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다. 전성기를 훌쩍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호평 일색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도 '인간 승리의 아이콘' 류현진(37)을 3~4선발 자원으로 추천했다. 비록 최정상급 레벨의 선발 투수는 아니지만, 여전히 남은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그의 가치가 빛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일(한국시간) 현재 FA 시장에 남아있는 자원 중 여전히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을 정리해 공개했다.
여기서 류현진은 마이클 로렌젠, 션 마네아, 마이크 클레빈저, 알렉스 우드, 제임스 팩스턴과 함께 선발진의 중간급 투수(The mid-rotation options)로 합류할 수 있는 투수로 분류됐다. 즉, 각 팀에서 1~2선발을 맡는 최정상급 에이스는 아닐지라도 3선발 혹은 4선발로서 좋은 공을 뿌릴 수 있는 좌완이라 분석한 것이다.
MLB.com은 "중간급 투수들을 위한 시장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세스 루고(캔자스시티 로얄스)와 마이클 와카(캔자스시티 로열스), 마에다 겐타(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웨이드 마일리(밀워키 브루어스), 랜스 린(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메츠), 잭 플래허티(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카일 깁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프랭키 몬타스(신시내티 레즈)가 이미 모두 행선지를 찾았다.(The market for pitchers in this tier has been moving, with Seth Lugo, Michael Wacha, Kenta Maeda, Wade Miley, Lance Lynn, Luis Severino, Jack Flaherty, Kyle Gibson and Frankie Montas all finding homes already)"고 설명했다.
이어 MLB.com은 "하지만 여전히 FA 시장에는 탄탄한 중간급 투수 옵션들이 남아 있는 상태다.(However, there are still some solid mid-level options remaining) 이들은 분명 최고로 매력이 넘치는 이름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투수들은 각 팀의 선발 로테이션 층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This may not be the most glamorous list of names, but each of these hurlers can help raise the floor for a team's rotation)"고 치켜세웠다.미국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서서히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 출발은 바로 '투·타 겸업'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였다. 앞서 이번 오프시즌 FA 최대어로 꼽혔던 오타니의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다른 FA 자원들의 거취 결정 역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타니가 LA 다저스에 입단한 뒤 FA 시장의 시계는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한화 약 924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MLB(메이저리그)가 속한 북미스포츠는 물론, 전 세계 스포츠를 통틀어 역사상 최고 규모의 계약이었다. 그 뒤를 이어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오타니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무려 계약 기간은 12년. 총액은 3억 2500만 달러(한화 약 423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계약 규모였다. LA 다저스가 이 둘을 향해 쓴 금액은 무려 10억 2500만 달러(약 1조 3343억원)에 달한다.
이 둘을 기점으로 FA 자원들의 계약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 팬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관심사는 역시 류현진의 2024시즌 행선지다. 현재 FA 신분인 류현진은 새로운 팀을 찾고 있다. 류현진은 200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단 한 번도 소속 구단 없이 새해를 맞이한 적이 없었으나, 올해는 다르다. 류현진은 지난 11월 한국시리즈가 열린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향후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일단 에이전트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죠"라면서 "윈터 미팅이 끝난 뒤 12월 중순께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12월은 물론, 해가 바뀐 상태다. 오타니의 거취 결정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시장 일정이 미뤄진 게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류현진은 새해 들어 37세가 됐다. 야구 선수로서, 특히 투수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 현지에서는 류현진의 단년 계약 혹은 2년 계약 전망을 주로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선발진 보강이 필요한 팀에 필요한 투수로 계속해서 류현진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공통점은 최정상급 선발 자원은 아닐지라도 분명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류현진은 원하는 팀이 절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류현진의 에이전트는 '악마 에이전트'이자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다. 보라스는 구단 입장에서는 악마일지라도, 선수 입장에서는 천사로 불린다. 그 정도로 선수의 가치를 높이는데 능한 에이전트다. 그런 보라스가 앞서 류현진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호언장담과 비슷했다. 스콧 보라스는 지난해 11월 "류현진은 내년에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공을 던질 것이다. 류현진에 대해 빅리그 팀들의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는데, 현재 돌아가는 시장 상황으로 봐서는 결코 허풍이 아닌 듯하다. 이미 이정후의 에이전트로서 이정후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안긴 그다. 여기에 MLB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 짐 보우덴 역시 디 애슬레틱을 통해 "류현진이 인센티브를 포함해 계약 기간 1년, 총액 800만 달러(한화 약 103억원)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는데, 현재 시장 상황이라면 더욱 많은 금액을 챙길 전망이다.류현진에 관한 현지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것도 분명 호재라 할 수 있다. 미국 매체 볼티모어 베이스볼은 1일 "2024년이 찾아온 가운데,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여전히 선발 투수를 계속해서 찾고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관심을 가질 법했던 루카스 지올리토와 프랭키 몬타스는 새로운 행선지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류현진의 이름을 언급한 뒤 "여전히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는 우완 마커스 스트로먼이나 마이클 로렌젠, 또는 좌완 투수인 션 마네아와 류현진 등이 있다. 이들은 볼티모어 구단 예산에 있어서도 적합한 투수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도 류현진과 연결되고 있어 이목을 끈다.
