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을 향한 걱정은 '기우'였다. 자신에게 놓인 '위기론'을 직접 해결했다.
손흥민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3~20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홈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며 맹활약했다. 이날 토트넘은 파페 사르와 벤 데이비스의 연속골로 난적 맨유를 2-0으로 꺾었다.
경기 후 손흥민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영국 '90MIN'은 "오랜 시간 스포츠 탈장으로 고생한 손흥민이 회복 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전보다 빠르고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동료들에게 훌륭한 패스를 찔러줬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손흥민은 맹활약이 펼치며 파트너 해리 케인을 잃은 충격을 떨쳐냈다"고 칭찬했다.손흥민은 이날 공격진에서 2개의 포지션을 소화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뛰다가 후반 중반 히샬리송이 교체 아웃되자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전천후 공격 능력을 지닌 손흥민을 향해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믿음이 엿보였다. 지난 6월 토트넘 사령탑을 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EPL 첫 승을 신고했다.
손흥민은 직전 1라운드 브렌트포드전에선 75분을 뛰었던 것과 달리 이날 풀타임 소화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평소와 달랐다. 적극적인 슈팅으로 득점을 노리기보단 동료들과 공격 연계에 힘쓰며 '찬스 메이킹'에 주력했다. 슈팅은 한 차례뿐이 없었지만 동료에게 기회를 만드는 키패스는 양팀 최다인 4개를 기록했다.
전반 30분 왼쪽 측면에서 골문으로 파고드는 사르에게 절묘한 전진 패스를 찔러 슈팅 기회를 만들어줬다. 전반 40분에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수들의 시선을 드리블로 모은 뒤 빈공간의 포로에게 패스해 포로가 슛을 때릴 수 있게 도와줬다.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은 손흥민에게 팀내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1를 부여했다. 양 팀 통틀어 손흥민보다 평점이 높은 선수는 사르(8.5)뿐이 없었다. 최전방 공격수 히샬리송은 팀내 최저 평점인 5.7를 받았고 데얀 클루셉스키도 6.9에 그쳤다. '후스코어드닷컴'도 손흥민에게 평점 7.7을 줬다. 사르(7.89)와 굴리엘모 비카리오(7.7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평점이다.
사실 손흥민은 직전 브렌트포드전에서 부진했다. 이에 일부 현지 언론에선 '손흥민 위기론'을 내비치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손흥민의 지난 시즌은 그가 2015년 토트넘에 온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이었다. 리그 10골은 준수한 성적인 듯 보이지만 레스터시티전 해트트릭을 제외하면 3, 4월 두 달 동안 5골에 그쳤다"고 지적했다.이어 "손흥민은 올 시즌 해리 케인이 떠난 토트넘의 새 주장이 됐다. 이제 손흥민을 향한 의문은 리더십 자질이 아닌 경기력에 대한 것이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외에도 다른 옵션이 있다. 이반 페리시치, 마누엘 솔로몬 등 측면 공격수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다를 것이다. 손흥민이 부진하면 과감하게 그를 제외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제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다. 영국 NBC스포츠는 "손흥민이 케인이 떠난 토트넘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로 결심했다"며 "토트넘의 팬들이 선수들의 경기력과 방식에도 만족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만들어가는 축구에 긍정적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