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4년 7월, 허재는 가족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페퍼다인대학교에서 2년 동안 있으면서 객원 코치로 지도자 연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10개월 후인 2005년 5월, 허재는 한국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김재욱 KCC 이지스 사무국장이었다.
김 국장은 허재에게 신선우 감독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감독 자리를 허재에게 제안했다.
용산고 출신인 허재는 역시 용산고 출신인 구단주의 ‘호출’을 거부할 수 없었다. 용산고의 끈끈한 인맥 때문이었다.
어차피 지도자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던 만큼 선배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일찍 감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됐건 허재는 KCC에서 10시즌 동안 팀을 두 차례 정상에 올려놓았다. 준우승도 한 차례 했고, 4강 플레이오프에 두 차례, 6강 플레이오프에 한 차례 오르는 등 지도자 경력이 일천한 스타 출신 감독으로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