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빈 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새로운 화젯거리가 생겼다. 라리가 최고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 몸담고 있는 한국계 선수 마빈 박(20)이다. 그는 21일(한국시간) 레알레 아레나에서 열린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2020~2021시즌 라리가 원정경기에서 선을 보였다. 후반 25분 호드리구와 교체 투입돼 20분 가량 그라운드를 누볐다. 팀은 0-0으로 비겨 불안하게 새 시즌을 시작했지만, 선수 개인에게는 의미가 컸다. 생애 처음 밟은 1군 무대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무명에 가까운 측면 공격수가 국내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력 때문이다.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자란 그는 스페인과 나이지리아 이중국적자로 알려졌다.
마빈 박은 레알 마드리드가 애지중지하며 키운 차세대 유망주다. 2014년 현지 소규모 클럽에서 축구를 시작해 2016년 7월 레알 마드리드 17세 이하(U-17) 팀에 입단했다. 그 후 차례로 단계를 밟아 이듬해 18세 이하(U-18) 선수단, 지난해 여름 카스티야(2군)에 진입하기에 이르렀다.
유난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마빈 박을 스페인축구협회도 주목했다. 지난해 1월 스페인 U-19 대표팀에 발탁돼 이탈리아와 친선경기에 출전시켰다. 소속팀에서의 도전도 계속됐다. 지난달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스 리그에서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탰다.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지네딘 지단 감독(프랑스)에게도 그의 정보가 들어갔다. 여름 프리시즌 기간 산하 유스팀 유망주들을 유심히 살핀 지단 감독은 마빈 박에게 1군 선배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내친김에 라리가 데뷔까지 시켰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미 마빈 박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귀화 등 구체적 논의까진 이어지지 않았으나 유심히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협회 고위관계자는 23일 “뭔가를 당장 언급할 단계는 아니나 한국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본인 의사가 확실하다면 (귀화 추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규정상 걸림돌은 없다. 연령별 대표팀이 성인 레벨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U-19 대표팀에서 뛰었다고 태극마크를 달지 못할 이유는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특정 국가 연령별 대표로 뛴 복수국적 선수가 다른 국가 A대표팀에서 뛰는 것을 막지 않는다. 단, A매치에 출전하면 다른 국가를 위해 뛸 수 없다. 물론 최종 선택은 마빈 박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