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로 유명한 울산 장생포를 수국마을로 바꾼 한 구청 공무원의 노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6년에 걸쳐 자투리 예산으로 한 포기 한 포기 손수 심은 수국이 올해 관광객 58만 명을 불러 모으며 대박을 치면서다.
울산 장생포 주민들은 최근 이상만 울산 남구 교통환경국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주민들은 이 공로패에 장생포 근린공원에 오색수국정원을 조성, 대규모 관광객을 불러모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았다.
주민들은 또 마을 곳곳에 ‘밀려든 관광객으로 장생포가 살아났습니다. 주민들은 수국에 미친 공무원의 노력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공무원의 행정에 지역 주민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감사인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국장은 정원녹지과장 시절인 지난 2019년부터 수국을 심기 시작했다. 고래 관광시설을 보기 위해 장생포를 찾는 관광객의 재방문율이 떨어지자 지속적인 관광객 유치와 새로운 명소 조성을 위해 전국 최고의 수국정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초기에는 수국정원 조성 예산이 따로 없어 어려움이 많았지만, 전국 최고의 수국정원을 조성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거의 매일 직원들과 함께 예산을 조금씩 끌어모아 직접 수국을 심고, 물을 뿌리며 한 포기씩 늘려갔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다른 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수국심기가 중단될까 봐 구청장에게 6차례나 공원녹지과로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1년 3개월 만에 다시 돌아와 수국을 심을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그 덕분에 현재 장생포 근린공원에는 전국 최대 규모인 2만5500㎡의 장생포 오색수국정원이 조성됐다. 여름철에는 41종 3만여 송이의 풍성한 수국이 공원을 가득 메운다.
입소문을 타자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6월 14일간 열린 3회 수국축제에는 60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찾았다. 수국축제 관계자는 “인근 식당에는 평소보다 3~4배 많은 손님이 몰리고, 카페는 재료가 일찍 소진돼 영업을 조기에 중단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장생포 주민 고길남(62) 씨는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수국을 심는 것을 보고, 예산만 낭비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지금은 매일같이 공원을 찾아 손수 수국을 심고 가꾼 공무원들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