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선택이다.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전에 없던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만난다.
클린스만 감독은 예기치 못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줄곧 주전으로 활용하던 조규성(미트윌란)은 벤치에서 대기한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원톱으로 둘 가능성이 크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망)이 측면 공격수로 나선다. 중원에는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이재성(마인츠)이 투입된다.
대회 첫 스리백 가동이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한국은 세 명의 중앙 수비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김영권(울산HD)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울산)이 동시에 출격한다. 측면 수비에는 설영우(울산)와 김태환(전북 현대)이 선다. 골키퍼 장갑은 예상대로 조현우(울산)가 낀다.
사실상 실험에 가깝다. 지난해 2월 출항한 클린스만호는 주로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활동량이 좋은 공격수인 조규성이 스트라이커로 상대 수비를 공략했고, 손흥민이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경기를 풀었다. 특히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보다 더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이 잦았다.부임 당시부터 공격 축구를 공언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수비 진영에 많은 숫자를 두지 않았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포백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민재가 부상으로 빠졌던 6월 A매치에는 대체자 박지수(우한 싼전)를 포함한 센터백 두 명만 기용했다.
아시안컵 본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4-4-2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선수 변화도 크게 없었다. 부상으로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김진수(전북)와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김승규(알 샤바브)가 주전으로 나서지 못한 걸 제외하면 유사한 라인업이 이어졌다.
다만 경기력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한국은 전력상 몇 수 아래인 상대들에게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원에 숫자가 부족하니 미드필드 싸움에서 졌다. 상대의 빠른 역습에 수비수들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한국은 16강 진출팀 중 최다 실점(6실점)을 기록했다.뒤가 없는 토너먼트에서는 일단 뒷문을 잠그겠다는 의도다. 클린스만 감독은 좀처럼 꺼내지 않던 스리백을 가동했다. 대회에서 부진했던 조규성은 과감히 선발 명단에서 뺐다. 공격 작업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질듯하다.
한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정예 멤버를 모두 불러들였다. 주로 썼던 3-5-2 포메이션을 그대로 꺼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대회 3경기에서 단 1실점 만을 내주는 짠물 수비를 선보였다.
한국의 스리백은 예상치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클린스만호가 새롭게 꺼내든 전술을 위해 얼마나 발을 맞췄을지는 미지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새 전술에 적응하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는 게 경기의 키 포인트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