난 그저 팀에 피해 되지 않게 경기에만 신경 썼다”고 했다.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팀 선수가 되는 이동경도 팬들처럼 유명한 선수와 만남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손흥민 선수를 볼 생각에 떨린다. 꼭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같은 포지션의 이재성, 권창훈 선수도 어렸을 때부터 지켜보았기 때문에 만남이 기대된다”며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울산은 국가대표 선수 4명을 배출함으로써 K리그 최다 배출 구단이 되었다. K리그1 선두 경쟁 중인 전북 현대보다 1명 더 많은 숫자다. 이동경은 “같은 팀 선수들이 있어 다행이다”며 모든 것이 어색한 대표팀이지만 소속팀 형들 덕분에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했다. 그 중 룸메이트인 김보경과도 각별한 사이다. 이동경은 “어렸을 때부터 팬이었는데 이렇게 함께 있으니 매일이 꿈만 같다. 난 경험이 많지 않아 함께 생활하는 김보경 선수에게 많은 조언을 구한다. 같은 왼발 잡이로서 경기 플레이나 고민 등을 다 털어 놓는다”고 했다.
이동경은 청소년 시절 연령별 국가대표와 연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23세 이하 대표팀(이하 U-23) 김학범 감독 눈에 들어 기회를 받았다. 이어 올해 3월 AFC U-23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했다. U-23 4경기 6골이 전부인 그는 매번 태극마크가 소중하다. 이동경은 “그동안 대표팀과 연이 없었지만 지난 3월 U-23 대회에 출전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비록 U-23이지만 나라를 대표해 나갔다는 것에 책임감이 들었고 애국가를 들으니 뭉클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젠 진짜 성인 대표팀이다. 벤치에서 태극기를 보거나 애국가를 들으면 정말 울지도 모른다. 눈물 흘리지 않도록 자제 많이 할 것이다”며 국가대표의 소중함을 말했다.
다음 달 1일 대표팀에 소집되어 2일 터키로 향하는 이동경은 “부담되지만 재미있게 다녀오려 한다. 출전 욕심보다 배운다는 입장이다.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1분 1초를 소중히 보낼 예정이다”며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