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최용재]
유상철과 최용수. IS포토
내 친구 상철아.
너무 슬프다. 가슴이 아프다.
네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너의 얼굴을 보러 갔어. 그곳에서 만난 2002년 멤버들, 그리고 너를 사랑한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더 슬펐다. 또 보고 싶었다. 그래서 너를 보기 위해 발길을 돌렸어. 네가 하늘나라로 가는 길에 최대한 오랜 시간 옆에 있고 싶었다. 많은 동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그만큼 너는 소중한 존재야.
항암 치료를 13번이나 받았지. 얼마나 고통이 심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넌 나에게도 약속을 했어.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고. 다시 한 번 한국 축구를 위해서 힘을 쓸 거라고. 너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꿈을 위해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어. 아직까지 네가 한국 축구를 위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난 너무 화가 난다.
상철이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넘쳤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축구를 정말 잘했어. 나는 축구 박사라고 생각해.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다 소화할 수 있는 한국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였지. 내 경험으로는 한국에 이런 선수는 없었어.
2002년 4강도 그렇고 너는 한국 국민에게 많은 감동 스토리를 준 영웅이었어. 축구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지. 일본 팬들도 굉장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해. 팬들은 너의 우월한 플레이와 깔끔한 스타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지.
팀에서도 너무나 소종한 존재였어. 항상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어. 나도 그 조언을 많이 들었고. 그래서 너는 내 친구지만 항상 선배 같았어. 이런 너를 지도자들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지. 팀 동료와 지도자에게 정말 많은 사랑과 존중을 받은 최고의 선수였어.
2002년 유상철과 최용수. IS 포토
축구화를 벗은 인간 상철이는 더 따뜻했어. 성실했고 섬세했어.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마음이 여린 친구였지.
일본 J리그에서 함께 보낸 추억이 떠오른다. 대표팀에서 같이 뛰다가 소집이 해제되면 우리는 함께 일본 소속 팀으로 돌아갔어. 팀은 달랐지만 타지에서 정말 많이 의지가 됐어.
한 번은 안정환이 일본에 있을 때였어. 정환이 경기가 안 풀렸고, 팀 분위기가 좋지 않자 네가 정환이를 불러야 한다고 했지. 우리 셋 중 정환이가 막내니까. 우리가 챙겨줘야 한다고. 우리가 아니면 막내는 혼자라고.
셋은 도쿄에서 만났어. 맛있는 거 사주면서 정환이를 위로해줬지. 사실 외국에서 이렇게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어. 그런데도 타지에서 힘들어하는 막내를 위해 발 벗고 나섰지.
이런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 내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항상 위로가 돼줬어. 너를 만나 맛있는 것을 먹으며 깔깔대던 추억. 정말 신기했던 건 그렇게 만나고 소속 팀에 돌아가면 힘이 났어. 꼬였던 일이 잘 풀렸어. 경기력도 성적도 좋아졌지. 그래서 우리가 더 자주 만남을 가졌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럴 수 없구나. 하늘은 우리 사이를 왜 이렇게 일찍 갈라 놓았을까. 이런 생각이 계속 든다. 친구인 내가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 이런 후회도 많이 든다. 이제 하늘나라에서 하고 싶은 축구 원 없이 해라.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마음 편하게 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