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역수출' 외인도 찾아가 인사했는데…KBO 초유의 심판 계약 해지, 2272G 커리어 한순간에 끝났다

28 0 0 2024-04-20 05:5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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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지형준 기자] KBO에서 계약 해지된 이민호 심판. 2023.10.30 /jpnews@osen.co.kr[OSEN=지형준 기자] 애리조나 메릴 켈리가 시뮬레이션 경기를 마치고 이민호 심판위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02.23 /jpnews@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 최초로 현역 심판이 시즌 중 해고됐다. 선수들 사이에서 판정의 신뢰성을 인정받았던 이민호(54) 심판위원의 28년 커리어가 한순간에 끝났다. 

KBO는 지난 19일 심판위원 인사위원회 결과를 밝혔다. 지난 14일 대구 NC-삼성전에서 벌어진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판정 관련 실수 및 부적절한 언행으로 리그 공정성을 훼손한 심판 3명에 대한 징계를 심의했다. 

그 결과 이날 심판팀장이었던 이민호 심판은 계약 해지를, 주심 문승훈 심판은 규정이 정한 최대 정직 기간인 3개월 정직(무급) 징계를 하며 정직이 종료된 뒤 추가 인사 조치를, 3루심 추평호 심판은 최대 정직 기간인 3개월 정직(무급)을 결정했다. 

KBO는 ‘이번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했고, 이 같은 징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인 15일 허구연 KBO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한 뒤 이들에 대한 직무 배제를 결정하며 상벌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때부터 강도 높은 중징계가 예상됐는데 KBO 초유의 현역 심판 계약 해지로 이어졌다. 

그동안 KBO의 심판 징계는 출장정지, 벌금, 2군 강등 조치, 엄중 경고 등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최고 수위의 제재가 내려졌다. 2012년 5월부터 12월 사이 4개 구단 관계자로부터 약 35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부적절한 행위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돼 리그를 떠들썩하게 했던 최규순 전 심판의 경우 2013년을 끝으로 권고 사직한 상태였다. 

KBO는 ‘최규순 스캔들’이 터진 뒤 심판들의 불공정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2018년부터 심판 통합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비위 행위나 규약을 위반한 사항이 발생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즉시 퇴출을 하기로 했다. 이민호 심판의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비위 행위는 아니지만 사안의 중대성이 워낙 컸다. 지난 14일 대구 경기 중 벌어진 심판진 이른바 ’오심 은폐’는 단순 실수로 치부하기엔 리그의 품위와 신뢰성에 금이 가는 대형 사고였다. 

당시 3회말 2사 1루 삼성 이재현 타석 때 NC 투수 이재학이 던진 2구째 공을 주심은 볼로 판정했다. 그런데 이후 3개의 공을 더 던지고 풀카운트가 된 뒤 강인권 NC 감독이 덕아웃에서 나와 어필했다. 덕아웃 태블릿에 뒤늦게 전달된 2구째 공이 ABS존을 통과한 것으로 찍힌 것이다. 이에 4심이 모여 논의했고, 어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NC 측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장 이민호 심판이 마이크를 잡고 관중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직접 알렸지만 앞서 심판들끼리 8분간 논의할 때 주고받은 대화가 TV 중계 방송을 통해 그대로 흘러나왔다.

[OSEN=대구, 이석우 기자] 이민호(오른쪽에서 두 번째) 조장을 비롯해 4심이 모여 3회말 2사 2루 삼성 이재현 타석 때 스트라이크인 ABS와 다른 볼 판정에 대한 NC 강인권 감독의 어필에 대해 합의를 하고 있다. 2024.04.14 / foto0307@osen.co.kr[OSEN=대구, 이석우 기자] NC 강인권 감독이 3회말 2사 2루 삼성 이재현 타석때 스트라이크인 ABS와 다른 볼 판정에 대해 문승훈 주심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투구 후 어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4.04.14 / foto0307@osen.co.kr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1루심을 맡았던 이민호 팀장이 문승훈 주심에게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그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라며 ABS 결과를 조작하려는 듯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승훈 심판이 “지지직거리며 볼 같았다”라고 말을 맞추려 하자 이민호 심판은 “‘같았다’가 아니라 볼이라고 하시라고요. 우리가 안 깨지려면…”이라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지만 그걸 ABS 오류로 덮으려는 모습에 많은 야구팬들이 분노했다. 의도가 어떠했든 심판들이 책임을 회피하려다 일이 커저버린 모양새다. 인이어를 차고 있던 주심과 3루심 모두 콜을 놓친 것을 깔끔하게 실수로 인정했으면 비판을 받을 순 있어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볼 판정을 조작하고 말을 맞추려는 최악의 수를 뒀다. 대화 내용은 리그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수준이어다. 나아가 KBO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ABS가 현장에서 의심받고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사람의 실수를 기계 오류로 은폐하려는 정황 자체가 일종의 업무 방해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지금껏 KBO가 심판에게 내린 최대 수위 징계가 그동안 리그에서 인정을 받던 이민호 심판이라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외야수 출신으로 1993~1996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선수로 뛰었던 이민호 심판은 1997년부터 심판으로 변신했다. 1999년 9월1일 군산 한화-쌍방울전에서 1군 경기에 데뷔한 뒤 올해까지 통산 2272경기에 출장했다. 2군 경기도 408경기를 뛰었다. 

2016년 KBO 심판상을 받은 이민호 심판. /OSEN DB2016년 7월7일 통산 1500경기 출장 기념 시상식 때 이민호 심판(오른쪽에서 4번째). /OSEN DB

오래된 경력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유능한 심판이었다. 2013년, 204년, 2016년 KBO리그 심판상을 받았고, 2015년에는 야구인들이 선정하는 일구상 심판상을 받기도 했다. 화려한 수상 실적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2015~2016년 일간스포츠가 현역 선수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2년 연속 최고 심판으로 꼽힐 만큼 일관성 있는 볼 판정으로 현장에서 신뢰도가 높았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존댓말로 예우하는 등 매너 좋은 심판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지난해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키움 히어로즈 상대로 시뮬레이션 게임에 나섰던 ‘KBO 역수출 메이저리거’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이민호 심판을 먼저 알아보고 다가가 허리 숙여 인사하며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당시 켈리는 “오랜만에 본 반가운 얼굴이라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에게도 인정받는 심판이었지만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28년간 쌓아올린 커리어가 무너졌다. 지난해 심판팀장으로 승진하면서 팀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방향이 너무나도 잘못됐다. KBO 초유의 심판 해고는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벌백계는 불가피했다. 

[OSEN=지형준 기자] KBO 이민호 심판조장과 심판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2023.02.26 /jpnews@osen.co.kr[OSEN=이석우 기자] 이민호 주심이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용 이어폰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2024.03.09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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