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안 했잖아? 밥 먹자"…퍼거슨의 전화 한 통, EPL 역사를 바꿨다 [트랜스퍼 마켓]

109 0 0 2023-10-13 10:27: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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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를 보는 또 다른 맛이 바로 이적시장입니다. 스타플레이어들의 이적 이야기를 풀어가는 '트랜스퍼 마켓'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어느 덧 30년 전 일이 됐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이 1993년 전도유망한 미드필더에게 건 전화 한 통은 훗날 프리미어리그에 큰 나비효과를 몰고 왔다.

축구계에서 다른 팀으로 가기로 한 선수를 막판에 빼앗는 '하이재킹(가로채기)'이 허다하지만 이렇게 극적인 하이재킹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맨유의 캡틴으로 오랜 기간 영광을 누린 아일랜드 미드필더 로이 킨의 얘기다. 1971년생으로 당시 22살이었던 킨은 당시 소속팀인 노팅엄 포레스트를 떠나 새 행선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이미 팬들로부터 노팅엄 시즌 최우수선수를 수상하는 등 걸출한 활약을 펼친 그를 눈여겨보는 곳은 많았다.

급기야 킨은 노팅엄과 계약서에 있는 방출 허용 조항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케니 달글리시 감독이 이끄는 블랙번 로버스가 킨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달글리시는 1991년 블랙번 로버스 지휘봉을 잡자마자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킨 후 1992년 새로 생긴 프리미어리그 4위를 달성할 정도로 능력있는 지도자였다. 여기에 아스널과 리버풀 또한 킨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었다.



킨은 마침 노팅엄에 새로 부임한 프랭크 클라크 감독과 자신의 이적에 관해 담판을 짓게 된다.

킨은 클라크 감독에게 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클라크 감독 역시 킨이 방출 허용 조항 발동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로 화답했다. 이후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나 싶었지만, 킨과 클라크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킨이 곧 노팅엄을 떠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클라크 감독은 킨과의 대화 내용과는 다르게 언론엔 노팅엄이 킨을 붙잡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알렸다. 킨은 이에 분노했지만, 금세 이해했다. 당시 킨의 추정 가치는 300만 파운드(약 50억원)였다. 지금은 작은 금액처럼 보이지만 30년 전만 해도 당시 잉글랜드 축구 사상 가장 높은 금액의 이적료가 될 전망이었다.



그리고 블랙번의 달글리시 감독이 자연스레 이적 제안을 건넸다. 달글리시 감독은 노팅엄과 흥정을 한 후 로이 킨의 이적료를 400만 파운드(약 65억원)로 확정지었다. 그리고 킨은 직접 달글리시 감독과 만나 개인 협상을 마무리 짓게 된다. 당시 블랙번에서 활약 중이던, 훗날 프리미어리그 최다골 주인공이 된 잉글랜드 특급 공격수 앨런 시어러가 연간 50만 파운드(약 8억원)을 수령하니 킨은 연봉으로 그보다 약간 낮은 40만 파운드(약 6억 5000만원)를 불렀다. 그렇게 협상은 완료됐다. 그게 금요일 오후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당장 계약서를 작성할 순 없었던 것이다. 달글리시 감독은 "구단 직원이 자리를 비워 당장 계약서를 쓸 순 없다. 그러나 오는 월요일에 서명하자"고 제안했다. 킨 또한 달글리시 감독과 악수를 나누며 사인만 남겨뒀다.

다음날인 토요일. 킨의 이적이 온 신문을 도배했다. '새로운 영국 이적료 기록'이라는 제목과 함께였다. 하지만 일요일 점심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로이 킨의 인생과 노팅엄, 블랙번, 그리고 전화를 건 사람의 구단 등을 전부 뒤집어 놓았다. 프리미어리그를 들썩이게 하는 전화 한 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퍼거슨 감독의 전화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며 1992/93시즌 프리미어리그 초대 우승을 이끈 그 퍼거슨 감독이었다. 신문을 본 퍼거슨 감독이 곧바로 킨의 집으로(당시엔 휴대폰이 없었으니) 전화를 걸었다. 마침 킨이 받았다.

"로이! 퍼거슨이야!" 킨은 장난치는 줄로만 알았다. 아니었다. 아직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킨의 말에 같이 대화를 나눠보자는 게 퍼거슨 감독 전화의 목적이었다. 킨은 계약에 동의했다고 알렸지만, 퍼거슨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서명 안했다며? 와서 대화나 해보자고."

킨은 훗날 자신이 쓴 자서전을 통해 이 때 직감했다고 고백했다. 퍼거슨 감독 전화를 받고는 맨유 말고 다른 구단으로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킨은 퍼거슨 감독 집으로 가서 같이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다. 그 후 달글리시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케니, 저 계약 안할래요. 퍼거슨이 전화했어요"라는 킨의 말이 끝나자마자 달글리시 감독의 욕설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나랑 악수 했잖아! 계약서 쓰겠다며!" 달글리시 감독은 악을 썼지만 그럴수록 킨의 마음은 맨유 쪽으로 기울었다. 맨유는 노팅엄에 블랙번 제안보다는 살짝 낮은 350만 파운드(약 57억원)을 제안했다.

그러자 노팅엄도 폭발했다. 지금이야 50만 파운드가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땐 거금이었다. 노팅엄은 펄쩍 뛰며 로이 킨을 1군 훈련에서 제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350만 파운드라도 받던지, 아니면 킨을 썩히던지 둘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달글리시 감독이 휴가 떠난 킨에게 전화를 걸어 고소하겠다고 온갖 협박을 가했지만, 퍼거슨 감독의 부름에는 응답할 수밖에 없었던 게 킨의 마음이었다.

물론 달글리시 감독이 고소하지 않았다. 고소할 거리도 아니었다. 킨은 맨유와의 연봉 협상에서 블랙번으로부터 제안받았던 40만 파운드보다 조금 적은 연봉을 제안받았다.

당시 한화로 1억원 다소 안되는 연봉이 맨유로 가면서 깎였지만 킨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맨유에서 뛰기 위해 치르는 작은 댓가라고 생각했다.



이후 스토리는 많은 프리미어리그 팬들이 아는 대로다. 맨유에 합류한 킨은 이후 12시즌을 맨유에서 뛰며 프리미어리그 7번 우승, FA컵 4번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을 한 번 차지했다. 특히 1999년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맨유가 바이에른 뮌헨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등극, 같은 시즌 프리미어리그 및 FA컵까지 트레블을 일궈내는 중심에 킨이 있었다.

만약 블랙번이 계약서를 제 때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달글리시 감독과 킨의 협상이 조금만 일찍 끝나 직원이 퇴근하지 않았더라면, 직원이 그날따라 조금 더 늦게까지 일하고 싶었더라면, 미리 계약서를 작성해뒀더라면 프리미어리그 역사와 킨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 지 궁금하기만 하다. 블랙번도 시어러를 앞세워 1994/95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하는 등 맨유와 호각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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