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창원 LG 박정현. 박정현은 지난 6일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부산 kt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KBL 제공
주어진 시간은 2분52초, 기록한 성적은 무득점 1리바운드.
'전체 1순위'라는 이름에 따라붙는 기대감을 생각하면 출전시간도, 성적도 아쉬워보이는 숫자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르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험난한 프로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창원 LG의 '전체 1순위' 박정현(23)에게는 2분52초의 짧은 시간도 더할 나위 없이 의미 깊었다.
박정현은 지난 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부산 kt와 원정 경기에서 처음으로 프로 무대 코트를 밟았다. 지난 4일 열린 2019 KBL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이름이 불린 박정현은 올 시즌 신인 선수 중 가장 먼저 코트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대대로, 박정현은 1쿼터 4분41초가 지난 시점에서 김동량(32)과 교체돼 코트에 들어섰다. 그리고 2점슛 하나를 시도했다 실패하고, 이어 7분34초에 공격 리바운드 하나를 걷어낸 뒤 교체됐다. 벤치로 돌아간 박정현은 다시 교체되는 일 없이 팀의 경기를 지켜봤고, 2분52초 무득점 1리바운드의 기록으로 자신의 데뷔전을 마쳤다. LG는 이날 경기서 82-71 승리를 거두며 시즌 원정 5연패, 지난 시즌을 포함해 원정 8연패를 끊어냈다.
박정현의 데뷔전은 짧고 희미했지만, 신인 선수의 첫 번째 경기 하나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역대 신인들의 데뷔전을 살펴봐도 그렇다. 물론 '첫 술'부터 배불렀던 선수들도 있다. 박정현의 '스승'이 된 현주엽(44) LG 감독이 대표적이다. 1998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청주 SK(현 서울 SK)의 지명을 받아 데뷔전에서 26득점 6리바운드 8어시스트 2스틸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현 감독의 뒤를 이어 1999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조상현(43) 국가대표팀 코치도 데뷔전에서 27득점을 몰아쳤고, '레전드' 김주성(40) 원주 DB 코치도 2002-2003시즌 데뷔전에서 19득점 11리바운드의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데뷔전에서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1순위 지명자는 현 감독, 조 코치 그리고 2005년 1순위였던 방성윤(37·은퇴·21득점) 세 명 뿐이다.
지난 10시즌만 놓고 보면 1순위 지명자 중 가장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선수는 단연 허훈(24·kt)이다. 2017년 드래프트를 통해 kt에 입단한 허훈은 데뷔전에서 15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빅맨을 놓고 보면 2011년 드래프트 1순위인 오세근(32·안양 KGC)이 데뷔전에서 12득점 3리바운드, 2012-2013 드래프트 1순위 장재석(28·고양 오리온)이 10득점 3리바운드, 2013년 드래프트 1순위였던 김종규(28·DB)가 9득점 6리바운드로 데뷔전을 마쳤다. 2014년 이승현(27·오리온)은 4득점 3리바운드, 2016년 이종현(25·울산 현대모비스)은 2득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순위지만 데뷔전에서 득점 없이 물러난 선수들도 꽤 있다. 2012년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의 유니폼을 입었으나 당시 양동근(38·현대모비스)의 백업으로 험난한 신인 시절을 보냈던 김시래(30·LG)가 대표적이다. 김시래는 데뷔전에서 단 5분41초만 뛰며 무득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에 그쳤지만 현재 자타공인 LG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1순위 문성곤(26·KGC) 2018년 1순위 박준영(23·kt)도 데뷔전에선 손맛을 보지 못했으나 프로 무대에 적응하며 자신의 역할을 찾아 팀에 녹아들었다. 얼리 엔트리였던 전주 KCC 송교창(23)과 현재 상무에서 뛰고 있는 정효근(26) 등도 데뷔전을 무득점으로 마쳤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성장해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성장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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