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의문의 선택이라 할 만했다. 누구나 아는 '리스크'가 뻔히 있는데도 재계약을 강행했으니 말이다.
지난 해부터 삼성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타자 호세 피렐라(33)는 타율 .286 29홈런 97타점 9도루를 남기고 삼성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분명한 리스크가 존재했다. 전반기에는 타율 .312 20홈런 65타점 8도루로 맹활약한 반면 후반기에는 타율 .249 9홈런 32타점으로 처진 것이다. 고질적인 발바닥 통증이 그를 괴롭혔고 지명타자로 나가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피렐라의 '발바닥 리스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삼성은 피렐라와 다시 손을 잡았다. 피렐라만한 검증된 타자를 영입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피렐라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반기까지 타율 .340 17홈런 59타점 7도루로 활약한 피렐라는 후반기에는 타율 .357 7홈런 34타점 6도루로 한층 강력해진 '뒷심'을 선보이고 있다.
피렐라는 어떻게 리스크를 극복하고 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을까. 박진만 삼성 감독대행은 "피렐라의 몸 상태는 계속 좋다고 한다"라면서 발바닥이 그를 괴롭히지 않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오히려 박진만 감독대행은 피렐라가 지명타자보다 수비로 나가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 활약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야수 같은 경우에는 수비도 하고 뛰어다니면서 타석에 들어가는 것과 가만히 앉아 있다가 타석에 들어가는 것은 차이가 있다.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달라질 수 있다. 앉아 있다가 나가면 반응이 조금 늦을 수도 있다"는 박진만 감독대행은 "피렐라가 작년에는 지명타자로 많이 나왔다. 올해는 수비도 많이 나가면서 몸이 달궈진 상태로 타석에 들어서고 있고 몸도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피렐라에게는 그 부분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열정의 사나이'인 피렐라도 수비 출전을 원하고 있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본인이 몸만 괜찮으면 수비에 나가고 싶다고 한다"면서 "수비에서 파인플레이를 하고 타석에 들어가면 좋은 결과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과 일맥상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벌써 9월이 찾아왔고 피렐라는 지금도 타격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단순히 타율만 높은 타자가 아니다. 타율 .345(1위), 출루율 .418(1위), 장타율 .568(1위), OPS .986(1위), 158안타(2위), 24홈런(2위), 93타점(2위)으로 타격 부문에 있어 리그를 휩쓸고 있는 타자다. 정규시즌 MVP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 삼성은 리스크보다 피렐라의 실력과 열정을 믿었고 그것이 완벽한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