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비로 1시간 44분 동안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혈투 끝에 KT 위즈를 꺾고 주중 3연전 첫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LG 트윈스는 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 경기(11차전 맞대결)에서 5-4,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LG는 68승 43패 2무를 마크하며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켰다. LG는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동시에 '2위' KT와 승차를 5.5경기에서 6.5경기로 더 벌렸다. LG는 올 시즌 KT와 상대 전적에서 6승 5패로 우위를 점했다. 반면 KT는 63승 51패 2무를 마크했다. 앞서 키움과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줬던 KT는 4연패 늪에 빠지고 말았다. KT가 4연패를 당한 건 지난 7월 6일 LG전부터 9일 KIA전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이날 경기는 1위와 2위의 맞대결로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LG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하게 1위 자리를 유지했다. KT는 한때 최하위까지 처지기도 했지만, 기적 같은 상승세와 함께 마침내 2위에 올라섰다. 특히 KT는 8월 한 달간 무려 19승 4패(승률 0.826)의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LG의 강력한 페넌트레이스 우승 경쟁자로 KT가 새롭게 떠오른 셈이다.◆ LG 트윈스 vs KT 위즈 선발 라인업 및 사령탑 코멘트
KT 위즈는 이날 조용호(우익수)-황재균(3루수)-앤서니 알포드(좌익수)-박병호(지명타자)-장성우(포수)-오윤석(1루수)-이호연(2루수)-배정대(중견수)-장준원(유격수) 순으로 라인업을 짰다. 강백호와 김상수를 1군으로 콜업한 가운데, 선발 투수로는 '외국인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가 출격했다. 쿠에바스는 8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는 등 평균자책점 0.50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다만 유독 LG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경기 전까지 LG 상대로 올 시즌 2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패 없이 8이닝 14피안타 10실점, 평균자책점 11.25로 흔들렸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도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 "강백호는 당분간 대타로 기용하려고 한다. 선발 출전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아직 정상 컨디션을 보여주기에는 (실전 경기) 시간이 부족했다. 몸은 준비됐다고 한다. 일단 경기에서 매일 매일 뛰는 모습을 보면서 향후 선발 출전 등의 기용 계획을 정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김상수에 대해서는 "아직 수비에서는 백핸드 캐치가 되지 않아 타자로만 나설 수 있다. 만약 김상수의 수비가 정 어렵다면 경기 후반에 황재균이 유격수로 투입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LG 트윈스는 홍창기(우익수)-신민재(2루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1루수)-문보경(3루수)-오지환(유격수)-허도환(포수)-문성주(좌익수)-박해민(중견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최원태. 최원태는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8승 6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 중이었다. KT 상대로는 시즌 첫 출격. 다만 이 경기 직전이었던 8월 25일 NC전에서는 4이닝 15피안타 11실점(9자책)으로 고전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전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자극적인 말은 피하겠다. 이번 KT전만 중요한 게 아니다. 남아있는 32경기가 모두 중요하다. 아직 무리할 시기는 아니라 본다. 무리하지 않아야 마지막 10경기가 남았을 때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3회(초반부) : 먼저 앞서나가기 시작한 LG, 곧바로 추격에 성공한 KT... '황재균 KBO 18번째 2000안타 달성'
1회초 LG는 2사 후 김현수가 중전 안타로 출루했으나, 오스틴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KT 역시 1회말 점수를 뽑지 못했다. 선두타자 조용호가 1루 땅볼, 황재균이 포수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알포드가 우익수 뜬공으로 각각 물러났다.
