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3일,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박지수

569 0 0 2021-08-06 17:21: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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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가 다시 출국길에 올랐다. 지난 2일, 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3일 만에 미국행이다. WNBA 잔여 일정 소화를 위해 5일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박지수는 도쿄에서 귀국하던 사흘 전보다 부쩍 피곤한 모습으로 인천공항에 등장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는데, 이와 관련된 서류 전달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자가 격리 면제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럴 거면 일본에서 바로 미국으로 갈 걸 그랬다"며 피로를 토로한 박지수는 "그래도 집에서 쉬면서,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고 웃어 보였다.

Q. 올림픽을 마친 후, 얼마 쉬지도 못하고 바로 출국이다.

자가 격리만 아니면 며칠 더 있을지 고민했겠지만, 집에서 누워만 있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일찍 나가서 준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시즌이 계속되니 마냥 쉴 수만은 없지 않나?

Q. 오랫동안 준비했던 올림픽이 끝났다. 소감은?

재미있었다. 올림픽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제전이고, 또 우리로서는 본선에 나가기가 쉽지 않은 대회이지 않나? 선수로서 한 번은 꼭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대회다. 고3때도 대표에 뽑혀서 탈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올림픽에 나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본선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의미 있고, 영광이라는 생각도 했다. 다만, 정말 큰 대회고, 세계적인 축제라는 느낌도 받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경기 중에도 팬들의 함성이 아예 없으니 '이게 무슨 대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Q. 우리 대표팀이 3패를 당하며 8강행이 좌절됐지만,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기대와 희망을 남긴 대회다. 첫 경기였던 스페인전부터 놀라웠다. 작년에 37점 차로 패했던 스페인과 접전을 펼쳤다. 1년여 사이에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선수들의 의지가 가장 달랐던 것 같다. 경기 전에 선수들끼리 미팅할 때, 그런 이야기들을 했다. 지난 대회에서 40점을 졌는데, 그런 경기는 하지 말자고...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고, 국민들도 응원해 주실 텐데, 창피한 경기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김)정은 언니가 그런 말도 해줬다.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되지만, 막상 경기해보면 걱정한 것만큼은 아니라는 걸 느낄 거라고... 그런데 스페인과 경기를 해보니 정말 그렇더라. 그래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계속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경기를 뒤집지 못한 건 너무 아쉽다.



Q. 전주원 감독은 대회 전에 어떤 말을 해줬나?

항상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 그러고 보니, 이 부분도 정말 중요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우리들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알고 계시지 않나? 지금 대표팀 전원을 선수의 입장에서, 또 지도자의 입장에서 오랫동안 지켜보셨다. 단순히 말로만 '여자 농구를 잘 아는 지도자'가 아니시지 않나? 여자 농구에 계속 계시면서 우리를 꾸준히 보아 왔기에, 선수들을 정말 정확하게 알고 계셨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확실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부분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Q. 그 전주원 감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박지수였다. 훈련 합류가 출국 사흘 전이었던 것도 고민이었지만 다른 문제도 있었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체력적인 문제는 물론, 부상도 안고 있지 않았나? 전주원 감독이 이 부분을 무척 걱정했다. 출국 직전에도, '(박)지수가 5분만 뛰어도 다행일 정도'라고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좀 심각했다.(웃음) 귀국 전 WNBA 마지막 경기에서 리바운드를 잡다가 발목을 다쳤다. 자주 다치던 발목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비행기에서도 통증이 심했다. 귀국 후에도 선수촌에 1주일간 들어갈 수가 없어서, 천안의 팀(KB) 숙소에서 훈련하는데 러닝을 할 수 없었다. 사이클로 심폐를 올렸고, 조금씩 뛰기는 했는데 체력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경기 때는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Q. 그렇다면 이번 올림픽 때 본인의 몸 상태는 100%가 아니었던 것인가?

