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스들의 전쟁에 당당히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류현진 ⓒ연합뉴스[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는 제이콥 디그롬(32·뉴욕 메츠)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7월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류현진(33·토론토)은 아쉽게 2위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자가 된 디그롬은 32경기에서 204이닝을 던지며 11승8패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255개였다. 류현진은 29경기에서 182⅔이닝을 소화하며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 163탈삼진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승수와 평균자책점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투표인단은 더 많은 이닝과 탈삼진에 높은 점수를 줬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아메리칸리그로 향했다. 리그가 다른 상황에서 류현진과 디그롬이 더 이상 직접적인 최고를 놓고 경쟁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묘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선수가 같은 지구에 묶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올해 리그 개막을 7월 초로 잠정 확정하고 선수노조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안전과 체력을 고려해 기존 양대리그가 아닌 지역별로 3개 지구를 편성해 이동거리를 줄인다. 뉴욕 메츠와 토론토는 동부지구에 같이 묶인다.
최우수선수(MVP), 사이영 등을 어떻게 시상할지는 추후 발표되겠지만 어쨌든 같은 지구에 묶이면서 이제는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해졌다. 지난해에도 디그롬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였다. 아무래도 지구 내 경기가 많다보니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는 같은 조건에서 레이스를 펼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꼭 디그롬 뿐만이 아니다. 동부지구에 에이스들이 상당수 몰릴 것으로 보여 흥미로운 경쟁이 예상된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지난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보면 실감이 난다. 전체 1위 게릿 콜(뉴욕 양키스·7.4), 2위 디그롬(7.0), 4위 맥스 슈어저(워싱턴·6.5), 6위 찰리 모튼(탬파베이·6.1), 7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5.7)가 모두 동부지구에 몰린다.
평균자책점으로 보면 이 선수들 외에도 1위 류현진(2.32), 5위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2.68), 13위 패트릭 코빈(워싱턴·3.25)과 같은 선수들이 추가된다. 보스턴의 에이스 크리스 세일은 수술대에 올랐지만, 필라델피아가 새로운 에이스로 점찍은 잭 윌러도 가세한다. 적어도 에이스 대결만 놓고 보면 3개 지구 중 가장 치열하다고 볼 수 있다.
원래부터 악명이 높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물론,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또한 지난해 5개 팀 중 마이애미를 제외한 4개 팀이 승률 5할 이상을 달성했다. 볼티모어·마이애미 정도를 제외하면 8개 팀 모두가 서로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전력을 구축했다. 투수들로서는 쉽지 않은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다만 류현진은 다저스 시절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팀을 상대로 절대적인 강세를 보였던 경험이 있다. 에이스 전쟁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확보할지도 관심사다. 올해도 이들과 경쟁할 만한 위치에 있다면 지난해 성적이 결코 반짝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