그리고 2회초. LG가 먼저 KT의 기선을 제압했다. 선두타자 문보경이 쿠에바스의 초구 속구(144km)를 공략해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포를 작렬시켰다.(1-0) 문보경의 시즌 8호 홈런. 비거리는 125m였다. 후속 오지환이 우전 안타를 친 뒤 허도환의 희생번트 때 2루까지 갔다. 이때 이강철 KT 감독이 심판진에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황상, 허도환의 번트 후 수비 방해에 대한 항의로 보였다. 이후 LG는 쿠에바스의 폭투 때 오지환이 3루에 간 뒤 문성주의 2루 땅볼 때 득점을 올렸다. 오지환의 감각적인 주루 플레이가 빛났다. 계속해서 박해민과 홍창기의 연속 안타와 도루, 신민재의 볼넷으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으나, 김현수의 빗맞은 뜬공을 KT 유격수 장준원이 3루 쪽으로 뛰어가며 잘 잡아냈다. 호수비였다. 이닝 종료.KT도 곧장 큰 것 한 방으로 한 점을 만회했다. 선두타자 박병호가 최원태를 상대로 볼카운트 2-0에서 3구째 슬라이더(138km)를 공략, 가운데 담장을 넘겨버렸다. 박병호의 시즌 12호 홈런. 비거리는 125m. 계속해서 장성우가 좌전 안타를 때려냈으나, 오윤석과 이호연이 나란히 내야 땅볼에 그쳤다. 다시 배정대가 좌전 안타를 기록했으나, 장준원이 우익수 플라이 아웃을 당하며 득점하지 못했다.
이어진 3회초. LG가 또 2점을 달아났다. 선두타자 오스틴과 문보경의 연속 중전 안타에 이어 오지환의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무사 만루 찬스를 맞이했다. 여기서 허도환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친 뒤 문성주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 주자 문보경이 홈을 밟았다. 점수는 4-1이 됐다. 그러나 박해민이 1루 땅볼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3회말 KT도 점수를 뽑으며 추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조용호의 볼넷과 도루에 이어 황재균이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쳐냈다.(4-2) 이 안타로 황재균은 KBO 리그 역대 18번째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다. 더불어 KBO 리그 역대 9번째이자 우타자로는 역대 2번째(첫 번째는 최정) 개인 통산 2000안타-1000타점-1000득점 기록을 세웠다. 또 KBO 리그 역대 2번째(첫 번째는 박용택)이자 우타자 및 현역 선수로는 첫 번째로 2000안타-1000타점-1000득점-200도루를 달성했다. KT는 이어 알포드가 삼진, 박병호가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가운데, 장성우가 중전 안타를 쳐 1, 2루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6번 오윤석. 이때 KT 벤치가 승부수를 띄웠다. 이날 콜업한 강백호의 대타 투입. KT 위즈파크가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강백호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1시간 44분 중단→재개→비도 막지 못한 야구의 열정
4회초 공격에 돌입하려는 찰나, 위즈파크에 갑자기 거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위즈파크에 몰아쳤다. 경기는 오후 7시 44분을 기해 중단됐다. 4-2로 앞선 상황에서 우천 노게임 선언됐다면 LG로서는 아쉬운 일. 하지만 하늘은 LG를 버리지 않았다. 이후 약 40분 넘게 비가 쏟아진 뒤 빗줄기가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경기장 밖으로 잠시 나갔던 양 팀 팬들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라운드를 살핀 심판진은 경기 진행을 결정했다. 이어 홈구장 관계자들이 나와 방수포를 걷어내는 등 약 1시간 동안 그라운드를 정비했다. 오후 7시44분에 중단됐던 경기는 오후 9시 28분에 속개됐다. 양 팀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그라운드에 쏟아졌다. LG와 KT 팬들의 야구를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 올 시즌 최장 경기 중단(종전 8월 29일 KIA-삼성전 88분)으로, 중단된 시간은 총 104분(1시간44분)이었다. 이는 KBO 리그 역대 최장 우천 중단 시간인 116분에 12분이 모자란 기록이었다. 이미 두 팀 선발의 어깨는 식은 상황. 이에 KT는 쿠에바스 대신 이상동을 투입했으며, LG 역시 최원태를 내리고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