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창단 최다인 11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드높인 두산. 그러나 연승이 깨진 뒤 5승 12패의 부진에 빠지며 다시 5할 승률이 위태로워졌다. ‘152억 포수’ 양의지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두산은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13번째 맞대결에서 0-1 석패를 당했다.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 패인은 타선이었다. 윌리엄 쿠에바스(7이닝 무실점), 박영현(1이닝 무실점), 김재윤(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KT 마운드를 상대로 득점에 실패했다. 안타 2개, 볼넷 2개에 만족해야 했다. KT가 후반기 들어 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구축했다고는 하나 두산의 KT전 무득점은 시즌 처음이었다.
찬스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4회 선두 정수빈이 기습적인 번트안타에 성공했지만 안재석이 희생번트에 실패했고, 쿠에바스의 견제 실책으로 이어진 1사 3루서 호세 로하스의 1루수 땅볼 때 정수빈이 홈에서 태그아웃됐다. 이후 5회 김인태의 안타, 7회 김재환, 김인태의 연속 볼넷 또한 후속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의 7이닝 무실점은 빛이 바랬고, 두산은 3연패에 빠졌다.
두산 타선의 빈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마운드가 강한 KT를 만나서 침묵한 게 아니라는 뜻. 지난달 26일 11연승 상승세가 끊긴 뒤로 타선이 짜임새를 잃은 모습이다. 그 때부터 전날까지 17경기서 5승 12패에 그쳤는데 이 기간 팀 득점권타율(1할9푼7리), 득점(61점)이 최하위, 타율은 9위(2할2푼6리)로 모두 최하위권이다. 득점권타율이 1할대인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설상가상으로 87경기 타율 3할2푼3리 OPS .906 득점권타율 3할5푼의 맹타를 휘두르던 양의지가 부상을 당했다. 양의지는 편도염에 의한 기침 및 스윙 여파로 좌측 옆구리가 1.8cm 찢어지며 지난 8일부터 휴식 및 재활을 진행 중이다. 양의지가 빠진 8일부터 15일까지의 데이터를 산출해도 두산은 팀 타율이 9위(2할8리), 득점권타율은 10위(1할7푼)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양의지의 말소와 함께 1군에 남아있는 중심타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특히 4번타자 김재환을 양의지의 대체자로 콕 찍으며 책임감을 부여했다. 그러나 양의지가 없는 기간 두산 장타자들의 성적은 처참하다. 타율 1할5푼의 김재환을 비롯해 양석환이 2할1푼1리, 로하스가 2할3푼8리로 모두 물방망이로 일관했다. 정수빈만이 4할1푼7리로 열심히 밥상을 차렸지만 상 위의 밥을 떠먹는 이가 등장하지 않았다.한때 11연승을 달리며 2위 SSG까지 위협했던 두산은 5승 12패의 부진 속 6위 KIA에 1.5경기 차이로 쫓기는 5위(49승 1무 48패)가 됐다. +8까지 벌려놨던 승패마진이 +1까지 좁혀지면서 다시 5할 승률을 걱정하게 된 것.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준플레이오프 직행은커녕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원정에서 치르는 게 목표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재활 중인 양의지는 오는 18일 병원 검진이 예정돼 있다. 이 감독은 “선수가 가볍게 움직이고는 있는데 이번에 복귀하면 시즌을 완주해야 하니 다시 검진을 받는 것이다. 양의지가 오기 전까지 잘 버텨야한다”라고 남은 중심타자들의 반등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