류현진은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이 평가한 FA 랭킹에서도 40명 중 36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포함된 40명 중 아직 시장에 남아있는 선발 투수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을 비롯해 조던 몽고메리와 마커스 스트로먼, 클레이튼 커쇼, 이마나가 쇼타, 마이클 로렌젠, 마이크 클레빈저, 그리고 류현진까지 총 8명뿐이다.
2일 MLB.com은 이들 중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 이마나가 쇼타, 그리고 마커스 스트로먼을 최정상급 선발 자원(The top arms)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MLB.com은 "야마모토 요시노부 영입전에서 패한 투수들은 그들의 선발 로테이션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즉시 이들(스넬, 몽고메리, 이마나가, 스트로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올해 자신의 두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한 스넬이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그는 MLB 평균자책점 1위(2.25)에 이름을 올렸고, 180이닝 동안 234명의 타자를 삼진 처리했다. 다만 스넬은 그동안 단 한 시즌도 130이닝 이상 투구한 적은 없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몽고메리는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일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뒤 우승에 큰 힘을 실어줬다. 그는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98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83을 찍으며 텍사스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또 이마나가 쇼타는 견고한 2선발 혹은 3선발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23시즌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서 148이닝 동안 24개의 볼넷만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들 중 최대어급인 스넬과 몽고메리의 거취가 결정되면 류현진의 거취 결정 역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발 투수가 대우를 받고 있는 현재 시장 분위기라면 100억원 이상의 금액은 물론, 1년 이상의 다년 계약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또 다른 비교 대상도 있다. 류현진과 동갑내기인 랜스 린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1년 1100만 달러(약 143억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랜스 린은 2023시즌 11경기에 등판해 64이닝을 던지면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4.36을 마크했다.한편 2013시즌 LA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2019시즌을 마친 뒤 원소속 팀이었던 LA 다저스를 떠나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성했다. 당시 류현진은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1060억 원)의 FA 계약을 맺고 캐나다로 향했다. 이후 류현진은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총 60경기에 등판해 24승 15패를 기록했다. 2020시즌에는 60경기 단축 시즌 체제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의 좋은 성적을 올리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류현진의 활약은 2021시즌에도 이어졌다. 그해 개인 최다 타이인 14승과 함께 평균자책점 4.37을 마크했다. 그러다 2022시즌에는 6경기에 나선 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으며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이후 재활에 전념한 류현진은 2023년 8월 메이저리그 무대에 복귀, 예전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줬다. 비록 속구 구속이 예전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더욱 정교해진 제구력과 날카로운 변화구를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여전히 통할 수 있다는 실력을 증명했다. 위기관리 능력과 경기 운용 능력 역시 한 단계 더욱 성장한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 도중 MLB.com은 류현진을 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투수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이 매체는 "일반적으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투수들이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류현진은 아니었다"고 칭찬했다. 결과적으로 2023시즌 류현진은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동안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성적으로 토론토와 계약 마지막 해를 마감했다. 류현진은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류현진의 통산 성적은 186경기에 출장해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은 3.27이다. 10시즌 통산 1055⅓이닝을 던지면서 1013피안타(116피홈런) 236볼넷 7몸에 맞는 볼 934탈삼진 416실점(384자책점) 피안타율은 0.250. 과연 류현진의 2024시즌 거취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