전혀 아니었다. 그 부분이 정말 속상하고 아쉽다. 몸 관리가 조금만 더 잘 됐어도, 스페인전이나 세르비아전에서 그렇게 부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Q. 아쉽다고는 하지만, 박지수의 예선 기록은 리바운드와 블록슛에서 전체 1위였다.

아무 의미 없는 기록이다. 전혀 감흥이 없다. 우리가 한 경기라도 이겼다면, 그래서 8강에 올랐다면 모를까... 그랬다면 그런 이야기에 조금은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냥 예선 3경기만 한 것이지 않나? 별로 와 닿지 않는다.



Q. 여담이지만 여자 배구 대표팀이 4강에 올랐다. 보면서 느낀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정말 잘하더라. 선수들 모두 잘했지만, 확실히 (김)연경 언니는 대단한 것 같다. 에이스, 리더가 어떤 존재인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나의 부족한 부분도 많이 느꼈다. 언니처럼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농구 대표팀이 이전보다 많이 어려졌다. 늘 내가 확실한 막내였는데, 이제는 내 또래의 선수들도 많다. 내 역할도 전보다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정은 언니가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코트에서 리더가 되어야 하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이번에 많이 해줬다. 나 스스로 더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또 한 번 느낀 대회였다.

Q. 3경기 중 어느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나?

스페인이다. 그 경기만 잡았으면 정말 결과는 모르는 거였으니까... 4쿼터 시작하자마자 내가 제공권을 뺏겼고 3점도 맞았다. 지금도 자꾸 생각난다. 그때 조금만 더 집중했으면, 그 고비만 버텼으면 스페인을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과정뿐 아니라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Q. 1승 자체가 쉽지 않은 대회였는데, 선수들의 마음은 달랐던 것 같다.

모두 어려울 거라고 했기 때문에, 결과로 뒤집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뿐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 모두가 그런 마음이었다. 스페인전을 마치고 화가 참 많이 났다. 계속 짜증이 나더라. 캐나다와의 경기가 끝나고도 그랬다. 세르비아 전은 내가 정말 너무 못해서 할 말도 없다. 그냥 아쉽다. 열심히 했고, 대표팀이 이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인 건 맞지만, 결국 졌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걱정했던 것처럼 완패를 당하지 않았을 뿐,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하는데, 그 말이 너무 싫다. 그냥 졌다. 아무리 잘했어도 진 건 진 거다. 못해서 진 거랑 다를 바 없다. 결과도 좋아야 한다.

Q. 아쉬움도 크지만, 수확도 큰 대회였다.

자신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외국 선수들, 우리보다 체격 조건이 훨씬 좋은 선수들과 경기를 해도 밀리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통해서 경험이 없던 선수들도 많이 성장할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신감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노력해서 다음에는 농구 팬들이 '대표팀이 어려운 경기를 할 것'이라는 걱정도 하지 않고, 기대와 응원을 할 수 있는 팀이 되고 싶다.



Q. 이제 다시 WNBA로 간다. 지난 4월에 출국할 때보다 여건이 오히려 안 좋아졌다. 팀이 경쟁력 있는 빅맨을 한 명 더 영입했다.

사실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출전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시즌 재개하기 전까지 열흘 정도 연습을 하는데, 그때 좋은 모습을 더 보여줘야 할 것 같다.

Q. 라스베이거스가 예년처럼 플레이오프에서 파이널을 가게 되면 WKBL 개막에 맞춰서 돌아올 수가 없다. 본인이나 KB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정인데?

아직 플레이오프 일정이 안 나와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개막전에 맞추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시즌 준비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KB에서도 라스베이거스 현지에 일대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트레이너와 체육관을 섭외해줬다. 몸 상태를 잘 유지해서 WNBA를 마치고, KB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다들 박신자컵 보시지 않았나? 내가 없다고 우리 팀이 안 되는 팀이 아니다. 거기에 (강)이슬 언니는 정상적으로 팀에 합류한다.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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