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라지는 전력으로 일찌감치 양강 구도 형성16일 오후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 1 2020 포항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후반 전북 김민혁이 헤더로 역전골을 성공 시킨후 기뻐하고 있다. 2020.6.16/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축구 팬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될 2019년 K리그1 우승 경쟁은 지독히도 치열했다. 37라운드까지 1위였던 울산이 최종 38라운드에서 포항에 1-4 대패를 당하며 2위였던 전북이 극적으로 역전 우승에 성공한 드라마였다.
최종 승점은 전북과 울산 모두 79점으로 같았다. 다득점에서 전북(72골)이 울산(71골)에 근소하게 앞섰을 뿐이다. 3위 FC서울의 최종 승점이 56점이었으니 무려 23점이나 차이가 났다. 시즌 내내 질주하지 못했다면 다른 팀과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질 수가 없다. 실제 기록이 입증한다.
2019년 3월1일 개막한 2019년 K리그에서 전북과 울산이 아닌 팀이 잠시라도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3월31일 FC서울이 마지막이었다. 첫달 이후로는 전북과 울산 두 팀에게만 순위표 꼭대기가 허락됐다. 그게 4월2일 울산부터 12월1일 전북까지 이어졌으니 진짜 양강 구도였다.
두 팀은 2020년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전북도 울산도 공히 지난해보다 전력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땅한 추격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도 견줄 수 있는 대항마를 꼽으라면 김기동 감독 체재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포항 스틸러스, '병수볼 시즌2'라 불리는 강원FC 그리고 지난해 3위를 차지한 FC서울 정도다.
일단 서울은 시즌 초반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포항과 강원은 평가대로 선전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전북과 울산을 상대했던 6라운드가 주목을 받았는데, 포항과 강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진할 결과가 나왔다.
울산은 지난 16일 오후 춘천송암축구센터에서 열린 강원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스코어는 '완승'이라 불릴만하나 사실 강원의 기세에 울산이 고전했던 경기다.
강원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주도권을 쥐고 지속적으로 울산의 골문을 위협했다. 마무리 단계에서의 세밀함 부족 그리고 울산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은 아쉬웠으나 울산에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이었다. 후반전 초반에도 강원의 좋은 흐름은 유효했다. 다만 골이 터지지 않았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넣어야할 때 넣지 못한 강원은 후반 역풍을 맞았다. 울산은 후반 27분 역습 상황에서 윤빛가람의 선제골로 분위기를 바꿨고 4분 뒤 주니오의 추가골로 강원의 의지를 꺾었다. 강원은 후반 40분 채광훈의 핸드볼 파울로 PK까지 내주면서 무너졌다. 버텨내다 흐름을 뒤집은 울산의 '뒷심'이 빛났다. 뒷심하면 빠질 수 없는 팀이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다.
울산현대가 난적 강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같은 날 스틸야드를 찾은 전북은 포항에 더 극적인 승리를 챙겼다. 전북은 전반 40분 포항 이승모에게 선제골을 먼저 얻어맞았다. 그러나 후반 들어 2골을 뽑아내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의 영웅은 수비수 김민혁이었다.
전북은 후반 15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시도한 긴 프리킥을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김민혁이 논스톱으로 문전으로 보냈는데, 이것이 포항 하창래 몸에 맞고 한교원을 거쳐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공식 기록은 마지막에 발을 댄 한교원의 골이었으나 김민혁의 지분이 꽤 많았던 득점이다.
김민혁은 종료 직전 확실한 마침표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정규시간이 다 지난 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김보경의 킥이 손준호 머리를 거쳐 김민혁에게 향했고, 김민혁이 침착하게 머리로 밀어 넣어 '극장골'을 뽑아냈다. 홈이든 원정이든 끝까지 '이기려고' 이 악무는 전북의 저력이 불러온 승리였다.
난적을 적진에서 꺾으면서 두 팀은 1, 2위를 유지했다. 6승1패의 전북이 승점 18점으로 선두이고 유일한 무패의 팀 울산이 5승2무 17점으로 2위다. 3위 강원(승점 11)과의 격차가 어느덧 6점으로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월8일 시즌이 시작된 2020년 K리그1에서 지금껏 전북과 울산이 아닌 팀이 1위를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지난해보다 더 심한 양강구도가 펼쳐질 공산이 꽤나 높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중간순위(16일 현재)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