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 어렵다. 입단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 차가 점점 커지면서 신인 선수가 데뷔 첫해부터 빛을 보는 사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일까. 데뷔 첫해부터 1군 무대에 안착한 삼성 신인 김지찬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김지찬은 5일 현재 4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4푼4리(86타수 21안타) 5타점 16득점 6도루를 기록 중이다.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김지찬은 삼성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김지찬은 4일 대구 LG전에서 입이 떡 벌어진 만큼 환상적인 수비를 연출했다. 5-5로 맞선 9회 2사 1,3루 위기에서 김현수의 3-유간을 빠지는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걷어낸 뒤 재빨리 1루로 던졌다.
삼성 덕아웃에서 환호가, LG 쪽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추가 실점 위기에서 벗어난 오승환은 김지찬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덕아웃에 와서도 어깨를 다독거리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데뷔 첫해부터 1군의 주축 선수로 활약 중인 김지찬에게 가장 익숙한 포지션을 묻자 "2루가 가장 편하지만 유격수, 3루수 모두 계속하다 보니 어려운 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지찬은 '롤모델' 김상수와 키스톤 콤비를 이룬 게 꿈만 같다. "언젠가는 (김)상수형과 키스톤 콤비를 이뤘으면 했는데 이렇게 빨리하게 될 줄 몰랐다. 정말 기쁘고 상수형이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된다. 경기 중 실수하면 괜찮다고 다독여주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지찬은 지난해 고교 3학년 때 17경기에 출장해 타율 4할7푼6리(63타수 30안타) 2홈런 10타점 28득점 28도루 장타율 .667 출루율 .582를 기록했다.
성적에서 알 수 있듯 고교 때는 장타력도 있었다. 그러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정확성 위주의 타격을 추구한다. 고교 시절 방망이를 길게 잡았으나 청소년 대표 발탁 후 방망이를 짧게 잡기 시작했다.
그는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 보니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혀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내려고 한다. 장타는 치다 보면 나오는 거니까 의식하고 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KBO리그 최단신 선수인 김지찬은 키(163cm)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의 대답은 간결하고 명쾌하다. "키는 신경 안쓴다.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은 있으니 어떻게 하면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을지 연구하고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