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한국시간) 태국 타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태국 취재진의 소음에 분노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사진=김우종 기자박항서(60·대한민국)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이례적으로 화를 감추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FIFA 랭킹 97위)은 5일 오후 9시(한국시간) 태국 방콕 북부에 위치한 랑싯의 타마삿 스타디움에서 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118위)을 상대한다.
베트남과 태국에게 모두 중요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및 2023 중국 아시안컵 예선 1차전이다. 공교롭게도 사령탑 간 '미니 한일전'이 성사됐다. 태국은 니시노 아키라(64·일본) 감독이 팀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하루 앞둔 4일 타마삿 스타디움에서 양 팀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뜨거운 라이벌전답게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등록된 태국 취재 인원만 600여명이 넘었으며, 베트남에서도 50여명 이상의 취재진이 경기장을 찾았다. 일본 기자들도 22명이 등록을 마쳤다.
무더운 태국 날씨 속, 기자회견장 분위기도 후끈했다. 박항서 감독이 니시노 감독보다 먼저 입장했다. 박 감독은 "지난 6월 킹스컵 준결승전에서 태국을 1-0으로 꺾었다. 하지만 이제 킹스컵에서 이긴 건 의미가 없다"면서 "과거에 베트남은 태국과 전쟁에서(맞대결에서) 열세에 있었다. 하지만 킹스컵은 저와 우리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가져다줬다. 앞으로도 태국과 계속 맞붙을 것이다. 이제 베트남에게 있어 태국은 전혀 두려워할 상대가 아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박 감독의 발언이 통역을 통해 베트남어로 전달되는 순간. 갑자기 박 감독이 기자회견장 뒤편을 가리키며 손짓을 했다. 곧이어 박 감독은 태국 축구협회 관계자까지 부르며 무언가를 요청했다. 바로 기자회견장 뒤편에서 예의 없이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태국 취재진을 향해 불만 섞인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기자회견이 한창이었지만, 일부 태국 취재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잡담을 나눴다.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박 감독의 말이 묻힐 정도였다.
이를 본 박 감독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 도중 마이크를 잡으며 화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박 감독은 "이런 건 예의를 안 지키면서 우리에게만 예의를 지키라고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인터뷰를 할 때에는 (최소한) 조용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듣기 싫으면 나가라고 해달라"며 화를 참지 않은 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내 태국 축구협회 관계자와 영어 통역을 통해 박 감독의 메시지가 태국 취재진에게 전달됐고, 그제야 기자회견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