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통산 최다 타점 부문 신기록을 세운 최형우(39·KIA 타이거즈)는 '연습생 신화' 장종훈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타격 코치와 더불어 역경을 이겨낸 KBO리그 대표 타자다.
최형우는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0-1로 끌려가던 4회 1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 한승주를 두들겨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시원한 투런 홈런으로 통산 1천500타점째를 기록했다.
이로써 최형우는 프로 출범 41년 만에 처음으로 통산 1천500타점 시대를 열면서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1천498타점)을 2위로 밀어내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구단의 지명을 못 받고 연습생으로 프로로 입문해 굴지의 홈런왕으로 시대를 풍미한 장종훈 코치처럼 최형우는 2006년 입대와 동시에 소속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당한 설움과 한을 방망이 한 자루로 이겨냈다.
지금은 사라진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한 최형우는 퓨처스(2군)리그를 평정하고 2008년 제대와 동시에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로는 정교함과 파워를 두루 갖춘 KBO리그 간판으로 성장했다.
2002년 삼성에서 데뷔해 그해 4경기, 2004년 2경기 등 입대 전 통산 6경기에서 타점을 하나도 올리지 못한 최형우는 완전히 달라진 타자가 된 2008년부터 16년간 타점을 그야말로 쓸어 모아 역대 한국 최고 타자로 불리는 이승엽 감독을 넘어 통산 타점 타이틀의 새 주인이 됐다.타격 소질은 일찌감치 인정받았던 최형우는 포수로서 자리를 못 잡다가 제대 후 외야수로 수비 위치를 바꾸고 주전을 꿰찬 뒤 신들린 타격을 뽐냈다.
2011년 타점 118개를 수확해 처음으로 한 시즌 세 자릿수 타점을 기록한 이래 최형우는 2020년까지 7차례 시즌 100타점 이상을 거둬들였다.
2008년 이래 16시즌 연간 평균 타점은 93.5개로 '해결사'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통산 타율 0.312와 홈런 365개가 입증하듯 최형우는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한 몇 안 되는 특급 타자다.
나이 25세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최형우는 16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역대 17번째로 통산 2천 경기 출장을 달성한 뒤 특별한 감회에 젖기도 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누구보다 꾸준했기에 이뤄낸 성과라 자부심이 대단하다.최형우의 기록은 삼성 시절과 KIA 시절로 나눠 볼 수 있다.
최형우는 애증이 섞인 삼성에서 2011∼2014년 4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영광을 누리며 성공의 토대를 쌓았다.
삼성 시절인 2008∼2016년 9년간 최형우는 타점 911개를 쌓았다. 연평균 타점 수는 101개에 달했다.
특히 2014∼2016년 3년 내리 시즌 100타점 이상을 남겨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자리매김했다.이 결과 최형우는 2017년 고향 전주와 가까운 광주를 연고로 하는 KIA와 4년 100억원에 계약하면서 FA 최초로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최형우는 이적 첫해인 2017년 타율 0.342, 홈런 26개, 타점 120개를 남기며 호랑이 군단의 새로운 4번 타자로 5번째 우승 반지를 끼었다. 또 2014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5시즌 연속으로 100타점을 올려 이대호(은퇴), 박병호(kt wiz)와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KIA에서 7시즌째를 맞이한 최형우는 2021∼2022년 슬럼프에서 벗어나 올해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으로 빠진 타선에서 해결사의 귀환을 알리며 나이를 잊은 불꽃타로 팀을 지탱한다.
KIA에서 추가한 타점은 589개로 전성기 때보다는 타점 적립 속도가 느리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변함없는 실력'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올해 말이면 만으로 불혹에 이르는 최형우는 KBO리그 타자 통산 기록에 남긴 발자취는 크고 뚜렷하다.
최형우는 20일 현재 통산 최다 안타 4위(2천260개), 홈런 5위, 3천 타석 이상의 타자를 대상으로 한 통산 타율 11위를 달린다.
올해 4월 23일 삼성과의 일전에서는 이승엽 감독(464개)을 넘어 통산 최다 2루타 1위로 올라선 이래 수치를 477개로 늘려가는 중이다.
최형우는 전형적인 당겨 치기 타자이면서도 힘이 좋아 부챗살 타법으로 종종 타구를 밀어 왼쪽 펜스 바깥으로 보내기도 한다.정교한 타자들이 좋은 선구안을 지녔듯, 최형우도 볼넷을 잘 고른다. 통산 볼넷 부문 4위(1천46개)에 오른 그의 '눈 야구'는 화려한 타격 성적의 원동력이 됐다.
역대 통산 볼넷 1천개 이상을 얻어낸 타자는 양준혁(1천278개), 김태균(1천141개), 장성호(1천101개), 최형우, 박한이(1천28개) 등 5명에 불과하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의 통산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수치를 보면, 최형우는 70.37로 이 부문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107.07)이 부동의 1위이며, 최정(SSG 랜더스·87.47), 양준혁(87.22), 이승엽·송진우(72.17) 등 내로라하는 스타 다음으로 최형우가 포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